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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칼에 관심이 있으면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요?

아이의 관심거리 지원해 주기


 

3-5. 칼에 관심이 있으면 칼질시키기 (대인관계 역량)


아이의 작은 관심사는 능력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칼질 같은 기술도 셰프가 아니더라도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것에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제 아이에게 ‘칼질’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까요? 칼은 위험하니 만지지 않아야 하는 걸까요? 아이가 칼질에 관심이 있으면 할 기회를 주세요. 칼질을 잘한다고 꼭 요리사가 되는 건 아닙니다. 일상의 작은 일이라도 반복을 통해 잘하게 된 스킬은 반드시 빛을 발하게 됩니다. 언제 어디에서 발하게 될지는 아이마다 다르겠지만요. 


딸이 유치원 다닐 때, 참관수업이 있었습니다.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도마 위에 놓인 오이 껍질을 까는 모습을 부모들은 뒤에서 숨을 죽이며 보게 되었습니다. 칼이 아니라 ‘필러’라는 껍질을 까는 도구를 사용했는데도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유치원생에게 저런 도구를 줄 생각도 못했던 때여서, 마치 수술 장면을 지켜보는 마음이었습니다. 한편, 아이들은 부모님들 앞에서 특별한 묘기를 부리는 표정으로 진지하게 작업을 해 냈습니다. 저는 그때서야 유치원 아이도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수업 이후, ‘껍질 깍이’는 딸에게 맡겨졌습니다. 


한 친구가 오래 집을 비울 일이 생겨, 대학을 졸업한 딸에게 아빠를 위해 사과를 깎아 드리라고 했는데, 아이가 과일을 깎을 줄 모른다고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 번도 이 일을 아이에게 맡겨 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부모가 대신해 주는 일이 많은 편이라, 당연히 알고 있을 일들을  한 번도 시도를 안 해 봐도 못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한 번도 기회가 없어서 ‘할 수 없는 일’이 되는 경우가 꼭 칼질만은 아닐 것입니다. 


아들은 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칼에 대한 광고를 보면  세트로 구입하자고  졸랐습니다. 이미 칼이 있는데 사자고 해서 그저 무시를 해 버렸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칼질은 자기가 맡겠다며 더 강력하게 사자고 하여 결국 칼 세트를 구입했습니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워 보였지만 점점 능숙한 칼질로 부엌일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칼질은 주로 아들이 하니 점점 칼 솜씨가 좋아졌고 저는 대신 재료를 씻고 껍질을 깎거나 버리는 일을 하니 누가 봐도 주방장은 아들이 저는 ‘시다’ 노릇을 하는 꼴이 되곤 했습니다. 


아들이 제일 썰기 좋아하는 일은 수박을 썰어 내는 일이었습니다.  수박은 크기가 크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잘라 보는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데다, 가장 맛있는 부분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권력(?)을 갖게도 되는 일이었습니다. 집에 온 초대 손님 중 제일 맘에 드는 사람에게 제일 맛있는 부분을 멋진 모양으로 잘라 주면서 “이건 진액예요!”라고 말하면, 그 사람의 사랑을 독차지하기에 손색이 없었습니다. 특히 시어머님에게 이 일을 많이 했는데  할머니의 용돈을 남몰래 받게 되는 일로 연결이 되기도 했습니다. 집에 온 손님들에게 수박을 썰어낼 때면 셰프가 특별 음식을 내놓는 제스처로 하니,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고등학생인 아들이 엄마를 도와준다는 칭찬부터 분위기 좋게 이끈다는 말까지 듣게 되니, 공부하다가도 디저트로 수박을 썰 때는 나와서 이 일을  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수박 썰기의  하이라이트는 교회 피크닉에서 일어났습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수박을 썰고 있는데, 아들이 끼어들어 수박을 솜씨 있게 썰어냈습니다.  아들의 능숙한 손에서 나온 수박은  눈에 띄게 멋지게 보였고, 먹기에도 좋은 훌륭한 각도로 잘려 있었습니다. 피크닉에 온 사람마다 아들에게 칭찬의 말을 건네주고 갔습니다. 열정적으로 수박을 썰며 싱글벙글하게 미소를 지으며 시간을 보낸 아들은 교회 내에서도 '유명인'이 되었습니다. 교회 어머니들이 기억하는  특별한 남자아이가 되었습니다. 


역량을 발견하고 강화시키는 과정은 일상 속에서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칼에 대한 작은 관심이 뛰어난 칼질 능력으로 이어진 것처럼 셰프가 되지 않더라도 자신을 표현하고 인간관계를 더 부드럽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들은 칼질이 잘 되니 요리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친구들에게 요리 실력을 발휘하며 좋은 친구관계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칼질이 시작점이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능력을 발전시키며 대인관계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칼질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심사에서 아이들의 잠재력은 개발되고 발휘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아이들의 작은 관심과 열정을 지지해 주고, 그것이 어떻게 미래에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좋은 일로 이어지리라는 확신을 갖고 지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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