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질

by 로댄힐

우리 연못에 피라미가 여러 마리 살고 있다.

3년 전에 쎄울에서 아이들이 여름 휴가 내려왔을 때, 아래 악양천에서 잡아넣은 건데, 많이 컸다.

연못 위의 논이 구들 논인지라,

연못에 물이 많으면 구들에서 나오지 않고,

물이 적당하면 연못에 내려와 논다.


요새 물이 적당하다.

피라미들이 연못에서 헤엄치며 놀고 있다.


오늘, 쉴 틈 없이 일이 많았다.

일이 적은 때가 언제 있었겠는가만,

오늘은 새벽 5시 반부터 시작된 일이 점심 시간 빼고는 해가 성제봉을 넘어 갈 때까지 이어졌다.


아무튼, 꽃 댕강 울타리를 다듬다가 뒤꼍으로 오니,

이것 봐라, 편이 그물질을 하는 게 아닌가!

얼마 전에도 다슬기를 잡은 적이 있는지라,

매운탕거리 피라미를 잡는 것으로 판단하고,

중지, 동작 그만! 하고 외치면서 급히 연못으로 다가갔다.


아랑곳하지 않고 그물질을 계속한다.


째려 보면서 그물 엎는 걸 봤더니, 쏱아지는 건 물고기가 아니다.

그물에서 털어내는 것은 오전의 내 예초기 질의 결과물, 즉 깎인 잔디 잔재들이었다.

물에 빠진 그것들을 난 갈퀴로 건져내

포기했는데, 편은 그물로 그것들을 건져내고 있었던 거다.


머쓱!


연못을 덮고 있던 풀들, 대부분 건져졌다.

내 갈퀴에는 안 걸리던 그것들이 그물에 걸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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