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까 히로노부의 책,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을 읽고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문제였다.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뭘 너무 잘해보고 싶은 마음과는 빨리 결별하는 게 낫겠다. 이유야 어떻든 잘 쓰려는 마음이 글쓰기를 피하고 싶게 하는 것은 맞다. 좀 잘해 보려는 마음이 바로 장애물이다.
글을 쓰려고 앉았는데, 난 남이 쓴 책을 읽고 있다. 이때 읽는 책은 달기만 한다. 손에서 뗄 수가 없다. 내 글을 쓰는 것보다 얼마나 수월한지. 그리고 작가의 생각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찬사와 존경심이 일고, 나는 더 작게만 느껴진다.
오늘도 난, ‘글 잘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을 읽으며 글 쓰는 일을 미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도 술술 막힘없이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앞 부분만 읽고 글을 쓰려 했는데, 끝까지 읽었다. 노트에 정리를 하면서까지.
이 책을 읽게 한 문장이 하나 있다. “자신이 읽고 싶은 글을 쓰면 자신은 물론 남도 즐겁다”. 작가는 서문에서 부터 이 책을 쓴 이유를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쓰면 내가 즐거워 진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독자로서의 글쓰기 기술’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하는 것처럼, 자신을 위해 글을 쓰면, 우연히 누군가의 인정으로 음식점을 개업하는 일이 생기듯 인정을 받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음식점 개업을 하는 일이 안 생긴다 해도, 자신을 위한 음식을 했으니 남이 인정을 못 받아도, 손해 볼 것이 없다. 나를 위한 요리처럼, 나를 위한 글쓰기를 하란다.
독자의 니드에 맞는 글을 쓰다 느낀 나의 한계로 부터 일단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니드에 맞는 글을 쓴다고 하니 등에 메고 있던 짐을 내려놓고 길을 가는 느낌이다. 남이 인정을 해 주지 않아도 글쓰기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즐거움, 그 즐거움에 답이 있다는 사실이 자유함을 준다. 남을 위한 글 이전에 나를 위한 글, 나를 즐겁게 하는 글쓰기. 말만 들어도 글이 쓰고 싶어진다. 그리고 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나를 위한 글쓰기를.
이 책은 글쓰기의 기본도 다져 준다.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쓰라, 한 가지만 말하라, 평가의 노예가 되지 말아라. 칭찬해 주는 사람에게 다음에 또 칭찬을 받겠다라고 생각해서 글을 쓰면 스스로 재미를 잃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자료 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이 특히 와 닿는다. 글쓰기 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팩트라고 한다. 자료, 팩트를 기반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개해야 글이 된다고 한다. 무작정 나의 생각, 나의 감정에만 의지해서 쓰라고 했을 때의 막막함을 극복할 수 있는 유용한 팁이다. 자료조사를 충분히 하다 보면 작가의 말대로 사상과 심상이 교차하는 곳에서 에세이라는 글이 만들어 질 것이다. 나의 생각을 쓴다고 해도 자료 조사를 기초로 한다면 나의 생각까지도 발전하고 확대될 수 있어 결국 글쓰는 이가 혜택을 누린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의 의미가 처음과 달리 다가온다.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의 의미는 자신을 즐겁게 하는 글, 즐기며 쓴 글을 꾸준히 써나가다 보면 자기 만의 글 잘 쓰는 법을 알아 낸다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 고수들도 다 이 과정을 겪어냈고, 굳이 글을 잘 쓰는 법을 알려 달라고 하면, 누구나 아는 기본에 충실하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남이 아무리 알려 줘도, 그가 터득한 방법은 아무리 설명해도 듣고 이해할 수 없다. 직접 해 보다 어느 순간 이해가 되는 순간을 만난다. 그리고 먼 후일 나도 같은 말을 할 것 같다. 글 잘 쓰는 법 따위는 없지만, 너만의 잘 쓰는 법은 네가 알게 될 거라고. 일단 해 보라고.
이 책을 읽고 나면, ‘내가 쓴 글을 읽고 내가 즐거워질 수 있게 글을 쓰라’는 작가 다나카 히로노부의 메시지가 바로 글 잘 쓰는 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음만 앞서고, 몸은 따라 주지 않는 글쓰기의 부담감으로부터 해방된 느낌이다. 이제 즐겁게 즐기며 쓸 수 있겠다. 그리고 즐겁지 않으면 과감히 그만둔다는 마음으로 글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어느 책보다 용기를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