엄마 밥과 4차 산업혁명 시대 역량과의 관계

엄마가 차린 식탁의 위력

아이 친구들에게 기억에 남는 식탁을 만들어 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친구 엄마가 차려준 밥상에서 얻은 소망 하나


엄마가 되기도 전에 전, 아이를 낳으면 꼭 기억에 남을 음식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을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학원 시절, 친구 어머님이 집들이라며 10명이 넘는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셨습니다. 1980년 그 당시는, 엄마가 대학생 친구들을 불러 음식을 해 주는 일이 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나온 요리는 딱 3가지. 탕평채와 깐풍기, 그리고 빈대떡. 뷔페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커다란 접시에 푸짐하게 나온 음식은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푸짐함과 입에 딱 맞는 맛, 이건 평생 동안 기억에 남을 사건(?) 되었습니다. 탕평채에 넉넉히 들어있는 간 소고기와 김, 매콤달콤 비율이 완벽한 깐풍기, 작은 밥공기 둘레 크기의 빈대떡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친구들 모두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단 3가지 요리였지만, 친구 엄마가 차려준 특별한 식탁 경험이 너무 강렬하여 난 바로 ‘내 아이 친구들에게 이런 식탁의 추억’을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아이는커녕 결혼 계획도 없을 때였습니다. (요리와 집안일에 시간을 쓰면 나도 모르는 죄책감을 느끼며 자랐습니다. 딸 가진 엄마들이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기를 바라며 그랬듯이, 엄마는 내게 집안일은 되도록 남에게 시키며 살라고 하시며, 늘 공부나 책을 읽게 하셨습니다. 요리가 얼마나 재미있고 그리고 밥이 어떤 힘이 있는지는 엄마로부터는 전혀 배우지 못했습니다.) 바로 이 한 번의 식탁으로, 나도 내 아이의 친구들에게 음식으로 좋은 기억을 남겨 주고 싶은 소망 하나를 갖게 되었습니다.



배달 음식 대신 요리를 해 주었더니 생긴 일


소망이 현실로 이뤄지기까지는, 늘 그렇듯 실패의 경험이 필요했습니다. 요리하는 것 자체를 잘하거나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친구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처음부터 성공 스토리를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닭튀김을 했는데 너무 딱딱하게 되어 실망만 주기도 했고, 너무 허둥대거나 음식이 늦어져 좋은 기억과 거리가 먼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그럼에도 되도록 친구들 초대해서 내가 직접 만든 요리를 해 주려 애를 썼습니다. 아들이 고등학교 때는 3명이 돌아가면서 집에 모여서 팀 프로젝트를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 날에는 퇴근길에 장을 보고, 부랴부랴 저녁을 해 주었습니다. 주 요리는 스테이크, 삼겹살과 보쌈. 고기를 좋아할 나이이기도 했고 피자 값으로 훨씬 좋은 음식을 푸짐하게 먹일 수 있어 번거로워도 이렇게 했습니다. (내심 아들 친구들이 이 시간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밥을 핑계로 함께 식사하며 친구들도 알고, 친구들 속에 있는 아들의 다른 모습도 알게 되어 이래저래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아들은 친구 집에서는 피자나 치킨을 시켜 주니까 굳이 애를 안 써도 된다고 했지만, 엄마가 차린 맛있는 요리를 옆에 둔 아들은 어딘가 좀 더 자신감에 차 보이고 기가 사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래 봤자 15번 정도 하니 아들이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식 날, 생각지도 않은 사람에게서 이런 인사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맛있는 걸 많이 해 주셨다면서요? 우리 애가 훈이 집에만 갔다 오면 음식 맛있었다는 말을 많이 해서 잘 알고 있어요. 한 번 꼭 인사드리려 했는데 이렇게 뵙게 되네요. 저는 그냥 피자만 사다 줘서 미안했어요. 맛있는 음식 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호호”


남자아이들이라 내가 해 준 음식에 대해 집에 가서 말하리라고는 생각도 안 했습니다. 이런 인사를 받으니 속으로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대학원 시절의 소망 하나를 이룬 것 같아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그 후, 이 친구는 대학생이 되어 아들이 와 있을 때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우리 집에서 머물게 했는데, 그때에도 고등학교 때 내가 해 준 음식, 특히 보쌈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는 화기애애했습니다. 캐나다 우리 집에서 함께 한 여러 번의 식탁이 있어 그 친구와도 할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91년 생 딸 친구와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여름 방학 때 민 딸이 사는 런던(영국이 아니라 캐나다 토론토 옆에 있는 도시)에서 1달 동안을 살았습니다. 함께 사는 친구들은 각자 부모님 집에 가서 방학을 보내지만, 저는 귀국 준비를 다 끝냈던 터라 딸은 방학이라도 갈 곳이 없어 타운 하우스 자취 집에 남아 있어야 했습니다. 1달을 같이 보내며 저는 딸과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을 틈만 나면 초대해서 음식을 해 주었습니다. 대학교 3학년, 이때가 아니면 딸 친구들에게 밥을 해 줄 기회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때가 2012년도였는데 벌써 여러 해가 지나, 대학생이던 친구들이 결혼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친구 결혼식 모임에서 한 친구가 ‘오늘 음식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고 말을 했는데, 한 남학생이


“그때 민이 엄마가 해 준 음식보다 더 잘 먹었어?”


라고 했답니다. 저도 그 남학생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체구도 작은데 음식을 얼마나 잘 먹던지 탈이 나면 어쩌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원래 그렇게 잘 먹는 아이인 줄 알았는데, 내 음식이 유난히 맛있어서 배부른 것도 잊고 먹었다고 하네요. 이 짧은 한 문장의 말을 전해 듣고, 혼자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이번에도 그래 봤자 15번 정도 차린 식탁으로, 딸 친구들에게 기억에 남는 엄마가 되었으니 꽤나 남는 장사를 한 듯했습니다.



또 다른 소망 하나


엄마의 음식과 관련된 기억은 계속 이어집니다. 2012년 가을 귀국한 나를 위해 대학원 때 그 친구 엄마가 저를 초대했습니다. 이번에도 똑같은 음식 3가지. (탕평채, 깐풍기, 빈대떡) 80을 바라보는 나이에, 관절까지 있어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은 친구 어머님은 그때와 똑같은 맛, 아니 더 맛있게 해 주셨습니다. 나도 그 친구 어머님이 나의 롤 모델이 되었고, 두 아이 친구들에게 기억에 남는 식탁을 차려 준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친구 어머님도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함께 초대 받은 10명의 친구 중, 몇 명이나 친구 어머님을 롤 모델로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나에게는 좋은 엄마의 본보기를 보여 주신 분이라고 감사의 말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새로운 소망을 마음에 품었습니다. 나도 70 즈음에 두 아이의 그때 그 친구들 불러 놓고, 예전에 해 준 음식을 먹으며 훈훈한 대화하는 것.


엄마 밥의 위력은 ?


지나고 보니, 엄마 밥의 힘은 엄마의 말보다 힘이 세고, 멀리 오래갑니다. 아이의 친구를 위해 요리를 하고 함께 음식을 나누는 아름다운 추억은 추억 그 이상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음식을 준비하고 나누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고 정을 쌓아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나 봅니다,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30을 바라보고 있는 두 아이는 기회만 되면 친구들을 집에 불러 음식을 나누고 즐깁니다. 물론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전 늘 응원의 멘트를 보냅니다.



“집에 사람을 초대할 때, 그때가 너희들이 잘 살고 있는 때란다. 친구들 많이 초대하고 음식도 푸짐하게 만들어 대접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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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밥의 위력을 믿는, 앞선 엄마들을 위한 팁!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에 로봇이 판을 치는 사회가 온다고 합니다. 아무리 최첨단 기계화 사회라 해도, 아니 그런 사회이기에 더욱, 사람이 모여 음식을 나누며 사람의 향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걸 실행할 수 있는 것도 역량이며, 이건 엄마의 작은 노력으로도 길러질 수 있습니다. 협업 능력, 인간관계 능력, 갈등관리 및 해결 능력 등, 미래 사회에 꼭 필요한 역량들이, 식탁을 나누는 자리에서 길러지네요. 얼마나 길러질까요? 직접 해 보세요. 단 길게 보고 해 보셔야 합니다.


그래도 효율을 생각하는 엄마들을 위한 팁이 있다면,


1. 요리도 중요하지만, 그 요리를 먹는 환경, 분위기에 신경을 쓰세요.


2. 횟수보다는 얼마나 기억에 남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3. 음식 자체가 아니라 음식을 통한 대화에 더 공을 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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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역량에 집중하는 엄마'의 자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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