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洞天) 악양에 머물던 봄도 이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아직 5월이지만 불어오는 바람에는 벌써 여름 냄새가 묻혀 있다. 악양 초입인 미점리의 악양 삼거리에는 ‘악양동천(岳陽洞天)’이 새겨진 큰 표지석이 가로로 누워 있다. 악양으로 들어가고 악양에서 나올 때마다 반드시 보게 되는 큰 돌의 글자 악양동천, 그 글자를 볼 때마다 나는 “맞다, 악양은 동천인 거 그거 틀리지 않는다!”라고 속으로 생각하곤 했다.
‘동천(洞天)’이라는 말에는 산과 내로 둘러싸인,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답고 좋은 곳이라는 뜻과 하늘에 이어짐. 또는 하늘과 통함이라는 뜻 그리고 신선이 사는 세계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한다. 동천은 본래 도교 용어였지만 심성을 가다듬는 현실 세계의 상징적 장소로서의 유교적 의미도 지닌다고도 하고. 그 옛날 조선의 문인들은 나름의 경승지를 이상향으로 보고 혼란한 속세를 벗어나 자연을 즐기며 신선의 모습을 닮고자 애썼는데 그들은 마을 입구에 「○○洞天」이라는 글씨를 바위에 새겨 두고 도학의 경지를 깨치기 위해 수련을 했다고 했다.
아무튼, 나는 동천의 악양과 맺은 인연이 참 좋다. 악양골 산기슭도 이제 곧 여름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