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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하나 시작했네

by 뇽쌤


묘한 알고리즘을 타고 있는지

요즘 유튜브 추천 영상으로

불교 영상이 뜬다.



인생에서 가장 먼 지점에 있는 문화 중 하나가 불교이다.



그런데 추천 영상으로

스님 강론하시는 게 자꾸 나오니

궁금해서 몇 개 봤었다.



불교도 요즘 트렌드를 맞추고 있는 게 분명했다.



'불교 심리학'이라는 심오하면서도 생소한 결합의 주제가

눈을 확 사로잡았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분! 이 분이었다!! <보만스님>이시라고 한다.



젊은 스님께서 '불교 심리학'이라는 주제로

사람들에게 강론을 하고 계셨다.



그 일부만 봤을 뿐인데,

그 영상 속 젊은 스님이 하던 말씀이 인상 깊다.



정확히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래의 흐름 이야기였다.






여러분, 여러분 인생이 왜 힘든지 아세요?
자꾸 진지해져서 그래요.
인생이 진지하면 힘들어요. 자꾸 가벼워지세요.




그 말씀 하나가 유독 인상 깊었다.


종종 하던 상상이 하나 생각났다.



어릴 때부터 소설 쓰는 걸 좋아했던 나는

삶에 여러 일들이 휘몰아칠 때

엉뚱한 상상에 빠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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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누가 나를 찍고 있는 거 아니야?'

'여기 사실 시트콤 세상 아닐까? 이건 시트콤이 아니라면 말이 안 돼!'



또 어쩔 때는 내가

게임 속 세상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상상하기도 했다.



어릴 적에 하던 프린세스 메이커나 바람의 나라같이

경험치를 올리고 레벨 업을 하며 키우던 캐릭터를

나라고 여기며 말이다.



갑작스럽게 업무가 떨어지거나

일에서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하면

'퀘스트 하나가 시작했군!'이라고 생각했었다.



퀘스트 하나를 깨면 경험치를 얻고

종종 히든 퀘스트나 보스몹을 만나

경험치 1.5배를 얻을 수 있으니

오히려 반겨도 괜찮을 과제들이었다.



물론 HP나 MP가 떨어지는 건

현생에서는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그때그때 알아서 채워줘야 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그렇게 재미있는 상상을 하나씩 하며

일부러 실제 삶에서 한 발자국 떨어졌다.




image.png?type=w1 출처: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5/07/2013050702472.html



심각한 상황 속에서

깊게 가라앉고 싶지 않아서

억지로 몸을 둥둥 뜨게 만들었던 걸지도 모른다.



실패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도

게임처럼 다시 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잠깐의 상상은

방금까지 엄청난 일처럼 느껴지던 것을

아주 사소해 보이게 만든다.



그야말로 그 순간만큼은

삶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인생이 진지해지려 할 때,

인생이 한없이 무거워질 때,

조금이나마 둥둥 떠오르려 노력하려 한다.



잘 버티고 견딜 수 있게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가벼워질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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