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역량을 모르고 자라는 현실을 인식하기
우리는 자신의 역량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자신이 가진 역량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량은 학교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든 활동에서 길러집니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이것을 알고 자랄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점수만 잘 설명하는 현실
우리 아이들은 성적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할 수 있는 반면, 자신의 역량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저는 고등학생들에게 '역량과 스토리를 돋보이게 하는 자기소개서 작성하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말해 보라고 하면 대부분이 대답을 못했습니다. 역량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고 바꿔서 물어보았지만 여전히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대부분 “수학을 잘해요”, 혹은 “영어 점수가 좋아요” 정도만 말할 뿐이었습니다.
A: "어떤 과목을 잘하니?"
B: "수학을 잘 해요."
A: "수학을 잘해서 뭐가 좋아? 수학을 잘해서 어떤 유익한 점이 있어?”
B: "수학에서 1등급 받았어요."
A: "수학에서 1등급이면 수학 실력이 대단한 거네. 수학을 잘하게 되어서 어떤 능력이 길러진 것 같아?"
B: "-------------"
A: "아니, 편안하게 대답해 봐. 그럼 수학을 잘 하니 어떤 면이 좋았는지 말해 보렴"
B: "수학 점수가 높으니 수학 선생님이 저를 인정해 주시고 친구들도 제게 가르쳐 달라고 해서 좋아요."
A: "아~ 그랬구나. 그 어려운 수학을 잘하니 대단하네. 그런데 이 어려운 수학을 잘해서 실제 네 생활에서 어떤 도움이 되었는데?"
B: "--------- 딱히 생각이 안 나는데요. 암튼 대학을 가려면 필요하잖아요. "
대다수의 학생들은 자신이 공부하는 과목에서 어떤 능력이 길러지는 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을 잘한다면 전반적인 수리능력이 향상될 수 있고, 확률, 통계, 도표 해석 능력도 함께 강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 향상과 연결하여 인식하지 못하며, 일상생활에 이런 능력을 적용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학생들의 잘못이 아니라, 주변에서 알려 주지 않아 파악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가정에서라도 자녀들이 공부하는 과목에서 어떤 능력이 향상될 수 있는지를 인식시켜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과목 뿐만 아니라, 동아리활동과 자원봉사활동에서도 역량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놓치고 있는 현실입니다. 간단한 질문으로도 역량을 찾게 도울 수 있는데, 이 부분을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멘토링’활동은 특정 과목에 능숙한 동동기나 선배들이 점심시간을 활용해 멘토로서 학습에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지도하는 활동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학생과의 대화를 나누는 방식을 통해 어떻게 질문해야 역량을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대화 방법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면서 효과가 대단합니다. 부모들도 꾸준히 질문을 통해 자녀들이 역량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A: 멘토링을 하면서 무엇을 배운 것 같아?
B: 무엇을 배우다니요? 제가 가르친 것인데요.
A: 아니 친구에게 수학을 가르쳐 보면서 네가 배운 것, 아니면 느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야.
B: 아, 네~. 처음에는 친구가 내 설명을 이해하는지 못하는지 잘 몰라서 난감했어요. 그래서 친구에게 물어보면 잘 이해했다고는 하는데 표정이 그렇게 보이지 않고 만족스러워 보이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수학 문제를 풀기 전에 제가 수학 문제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도 해 주고, 그 과정에서 원리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는 경험을 이야기했어요. 그랬더니 그 친구의 얼굴 표정이 환해지면서 제가 어떤 식으로 공부를 했는지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지 물어보더라고요. 전에는 주로 설명만 했는데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 하니까 우리 둘 다 재미도 있고 시간도 빠르게 지나갔어요.
A: 그랬구나. 그래서 네가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데?
B: 어떤 일을 할 때 우선 먼저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먼저 써야 그 다음일이 수월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A: 와우 대단하다. 그런 지혜까지 얻다니. 그럼 한 번 네가 이 멘토링을 하면서 어떤 능력을 기르게 되었는지 3가지로 말해 볼래?
B: 글쎄요. 3가지라~
A: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멘토링을 경험해 보기 전과 후에서 어떤 점이 좀 달라졌는지를 찾아 봐. 멘토링을 하기 전에는 몰랐던 것인데 지금은 알게 된 것 정도로 생각해 보면 돼.
B: 선생님, 하나는 가르치는 능력이 향상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제가 가르치고 싶은 것을 열심히 설명하는 것에만 집중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가르칠 때는 학습자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또 하나는, 무슨 일을 할 때는 관계형성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상대방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나도 비슷하게 겪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를 나누는 것이 관계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런 식으로 서로에 대해 마음이 열리면, 같이 하는 시간이 더 즐겁고 하는 일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을 돕기 위한 행동은 결국 나 자신을 돕는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저도 봉사를 해 보아야겠다는 마음에서, 제가 잘하는 수학을 가르치며 친구를 돕기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제가 더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가르치는 일은 처음이라서 준비를 많이 하니 어느새 제 공부도 많이 되었고, 가르친 내용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게다가 멘토링을 통해 그 친구와 친한 친구가 되었으니 저는 얻은 것이 많네요. 이렇게 어떤 일이든 해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보기 전에는 알지 못한 보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조금 거창한가요? 하하 다음학기에도 멘토링 봉사를 계속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A: 와우 정말 멋지고 대단하다. 내 생각에 멘토링을 하면서 (1) 학습자의 니드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가르칠 수 있는 티칭스킬을 익혔고 (2) 상대의 문제를 공감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대인관계 능력을 키웠으며 (3) 주어진 일에서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도성을 기른 것 같네.
B; 선생님이 요약 정리해 주시니까 더 확실해 보이네요.
A: 앞으로도 다른 일들도 이런 관점으로 생각해 보면 좋을 거야. 대단한 일일 필요는 없어. 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일을 통해서 내가 무엇을 배웠는지. 이 일을 하기 전과 후에서 자신이 바뀐 점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한 거지. 대단한 일을 해 놓고도 배운 점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거든. 배운 점을 찾기가 쉽지 않으면 이 활동을 통해 조금이라도 바뀐 점을 찾아 봐. 이 바뀐 점이 바로 성장한 것이니까. 그리고 이런 것을 기록해 두면 나중에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 이게 바로 너의 스토리가 되는 거지. 이제는 자기 스토리가 있는 사람이 인정받는 시대잖아.
B: 선생님, 감사합니다.
역량을 알면 자신감도 높아지는데~~
많은 학생들은 자신이 한 경험 또는 활동을 자신의 역량과 연결하여 생각하지 못합니다. 몇몇질문 만으로도 이것을 할 수 있는데 놓치고 있을 뿐입니다. 저는 이런 대화를 많이 나누었고, 이런 대화이 시간은 항상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이 한 경험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이야기할 때, 학생들의 눈빛이 밝아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얼굴은 ‘내가 한 일이 이렇게 대단한 일이었구나!’라는 깨달음으로 자신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부모가 매일 이런 식으로 아이에게 질문을 해 주면 좋겠습니다.
제가 역량에 눈을 뜨게 된 경험을 나누겠습니다. 캐나다에서 취업을 위해 캐나다 정부가 지원하는 취업 워크숍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 워크숍은 중국 출신의 강사 M이 진행했습니다. 강사M가 하는 워크숍 진행과 상담일이 언어 교육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던 저에게 딱 맞는 일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M에게 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은데, 내 경력이 불어 강사로 3년, 한국어 강사로 9년이라 가능할지 걱정이 된다고 했더니, M도 저와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잘하고 있으니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알고 보니 M도 베이징 대학에서 외국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이민을 와서 이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캐나다에 이민 온 한인들의 정착과 취업을 한인단체의 정착상담원 (Settlement Work) 채용공고가 났고, M이 이 정보를 알려주며 지원할 것을 적극 권했습니다.
이력서를 써 보면 알게 되는 것들
이력서 작성 방법은 한국과 캐나다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캐나다 식 이력서에는 나이와 성별을 기재하지 않고, 인종차별을 막기 위해 사진도 첨부하지 않습니다. 첫 부분에는 ‘이 직무에 적합함을 보여주는 핵심 역량 Hightlights of Qualifications’을 적어야 합니다. 각 경력에서 어떤 성과를 달성했고, 어떤 역량을 발휘했는지를 기술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난감했지만 M은 나의 외국어 강사 경력에서 얼마나 많은 역량이 개발되었는지 찾아 내기 위해 다양한 질문을 했습니다. 이 질문에 답을 하면서 내가 단지 언어 교육 능력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공감하며 소통하는 의사소통 능력,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이 함께 교류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리더십, 전달력있는 프레젠테이션 스킬, 학생들이 외국에 와서 직면하는 문제에 대해 상담을 해 준 카운셀링 스킬 등 많은 능력을 길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글로벌 문화 이해 역량을 키웠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는 팁도 받았습니다.
한인들의 캐나다 정착과 취업을 돕는 일이 제가 언어강사로 한 업무와 유사하다는 것을 강조할 수 있도록 인터뷰 준비도 함께 해 주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 또한 새 이민자였는데 새 이민자들의 정착과 취업지원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하며 다양한 워크숍에 참석하여 이력서와 취업인터뷰 스킬에 대해 많이 배웠는데 M의 도움을 받으며 나의 이력서를 끙끙때며 써 본 경험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이민 온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력서를 작성하고 인터뷰에서 어떻게 역량을 드러내는지를 알려 주는 워크숍을 기획하며 100회 이상을 진행했습니다. 대부분의 한인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왜 우리는 이런 교육을 안 받았을까요? 제가 이렇게 많은 경력을 쌓았는데도 어떤 역량을 길렀는지를 알지 못하고 살았다는 것이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이런 것을 알고 살았더라면 내가 한 일의 의미를 확실히 깨닫고 다른 분야에서 필요한 역량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도 분명하게 알아냈을 텐데요. 특히 태도가 역량이 된다는 사실은 저에게는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게 힘을 주었어요.”
매일 내가 하는 일에서 역량이 자라고 있는데......
현재 한국에서는 많은 한인들이 쓰기 어려워했던 캐나다식 이력서 방식이 ‘역량이력서, 경력기술서’라는 명칭으로 일반화되었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이전에는 스펙을 중시했지만, 실제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이 많다는 경험을 통해 역량 중심의 고용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스펙보다 역량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둘 다를 갖춘 사람을 뽑는 경향이 생겨서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또한 직원수가 점차 감소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어떤 변화가 올지, 어떤 인재를 선호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알고 사는 것은 큰 힘을 주는 일입니다. 자신의 역량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현재 하고 있는 모든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역량을 알게 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 어떤 역량을 더 강화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며 점진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부모들도 이런 변화를 인식하고 자녀가 매일 하는 활동 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역량을 알 수 있도록 질문을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와 부모모두가 함께 힘을 얻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