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위트형 인간’과 노래 ‘사람이 좋다’
①책을 혼자서 눈으로 읽으면(묵독) 많은 양을 읽어낼 수 있다. 둘이서 번갈아 가면서 소리 내어 읽으면(음독) 넘기는 페이지 분량은 적다. 이건 말하나 마나 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둘이서 음독(音讀)을 시작한 이래 2년 동안 읽은 분량을 보니, 권수(卷數)로는 지금 4권째이고, 면수(面數)로도 큰 책 기준으로 5,000여 면이다. 한 주일에 평균 서너 번, 한 시간 여를 독서에 할애했다고 할 때 묵독(黙讀)이었으면 이렇게 전모를 파악하면서 잡념 없이 이 분량을 과연 정독했을까 의구심이 든다. 그러니까 음독을 해도 꾸준히 하면 읽은 분량이 많다는 뜻이다.
②리 호이나키는 그의 책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제 6장 <말의 뿌리>에서 “오늘날 육화(肉化)된 독서는 어떤 것인가?”의 물음을 제기한 뒤 서양의 독서 역사를 간략히 살핀다. 즉 고전시대 말기부터 중세 초기에 걸쳐 행해진 독서법은 이른바 수도자의 독서(monastic reading)인데, 이것의 기원은 소대 유대교 독서 전통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바대로 유대교의 경전 읽기는 육체적인 움직임을 수반하는 책 읽기이다. 즉 그들은 경전을 크게 소리 내어 읽으면서, 읽기와 함께 몸을 율동적으로 움직이거나 흔들었다. 이런 독서법이 서양 수도원 독서법의 바탕이 되는데, 수도자들은 혼자서 혹은 여럿이서 큰 소리를 내어서 읽고, 그 읽기에 동반하여 정확한 육체적 움직임을 개발하였다. 이 감각적이고 육체적인 활동, 즉 독서는 사람의 가슴, 내면적 감각, 즉 영혼을 향하여 있었다. 현시대의 천 년 동안, 글을 읽는 사람들은 독서행위 자체가 직접적으로 삶을 형성한다고 믿었다. 물론 이때 독서는 아직 남자의 일이었다.
③호이나키의 ‘육화 된 독서’의 의미를 나는 받아들인다. 그런데 우리는 소리 내어 읽을 때 아직 몸의 움직임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읽다 보면 몸이 저절로 앞뒤로 흔들릴 때가 있다. 이른바 리듬을 탈 때가 있다. 정신이 흩어질 때 가지런히 하려고 일부러 흔들 때도 있고. 육화 된 독서법으로서의 음독, 이것은 묵독보다 더욱 가슴, 내면적 감각, 즉 영혼을 향한 활동이라고 나는 믿는다.
④우리가 세 번째로 선택했지만 두 번째로 다 읽은 책은 『읽으면 인간관계가 술술 풀리는 위트 형 인간』이다. 이 책은 2005년 5월 출판이니까 10여 년 전에 내가 산 책이다. 이 책을 함께 읽기로 한 이유는 책 표지가 위트라는 말에 어울리는 디자인이었고, ‘위트-술술 풀리는 인간관계’라는 등식 때문이었다. 이런 제목을 단 책 한 권 읽었다고 인간관계가 술술 풀릴 리가 있겠는가만, 아무튼 함께 읽기에 적절하다고 생각되어 집어 들었다.
⑤두 분 저자 중 한 명은 경영학도이고 다른 한 명은 문예 창작 학도였다. 내용도 전제가 붙지 않는 인문학적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경영학적 인간학, 일종의 실용 서적이었다. 말하자면 인간관계 테크닉을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장 구성이 읽기나 주제 파악하기에 좋았다. 개요(서론)-내용 전개(본론)-요약(결론)으로 되어 있어, 우리가(내가) 길들어 있는 가장 기본적인 논리 전개 방식과 맞아떨어지는지라 읽기에 편했다. 전부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것은 위트형 인간을 만드는 6가지 대화 습관, 말 잘하는 사람과 잘 듣는 사람, 듣는 귀부터 열자, 직장인의 성장을 돕는 화술, 마음이 통하는 대화의 법칙이다. 말함은 들음이 전제되고 설득력 있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이 말함의 기본인데, 이 책에서도 당연히 이런 구조를 따르고 있었다.
⑥다 읽은 후 편은 읽은 글에서 배운 바대로, 위트를 섞어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둘의 대화에서 말이다. 학습효과가 바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얼마 가지 않아 우리들의 일상 화법으로 환원되긴 했지만.
⑦노래를 하나 찾았다. 이 창휘라는 분이 부른 ‘사람이 좋다’이다. 이 글에 어울리는 가사를 찾았는데, 이창휘의 노래가 걸려든 것이다.
사람이 좋다. 좋은 사람과 차 한잔 하고 싶다
강재현 작사, 이창휘 작곡·노래
사람이 좋다 사람이 좋다 / 좋은 사람과 차 한잔 하고 싶다 / 사람이 좋다 사람이 좋다 / 좋은 사람과 술 한 잔 하고 싶다 // 아무것도 아무 말도 필요 없어 / 눈빛만으로도 충분해 /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은 사람 /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 / 나는 그런 사람이 사람이 좋다 // 나도 그런 사람이 사람이 좋다 / 아무것도 아무 말도 필요 없어 / 눈빛만으로도 충분해 /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은 사람 /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 / 나는 그런 사람이 사람이 좋다 // 나도 그런 사람이 사람이 좋다 / 나도 그런 사람이 사람이 좋다
⑧가수 이창휘는 ‘라이브 잘하는 가수’ ‘휴먼 가수’로 불리는 모양이다. 1987년 ‘화사랑’이라는 록그룹의 멤버로 활동하다가 미사리, 청평을 떠돌면서 무명가수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그의 노래 ‘원동력’은 작사가이자 시인 아내와 작곡가를 꿈꾸는 어린 딸이라고 한다. 아내인 강재현 시인은 현재 남편의 작곡활동에 든든한 지원자이자 작사자로 활동, 4집 타이틀곡 '사람이 좋다'를 비롯해 매 앨범마다 다수의 곡에 서정적인 감성의 가사를 싣고 있다. 이창휘는 데뷔 후 줄곧 불우이웃 거리공연 및 다양한 라이브 릴레이 콘서트 진행 중이라고도 한다. 가수 이창휘는 “자신의 노래를 통해 사람들의 가슴에 따뜻함을 전해 줄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⑨사람이 좋은 건 맞다. 사람 속에서 살면서 사람에게 많이 부대끼는 것도 많다. 나 또한 타인에게 ‘좋지 않은 사람,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으로 여겨질 때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읽은 책을 통하여, 알게 된 노래를 통하여 나의 사람됨을 다시 점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