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부터, 나는 생각해오던 '실험'을 시작했다. 항상 내가 생각만 하던 것을 실행에 옮겨 기쁘지만, 매일매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안 돼면 어떡하지?' '망하는 거 아니야?' '좀 더 안전한 길을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등의 생각들이 수시로 떠오른다. 최근에 시작한 남자친구와의 롱디에 대해서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친구도, 아는 사람도 없는 이 곳에서, 나는 하루종일 레지던스에 쳐박혀서 내 일을 하면서 보낸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퇴근하면 얘기 잠깐. 남자친구가 인터넷이 있으면 얘기 잠깐. 그 외에는 나는 혼자다. 아직 외롭지는 않지만, 모든 것이 불안하다. 내가 가는 길이 꽃길보다는 지뢰밭길 같다. 나름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무섭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이메일이 도착했다.
1년 전 내가 나에게 쓴 편지가.
작년에는 마음 고생을 많이 했는데 (커리어, 연애, 가족 관계 등등), 그럴 때마다 나는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어떤 편지들은 3달 후의 나에게, 어떤 편지들은 5년 후의 나에게 보냈었다. 그 편지를 읽어볼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보다는 더 강하고, 더 행복하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중의 편지 하나가 2019년 7월의 나에게 전달된 것이다. 재미있게도, 당시 내가 머리 터지게 고민하고 있었던 문제는 지금은 해결이 되어 있었다. 현재의 내가 봤을 때는 '내가 그 문제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 했었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가 보다. 힘든 순간에는 고통스러워하지만, 힘든 순간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편지를 보고, 2020년 7월 1일의 내가 읽을 편지를 썼다. 그 때의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때의 나는 행복할까? 남자친구와 함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편지를 쓰고, '전송' 버튼을 누르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지금 당장은 힘들고, 불안할지어라도, 1년 후의 나는, 더 성숙하고, 더 행복할 방법을 아는 사람일테니까.
참고로 내가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서 이용했던 서비스는 'FutureMe' (www.futureme.org)이다. 이용은 무료지만, 이런 멋진 서비스를 만든 개발자에게 기부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오랫동안 서비스가 유지되어야, 5년 후의 내가 쓴 편지를 받아볼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