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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PARK Jan 24. 2020

나 자신을 존중하기.

현재 나는 요양중이다.


사랑했던 남자친구로부터, 필요하면 결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어이없는 배신을 당하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일정한 육체노동을 하고, 채소 위주의 신선한 음식을 먹고, 사람들 사이에서 웃다가도, 슬프면 나 혼자 울 수 있는 조용한 시골 농장으로 도망쳐왔다. 다행히 한 달간 이런 생활을 하니 멘탈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다시 내가 하던 공부를 하고 지원서를 내고 있다. 그리고 글을 쓴다. 




나는 연애에 목숨을 거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동안 절실하게 연애를 하고 싶어했었다. 


나는 사랑을 갈망했다. 그 것이 부족한 나를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었었다. 가족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과 관심을 연애 상대자에서 찾으려고 했다. 내가 이렇게 절실한 인간임이 드러났는지, 20대 초반에는 참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꼬였었다. 알고보니 양다리, 심지어는 유부남, 어쩔때는 다자연애자... 도대체 나를 뭘로 보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분명 red flag가 있었는데 나는 넘어갔었지. 그토록 사랑을 원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 사람에게 받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사랑의 희열에 빠졌고, 사랑의 아픔을 겪었는지. 모두 스쳐가는 인연 아래, 결국 남은 것은 나 혼자지만, 인연이 끝난 후 나는 전과 달라져 있다.


이번에는 나를 존중하지 못한 사람에게 성공적으로 나를 지켜내었고, 억울하지 않도록 할 말도 모두 다 했다. 전에는 할 말이 있어도 끙끙 앓았고, 상처주는 말을 들어도 반격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다했다. 그래, 그동안의 삽질에서 배운 것이 있구나. 


설사 내가 사람을 잘못 고른다하더라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나 자신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웠으니까.





결별의 원인은 그가 제공했지만,

사람의 마음이 무처럼 댕강 잘리는 거는 아니여서 그런지,

아직도 그에 대한 사랑은 남아있다.

그런 행동을 했어야 했던 상황을 생각해보려고 하고, 심지어는 연민까지 느낀다.

깊이 반성하고 자책하는 그를 용서해주고는 싶지만 내가 살 길을 찾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니,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려니 한다.


속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읽었던 곽정은 작가의 칼럼 중에서,

나에게 말해주고 싶은 구절을 찾았다. 

그는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났으니, 너는 너대로 그와의 사랑을 이제 그만 완성하렴. 너의 가치를 몰라본 사람에게 마음을 쓰기에, 이 삶이 너무 짧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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