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지치다 보면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모든 일들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낄 때 말이다.
특히 아이를 키우다 보면 느낄 수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 깨우고 먹이며 씻겨서 유치원, 학교 보내고,
또 집에 오면 간식 먹이고 좀 놀다가
밥 먹이고 다시 씻기고 재우고.
이 쳇바퀴 같은 일상들이
매일매일 반복된다.
또 어떤 직종이든지
약 10년 차가 넘어가는 때쯤
매너리즘이 많이 느낀다고 한다.
비슷한 일을 10년째 하다 보니
꼭 제자리를 걷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내가 몸담고 있는 교직 쪽도
똑같이 적용된다.
특히나 매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서
서로 어떤 사람인지 탐색(?) 하는 시기를 한두 달 겪고,
반복되는 시간표 속에서 수업을 하다가
1년이 지나면 정든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매년 반복된다.
교사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또 교사라는 직업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때가
다른 직종처럼 약 10년 차쯤에 오는 것이다.
이제 일이나 육아나
대충 뭔지 알 것 같은데,
도무지 남는 것이 없는 것 같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지만
나는 여전히 크게 나아진 것 없이
같은 자리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질 수 있다.
그러다가 남이 하는 것과 비교하다 보면
더 끝도 없어진다.
남들은 다 아이도 잘 키우는 것 같고
일에서도 많은 것들을 이룬 것 같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러다 보면
슬그머니 마음에는 조급증과 불안이 일었다.
나 혼자만 덩그라니 제자리에 있는 게 아니냐는 마음,
아니, 사실은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지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실체 없는 다른 사람들의 삶과 비교하며
늘 부족하다는 생각에 시달린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같은 자리에 있는 것도
얼마나 많은 애를 써왔던 것인지
스스로는 안다.
아이를 돌보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는 것,
하루하루가 쉽지 않았다.
아침에 제시간에 출근해서
일을 계속했던 것도 매일매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쉽지 않은 게 아니라
그 가운데에서 얼마나 잘 하려고 했었는지
스스로는 알고 있다.
그 매일매일을 보내기 위해서
참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명실상부한 연예계의 굳건한 1위,
유재석 님도 유퀴즈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 얘기 있잖아요, 유재석 제자리걸음...
내가 있는 제자리를 지키기에도 힘겹고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꼭 내가 매일, 매달, 매해 발전을 해야 되고
이런 인생을 내가 살아야 되는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시간이 지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제 입장에서는 그 제자리걸음도 너무너무 힘겨운 때였어요.
한편으로는 제자리걸음을 그나마 하고 있다는 것도
저에게는 만족스러웠어요.
만약에 그러지 않았으면 저는 지금까지 있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유재석, tvn <유퀴즈> 혜리 편
러닝머신을 타본 사람들은 안다.
계속 움직이는 트레드밀에서
넘어지거나 떨어지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발을 움직여야 했다.
제자리 걸음으로
숨을 고르는 시간이 있어야
속도를 올려 세차게 뛸 수 있고,
그다음에는 바깥으로 나가
바람을 맞으며 달려나갈 수 있다.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내가 의미 없이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굳이 성장과 발전에만 목표에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하루를 해내고 있는
나 자신을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하루의 일상을
아이와 함께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가 훅 큰 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같은 일을 하고 있어도
예전에는 어버버 당황하던 상황에서
능숙하게 대처하는 나를 보며
나도 모르게 성장했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렇게 애쓰고 노력하는 스스로를 알아주고
하루하루에 충실하다 보면,
어느새 발전해 있고, 성숙해진 나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