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을 맞는 기분이 어떻냐고 물어봤더니, 정경화는 "사실 별로 생각을 안 했는데 일주일 전부터 약간 기분이 이상했어요. 그런데 딱 70이 되는 날, 아침에 일어나니 너무 홀가분한 거야. '아! 70이 돼도 어제랑 오늘이 다르지 않구나!'"라고 했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도 똑같은 말 즉 말할 수 없이 홀가분하는 말을 했다고 기자가 말했더니, 정경화는 "네, 홀가분해요. 70이 됐다고 갑자기 더 늙는 것도 아니죠. 인간은 사실 매일을 극복하는 게 힘들어요. 젊었을 때는 앞날을 바라보면서 가죠. 40세, 50세가 지나면서 점점 앞날이 아니라 오늘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돼요. 그다음엔 순간순간이 중요하다는 걸 알죠. 60세가 되면 그런 생각조차 안 해요. 70세엔 이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내야겠다는 욕심이나 부담이 없어져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기 마음속 세상을 보는 눈은 조금도 늙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정경화, 72년 제대 후 복학한 다음, 그 해이던가 그다음 해이던가 그건 잘 모르겠지만, 그녀가 이화여대 강당에서 연주회를 할 때, 어떻게 해서 가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난 그녀의 연주회장 좌석을 하나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나의 20대. 먼 옛날이다. 그 후로 정경화의 바이올린 연주 격정적인 모습은 오랫동안 내 심중에 머물러 있었다.
그녀도 70대를 넘어선 모양이다. 나처럼. 내가 문턱을 넘을 때 그녀도 곧 따라 문턱을 넘은 모양이다. 10년 단위로 형성된 세월의 문턱을.
2020년 1월 1일 밤이다. 해가 바뀌면 생각이 좀 달라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어제의 그날이 오늘의 그날이다.
깎인 손톱보다 조금 더 큰 달이 밤하늘에 걸려 있다.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내야겠다는 욕심이나 부담이" 지금 내게도 없다. 무념!
※ 글 가운데 겹 따옴표 인용은 김지수의「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중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이제는 불완전한 내가 불만스럽지 않아요>에서 가져옴.
로댄힐 연애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