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유익한 책을 스스로 골라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는 대개 엄마의 바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인정하고
이 문제도 풀면 좋겠습니다.
엄마가 뭘 하지 않아도,
다른 누구의 자극으로 아이는 책을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사람을 만나는 환경에
더 신경을 쓰면 어떨까요?
어릴 때 책을 좋아하지 않아도.......
2020년 새해, 91년생 아들에게 올해의 다짐을 물으니, 2주에 책 한 권을 읽기로 했답니다. 아들의 입에서 이런 다짐이 나오니 25년의 세월이 그냥 흐르는 게 아니라 싶습니다. 아들은 한글을 늦게 깨친 것이 이유였는지 책과는 거리가 먼 아이였습니다. 책방에 데려 다 놓으면 구석에 있는 장난감 코너에 가 있거나, 책이라고 만지는 건 만화책뿐이었습니다.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려고 꽤 애를 썼지만, 딸과 달리 아들에게는 효과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책방 갈 때는 꼭 데려갔습니다. 다행히 이런저런 다른 것들 구경하는 재미에 책방에 가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니 가끔씩 원하는 책을 골라 읽기도 했습니다.
의외의 상황에서 책에 몰두하기도.......
아들이 초등 3년 때 뉴질랜드로 간 것이, 생각지도 않게 책 읽는 재미를 알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만화로 된 삼국지가 총 10권 시리즈로 나왔는데, 짐이 많아 5권만 가지고 갔습니다. 인터넷이 느려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없었고, 학교도 시작을 안 해 친구도 사귀지 못한 때라 아들은, 놀거리 삼아 삼국지 만화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방해물이 없이 책만 읽다 보니 재미가 대단했나 봅니다. 매일 나머지 책 5권을 가져올 아빠를 기다렸습니다. 앞의 5권 만을 50번쯤 반복하다 뒷이야기를 상상으로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혼자 2층 침대 위에 올라가, 미니 로봇과 장난감을 늘어놓고 혼자 목소리를 바꿔가며 자칭 ‘삼국지 놀이’를 했습니다. 한국에서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던 시간을 ‘삼국지 놀이’로 대신한 것이죠. 아빠가 가지고 온 나머지 5권을 받았을 때 얼마나 좋아하던지, 게임을 좋아하던 아이가 이렇게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나머지 5권도 50번 정도 읽으며 혼자 삼국지 놀이에 빠져 노는 모습은 누가 봐도 몰입, 평화의 경지였습니다. 이후 학교가 시작되며 친구가 생기다 보니, 독서는 멀어졌지만, 어쨌든 책의 재미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권하지 않았다는 원망을 하기도.......
2년 후 다시 한국에 오니, 어휘력이 또래에 비해 많이 떨어졌습니다. 독서로 이 갭을 줄여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과 달리, 아들은 컴퓨터 게임과 친구와 노는 것으로도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가서는 권장 도서 목록의 책 중 단 몇 권이라도 읽기를 권했는데,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훈이 고등학교 졸업하는 날, 엉뚱한 말을 했습니다. 절친 마샬이 하버드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자, 자신과 그 친구의 차이가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본 모양입니다. 그러더니 대뜸,
“엄마, 마샬 엄마는 아이에게 유익한 책을 골라 사서 먼저 읽으신대요. 시중에 나온 책들 대부분을 읽으신다나 봐요. 그리고 그중에서 괜찮은 책을 마샬에게 골라 주시는데, 그렇게 읽은 책이 200권이 넘는대요. 엄마는 왜 제게 책을 안 권하셨어요?”
말문이 막혔습니다. 책을 읽을 틈도 없게 친구들과 시간에 빠져있었고, 책을 권할 때도 ‘소귀에 경 읽기’였던 자신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습니다. 엄마가 권할 때는 딴청 부린 건 기억에도 없었습니다. 괘씸한 마음도 있었지만, 자신의 부족을 엄마 탓으로 돌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내 마음에 가장 아프게 들린 말은 ‘마샬 엄마’라는 단어였습니다. 또래와 비교당할 때 느끼는 묘한 질투심, 마샬 엄마는 엄청난 독서를 했다는 그 부분이, 나를 순간 위축시킨 것을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저 역시도 마음만 있었지, 독서보다 다른 일에 바쁘면서, 아들은 많은 책을 읽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기도......
아들이 대학생으로 인턴 할 때, 매니저로 만난 분이 멘토가 되었습니다. 아들은, 그 멘토와 만나고 나면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합니다. 전혀 다른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보이지 않은 것들이 눈에 보인다고 합니다. IT 분야의 엔지니어인데도, 박학다식하고, 상대를 기분 좋게 설득시키고,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 매번 놀라게 되는데, 알고 보니 1000권이 넘는 독서량이 힘이었다고 합니다. 이 멘토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진 아들은 독서의 필요성을 확실히 깨달은 모양입니다. 물론 깨달은 것과 실천은 다른 영역이라, 여전히 책보다는 친구를 좋아하고, 친구에 시간을 더 많이 쓰지만, 깊은 사고에 도움이 될 책들을 골라 틈틈이 읽고 있습니다.
독서의 필요성을 알게 해 주고 싶은 엄마를 위한 팁!
25살이 된 아들이 새해 다짐으로 독서를 운운하니, 아이마다 자기의 때가 있다는 말에 수긍이 갑니다. 엄마도 모르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자극을 받아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 때가 있네요. 엄마는 자신이 해 주는 말과 자극이 제일 강력한 힘이 있다고 여기지만, 제 경험으로는, 아이가 만나는 사람이 주는 자극이 훨씬 힘이 강합니다.
그러니 엄마가 할 일을 따로 있습니다. 독서가 아니더라도, 현재 아이가 자하고 있는 일에 기분 좋게 반응을 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엉뚱한 곳에서 예기치 않은 좋은 자극을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환경에 더 관심을 기울어야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역량에 집중하는 엄마'의 자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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