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사에서 회식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있던 회식이라
즐겁게 잘 다녀왔는데요,
예전에는 술 마시는 걸 좋아해서
술자리에 새벽 2시까지 남아
이야기하고 술을 나눠 마시곤 했습니다.
술잔을 부딪치면서
평소보다 풀어진 말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또 술기운에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죠.
요즘에는 술을 마셔도
조금만 마시게 되거나,
아니면 모임이나 회식에서
아예 술을 시작하지 않는 날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 술이 싫어지거나
술자리 자체가 무용하게 느껴지는 건 아닙니다.
술자리 특유의 즐거운 분위기를
여전히 좋아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집에 있는 꼬마나 남편이 있으니
옛날과 똑같이 지낼 수는 없네요.
옛날과 똑같이 지낼 수 없어서
혹시 아쉽게 느껴지지는 않냐고요?
맞아요,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오늘도 맛있게 고기 먹으며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거든요.
8시가 되기 전에
일찍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래도 아쉬움이 그다지 크지 않은 건
좋아하는 말을 떠올려서예요.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를 만난다.
지금 잃어버린 것 대신
이미 얻어버린 것도 있으니까요.
오늘 일찍 집으로 돌아와
아빠랑 씻고 푸닥거리는 꼬마를 눕혀
장수탕 선녀님과 구름빵 책을 읽어줬어요.
꼬마의 엉덩이를
한참이나 주물 거리고
배를 문질러주었죠.
"우리 이쁜 딸,
엄마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니?"라는 말을
3번쯤 하다가
꼬마의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들었습니다.
글을 쓰며 느낍니다,
저는 강을 나와서
저만의 예쁜 바다를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