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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by 로댄힐

곡괭이와 삽과 괭이와 삼지창을 들고 아래 바위 밭으로 내려갔다. 밭을 다듬기 위해서. 곡괭이는 무거운 연장인데 삼지창은 더 무겁다. 곡괭이 자루는 나무이지만 삼지창은 온통 쇳덩이여서 그렿다. 무거운 도구를 두 개나 메고 내려간 건 캐낼 돌들이 많아도 너무 많고, 커도 너무 큰 돌들이라는 의미. 밭이라고 하지만 돌밭이어서 캐내어도 끝이 없다.


봄이 오기 전에 서둘어야 한다. 봄이 오면 나른해져서 곡괭이 휘두르기 힘들다. 그래서 일찍 시작한 밭일이다....
곡괭이 들고 땅과 한판 겨루기에는 지금 겨울 기온이 오히려 좋다.


하지만 전후좌우 주위를 둘러보아도 밭에서 얼쩡거리는 사람이 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 이 겨울에 밭에서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일이 좀 있다고 해도 그게 꼭 자금 설쳐야 할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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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하면 지금 하는 곡괭이 일이 청승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2월 내내 이렇게 하겠다고 생각을 굳히고 행동하고 있다.


그것은, 봄이 오면, "이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나를 찿아온 그 봄의 온기를 더욱 느끼기 위해서, 또 해야 할 여러 밭일들 앞에서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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