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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를 만난다

by 뇽쌤


오늘 회사에서 회식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있던 회식이라

즐겁게 잘 다녀왔는데요,




예전에는 술 마시는 걸 좋아해서

술자리에 새벽 2시까지 남아

이야기하고 술을 나눠 마시곤 했습니다.




술잔을 부딪치면서

평소보다 풀어진 말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또 술기운에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죠.




요즘에는 술을 마셔도

조금만 마시게 되거나,

아니면 모임이나 회식에서

아예 술을 시작하지 않는 날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 술이 싫어지거나

술자리 자체가 무용하게 느껴지는 건 아닙니다.




술자리 특유의 즐거운 분위기를

여전히 좋아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집에 있는 꼬마나 남편이 있으니

옛날과 똑같이 지낼 수는 없네요.




옛날과 똑같이 지낼 수 없어서

혹시 아쉽게 느껴지지는 않냐고요?




맞아요,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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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맛있게 고기 먹으며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거든요.




8시가 되기 전에

일찍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래도 아쉬움이 그다지 크지 않은 건

좋아하는 말을 떠올려서예요.



3555583_uploaded_1512689.jpg?type=w773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를 만난다.




지금 잃어버린 것 대신

이미 얻어버린 것도 있으니까요.




오늘 일찍 집으로 돌아와

아빠랑 씻고 푸닥거리는 꼬마를 눕혀

장수탕 선녀님과 구름빵 책을 읽어줬어요.




꼬마의 엉덩이를

한참이나 주물 거리고

배를 문질러주었죠.




"우리 이쁜 딸,

엄마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니?"라는 말을

3번쯤 하다가

꼬마의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들었습니다.




글을 쓰며 느낍니다,




저는 강을 나와서

저만의 예쁜 바다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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