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뫼정 바닥공사
1) 하동 읍에 나갔다. 일찍. 혼자. 오늘 봐야 할 장이 많다.
출발 전에 카톡이 왔다. 막내를 시작으로 첫째, 둘째가 차례로 카톡음을 울린다. 스승의 날 축하한다고. 난 아니라고, 현역이 아니니 아니라고 했더니, 아니라고 한 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라고 한다. 맞다. 그런 날이 있었지. 이 날 꽃송이를 받던 날이 35여 년 간 있었었지.
먼저, 예취기 오일을 샀다. 다음은 탑 마트에 가서 후라쉬 배터리를, 철물점에 가서는 길뫼정에 달 전구 소켓을 샀다. 또 열무 씨앗을 사고 그리고 주유소에 가서 가솔린을 넣은 다음, 마지막으로 건축자재상회로 가서는 자재를 주문하였다. 장 보려고 일곱 군 데를 다닌 후 서둘러 길뫼재로 돌아왔다. 오늘, 난 장돌뱅이였다.
2) 주문한 자재가 왔다. 길뫼정 처마용 및 데크 바닥 보완용 방부목(21 * 120 * 3600) 35개, 지붕 보완용 방수시트 2통, 오일 스테인 (EO 투명) 2통, 레미탈 40kg짜리 10개 등.
3) 오늘 우리 둘이서 할 일은 레미탈을 비벼 길뫼정 아래 넓어진 곳을 포장하는 일. 내가 먼저 모양을 잡아 돌을 운반하여 깔고, 편은 그 돌들을 가지런히 다시 놓았다.
4) 10포대를 비비니 길뫼재 아래 포장이 마무리되고, 12 포대째 비비니 황토실 옆 계단이 마무리된다. 해는 성제봉을 막 넘어가는 오후 6시 40분경. 지쳤다. 둘 다.
남은 한 포대는 지게에 져서 창고로 옮겨가 큰 비닐봉지에 밀봉, 보관하였다.
5) 우린 별일이 없는 한 오후 5시에 저녁을 먹는데 오늘은 7시 반경에 마쳤으니 늦은 저녁이다. 피곤하여 황토실로 와 바로 잠들었다. 일어나니 10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6) 시몐트일은 다른 일보다 사람을 더 지치게 한다. 맞다. 오늘도 지쳤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오늘 시멘트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1톤 트럭 두 대 분량의 모래와 시멘트(레미탈이 아니라) 40 포대를 비벼 우린 공굴 공사를 이미 했었다. 그때 손으로 들거나 리어카에 실어 옮긴 돌의 크기와 분량은 말로 다 못한다.
일, 촌일, 해도 해도 끝이 없다. 내일은 예취기로 잔디를 깎아야 한다. 이것도 한나절 일이다. 예취기 일도 이젠 3일 분량의 일이다.
그래도 길뫼재 낮 생활이 좋다. 오늘도 혈압을 재어 보니 120-80 미만이다. 신체는 고되지만 기본 건강은 원활하게 유지되고 있지 않은가.
길뫼재 낮 생활은 노동을 말하고, 밤 생활은 집필, 악기 연주, 독서 생활을 말한다.
악양 들판의 보리밭이 점점 누런 색으로 변해 간다. 벌써 핀 찔레 덤불은 빛이 바래어 가는 것 같고.
뭐한다고 그것 한 번 유심히 보지 못하고 늦봄조차 다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