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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가 되어주기

by 뇽쌤



2120_upload_101713.jpg?type=w1 © Ryan Mcguire, 출처 OGQ



엄마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한 지

벌써 4년이 다 되어 간다.



곁에 있으면

뺨에 수없이 입을 맞춰주는 것이

습관이 될 만큼 아이는 말캉하고 보드라웠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갓난쟁이 아이를 사랑하는 것에는

충분한 대가가 필요했는데,

엄마로서 아이를 보살펴 주어야 했다.



아이의 컨디션을 보며

잘 먹이고 날씨에 맞게 입히며

적당한 시간에 씻기고, 또 재워야 했다.



엄마로서의 삶에 익숙해지고 나니

그제야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보겠다고

잠을 잘 자지 못했었다.



먹는 것도 불규칙해지고,

점심이나 저녁이나

어린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매번 허겁지겁 먹기 바빴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나는 누가 보살펴 주지?




나의 진짜 엄마는

너무 먼 곳에 계셨다.



이제는 적은 나이도 아니고

또 가정까지 이룬 내가

먼 곳에 계신 엄마에게

갑자기 나를 보살펴 달라며

징징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남편은 그 나름의 방식으로

나를 보살피고 있었지만

그도 나보다는

아이를 보살폈어야 하는 아빠이기도 했다.



결국 남는 것은 하나,

나뿐이었다.



나 자신의 엄마가 되어서

잘 먹이고, 입히며

씻기고 재우며 잘 돌봐줘야 했다.



"일찍 자야지."

"밥은 잘 챙겨 먹어야지."

"운전은 항상 조심하고."

"쉴 때는 좀 쉬어야지."



이제 아무도 나에게 하지 않는 잔소리를

스스로에게 해주며 내 걱정을 해준다.



어른이 되고 나면

나의 엄마가 되어 줘야 한다.



설사 지금 내가 누군가의 엄마라면

더더욱 필요하다.




image.png?type=w1 출처: 미리캔버스



스스로를 먼저 돌봐주고 보살펴 줘야

자신 너머의 타인까지 보살펴 줄 수 있다.



나를 내팽개친 돌봄은

결국 어딘가 탈이 나기 마련이다.



나의 엄마가 되어 두세 달을 살아 보니

몇몇 것들은 사실 그전만큼 잘 돌아가지는 않는다.



근데 참 신기하게도

누구도 아프지도 않고, 별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내 안색을 살펴보면서 잠도 잘 재우고

간식보다는 밥을 먹이며 잘 지낼 수 있게 하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내가 꼬마를 돌보고 키우는 것처럼

스스로를 돌보며 하는 선택들은

온전히 나를 위해 하게 되었다.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은 응원도 해주고,

도전하고 싶어 하는 일들이라면

해보라고 격려도 해준다.



안 되면 뭐 어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면 한 번 해보자.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말은

내면의 소리라고 한다.



엄마처럼

가장 마지막까지 나를 믿고

잔소리하며 챙겨줘야지.



나를 가장 잘 알고 잘 챙겨줄 사람은

결국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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