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을 거

by 로댄힐

하동 섬진강 변의 돌산 농장에 들렀더니 대봉감을 두 그물망이나 준다. 크기가 약간 작아서 곶감 만들기에는 제격이다. 돌산 농장은 배나무와 대봉감 나무가 주력 품목인데 섬진강 전망이 좋은 산기슭에 있다. 매장은 농장 아래 도로변에 있어서 오갈 때 자주 들른다. 알고 지낸 지가 10년도 더 된다. 하동군 하동읍 흥룡리 호암마을의 돌산 농장의 주인 내외는 둘 다 호인이며 과일을 살 때 함께 주는 마음도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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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 생활 초기에 큰 대봉감을 곶감용으로 이백여 개 깎다가 입은 후유증에 좀 오래 시달렸기에 감 깎는 일을 이번에도 망설였다. 처음엔 홍시를 생각했지만 그래도 주는 이의 성의가 고맙고 또 황토방의 겨울밤 낭만을 생각해서 칼을 들기로 했다. 그리고 깎았다. 물론 편이. 내년부터는 나도 칼을 들겠다는 약속을, 편이 요구하진 않았지만 내가 먼저 선수를 쳐 단단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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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은 감을 농기구 원두막 창고에 걸었다. 걸고 나니 마무리되어 가는 계절의 그림자가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저게 걸리면 계절은 겨울 초입이다. 그런데 낮 기온이 온화하다. 추워야 저게 제대로 곶감으로 되는데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다. 아무튼, 깎아서 매단 감들을 보니 겨울 생각이 앞당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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