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나가서 보면 옥수수 대가 두어 개 쓰러져 있다. 사흘 전부터 그렇다. 쓰러진 대에 달려 있던 옥수수는 파 먹혀 자루만 앙상히 남아 있고. 대를 쓰러트리고 알갱이만 파먹은 거로 봐서는 고라니의 짓이 아니라 너구리의 소행일 것으로 짐작된다. 충분히 익혀 나중에 옥수수 차로 끓여 먹으려고 따지 않고 있었는데, 그대로 두었다가는 너구리에게 다 빼앗길 것 같아 오늘 모두 따버렸다.
작두 놀이 시작이다. 옥수수 대를 잘게 자르는 일은 작두의 몫, 그래서 부지런히 그러나 안전하게 작두질을 했다. 옥수수 대는 잘게 부수어져 퇴비장으로 간다.
작두 놀이는 재미있다. '싹둑싹둑' 잘리는 소리가 듣기 좋고 싹둑싹둑 자를 때 전해지는 손맛이 좋아서 그렇다. 너구리 덕분에 오늘 작두 놀이 한 번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