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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도움이 늘 우선일까?

아이의 



3-6.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에 우선순위를 두기(자기주도학습역량)


학원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전에, 한 번 더 고려해 보세요. 아이가 스스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부모로서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빠른 해결을 선택하는 것이 나중에는 더딘 해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스스로 해 낼 수 있다는 믿음’과 능동적 태도, 주도성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 보세요. 


자기주도학습에서는 학습에 있어서 학습자의 능동적인 자세가 강조된다. 전통적 교육철학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가 상하 관계라 비유한다면, '자기주도학습'에서는 상호 대등한 수평적 관계이다. 학습자가 명령이나 강제에 의해 학습을 강요받는 일련의 행위보다는 학습자가 교수자를 이용해서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을 강조한다. 즉, 학습의 주체는 학습자이며 교수자는 학습자에 대해 도움을 주는 '조력자'로써 위치한다.

[참조: 나무위키]


자기주도 학습은 아이의 능동적 태도와 주도성을 강조하는 학습 방법입니다. 아이는 당연히 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며 배우게 되지만, 전문가에 의존하는 경향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주도성을 항상 우선순위에 두고,  주도적으로 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은 후순위로 두어야 합니다. 보통 부모들은 학원이나 선생님 먼저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전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경기 꿈의 대학에서 ‘자신의 역량과 스토리를 돋보이게 하는 자기소개서 작성하기’ 수업에서 만난 고3 여학생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습니다.  제과 제빵사를 꿈꾸는 이 학생은 수업 후, 자기소개서를 조심스럽게 내밀었습니다. 


“선생님, 장학금 신청을 하려고 하는데, 내일까지 자소서 제출해야 하는데요, 잠시만 시간 내어  봐주실 수 있어요?” 


이미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어 도움을 청한 것 같아 흔쾌히 읽어 보았습니다. 자소서에는 솔직하게 담긴 제과 제빵사로서의 꿈과 그 이유가 눈에 띄었습니다. 갑작스러운 가정 형편의 어려움으로 인해 가족 분위기가 침체되고 우울해졌는데, 자신이  막 구운 빵을 함께 먹을 때는 가족들이 대화를 나누며 행복해했다고 합니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통해 고등학교도 제과제빵과를 지원하게 되었으며, 미래에는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고, 제빵 기술을 가르치는 일도 겸하고 싶다는 내용을 진정성 있게 잘 표현했습니다. 


“와~ 정말 잘 썼네. 나라면 당장이라도 장학금을 주겠다. 네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 있네. 게다가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이유도 잘 적었는 걸” 


이런 칭찬의 말에 이 학생의 얼굴 표정이 한순간에 밝아졌습니다. 시간을 들여 쓴 자소서였지만 잘 썼는지 확신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좀 더 강조해야 할 내용과 줄여야 할 부분을 알려 주며 수정해서  제출하도록 격려했습니다.  그날 밤, 이 학생은 더욱 자신을 믿고 수정에 임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몇 주 후,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 후 한 학기 내내 자기의 역량을  찾고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참 열심히 했습니다. (한 번은 자기가 만든 만주를 가져와 맛볼 수 있었는데 그 맛은 제가 지금까지 맛본 것 중 최고였습니다.)


학기가 마무리된 여름 방학 때,  이 학생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 통화에서 그 어머님은 아이가 매사에 열심인데 다른 집처럼 충분히 뒷바라지 못해서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이번에 자소서만큼은 도움을 받게 해 주고 싶다며 그 학생의 자소서 첨삭을 제안을 하셨습니다. 물론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하시면서. 


저는 그 어머님이 어떤 심정인지 잘 알 것 같았습니다. 


“어머님, 저를 찾으신 그 마음 제가 잘 알아요. 그런데 A는 제 도움 없이도 잘할 수 있는 아이예요.  이미 자소서 작성법을 제게 잘 배웠고 잘 따라온 학생입니다. 반에서도 눈의 띄는 학생이고요.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잘할 수 있다고만 말해 주세요. 그래야 취업할 때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죠. 어머님은 아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시기만 하면  돼요. A를 믿으세요. 그리고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마세요. 그런 마음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이만큼 키웠으면 나도 잘 키웠다, 나도 잘하고 있다고만 생각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세요.”


전화로 이런 말을 했는데 제가 의도한 내용이 어머님께 잘 전달되었는 조심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어머님은 이렇게 대답해 주셨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제 아이를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마음이 놓이네요.  선생님이 인정해 주시니 이제 저도 아이의 능력을 믿어 볼게요.” 


우리는 주변에서 잘하고 있다는 인정의 한마디만 들어도 잘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주변의 인정이 없이도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을 가지며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평범한 우리에게는 벅찬 일입니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게는 더욱 믿어주며 격려해 주는 말이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이 말을 가장 많이 해 주는 사람이 부모이면 좋겠습니다. 학원이나 전문가들의 도움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잘했다는 인정’ ‘더 잘하고도 남 든다는 격려’를 충분히 강조해 주면 어떨까 합니다.


2학기가 끝날 무렵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A학생 어머님이었습니다.


“선생님, 제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을 했어요. 지난번 통화를 하고 아이가 합격하면 선생님께 제일 먼저 전화를 드리겠다고 마음을 먹었거든요. 조금 전에 합격 소식을 들었습니다. 선생님, 이 소식을 전해 드릴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이런 게 바로 살맛!입니다. 저의 답변도 살맛 나게 나갔습니다. 


“어머님, 저도 이런 소식을 들게 되어  정말 너무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A가 합격했다는 사실보다도 어머님이 이렇게 전화를 주신 그 사실이 감격스러워요. A는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며 인정받고 살게 될 겁니다. 어머님 같은 분이 계시잖아요. 호호”


그리고 그 학생은 카톡으로 이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감사합니다."


제가 준 가장 큰 도움은 이 학생의 말대로 용기였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용기를 말로써 얻습니다. 따라서 부모로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믿도록 격려하는 일에 최대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전문가를 찾고 도움을 받게 하려는 노력보다 늘 우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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