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유튜브를 보다 보면
자주 볼 수 있는 문구들이 있다.
100억 부자가 되기 위해
매일 '이것'을 하세요!
삶의 목적을 제시하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떤 것들을 해야 할지
비법을 말해주는 영상이었다.
영상에서 말하는
삶의 목적은 다양했다.
어떤 이들은 100억 부자를,
어떤 이들은 몇십만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 했다.
인생에 있어
어떤 목적이나 꿈을 갖고 살아가면
좀 더 계획적이거나 효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다.
계획적으로 살아가는 내게도
그렇게 목적을 갖고 살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잠도 잘 안 자고
해야 하는 것들을 하고
그 결과까지 컨트롤하려 애를 쓰며 지냈다.
보다 못한 남편이
하루에 몇 시간 자는지 체크할 정도로,
미라클 모닝인지 미라클 나이트인지
구분 안 가게 살곤 했었다.
그러다가 그만두게 된 건
스스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나를 위한 목적인가?
열심히는 할 수 있지만
목적을 이루는 것이
과연 컨트롤 가능한 영역인가?
1-2년을 그리 살다가
어느 날 거울을 봤는데,
아무 일 없는데도 화가 난 것 같은 나를 봤다.
잔뜩 찌푸린 미간.
일자로 굳어진 입매.
짜증스러운 눈까지.
얼굴이 그렇게 된 건
사실 이유가 있었다.
뭔가 이루기 위해
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시간을 쓸데없이 쓴다고 생각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울컥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쓸데없다 생각했던 것 같다.
쌓아 올렸던,
아니 쌓아 올렸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 무너뜨렸다.
하고 싶은 것들과
꼬박꼬박 해내고 싶은 것들로만
내 세상을 다시 채웠다.
앞으로 뭘 하고 싶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사실 앞으로 뭐가 되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게 없다.
그저 삶의 대부분을 부지런하게 살고,
푹 퍼지고 싶은 날은 푹 퍼지며 살고 싶다.
얼마 전에 이동진 평론가 님의 블로그 대문을
보게 된 적이 있었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이동진 <밤은 책이다>-
우리네 인생을 계획하거나
설계할 수 있나?
계획한 삶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목표를 보며 가는 것은
오히려 목표를 이룬 뒤에
허무해지기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루하루를 온전히 정성껏 살아내는 게 아닐까.
노벨문학상을 탄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의 시집
<밤은 엄마처럼 노래한다>에서
아래와 같은 시가 있다.
내 손을 잡아
내 손을 잡아, 그리고 춤을 추자, 너와 나,
그때처럼 손을 줘,
한 송이 꽃이 되자, 너와 나,
한 송이 꽃, 그걸로 충분해.
같이 춤을 추자, 너와 나,
같은 스텝을 탐색하자,
바람에 나풀대는 어린 벼처럼,
하나 되어 흔들자, 그걸로 충분해.
네 이름은 장미, 내 이름은 희망,
하지만 이름 따위가 뭐라고,
우리는 산꼭대기에 있을 텐데,
춤만 추면 되는데, 그걸로 충분한데.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밤은 엄마처럼 노래한다>
이름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고,
같이 춤추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노래하는 시인처럼,
지금에 있고 그저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