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한 지
벌써 4년이 다 되어 간다.
곁에 있으면
뺨에 수없이 입을 맞춰주는 것이
습관이 될 만큼 아이는 말캉하고 보드라웠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갓난쟁이 아이를 사랑하는 것에는
충분한 대가가 필요했는데,
엄마로서 아이를 보살펴 주어야 했다.
아이의 컨디션을 보며
잘 먹이고 날씨에 맞게 입히며
적당한 시간에 씻기고, 또 재워야 했다.
엄마로서의 삶에 익숙해지고 나니
그제야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보겠다고
잠을 잘 자지 못했었다.
먹는 것도 불규칙해지고,
점심이나 저녁이나
어린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매번 허겁지겁 먹기 바빴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나는 누가 보살펴 주지?
나의 진짜 엄마는
너무 먼 곳에 계셨다.
이제는 적은 나이도 아니고
또 가정까지 이룬 내가
먼 곳에 계신 엄마에게
갑자기 나를 보살펴 달라며
징징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남편은 그 나름의 방식으로
나를 보살피고 있었지만
그도 나보다는
아이를 보살폈어야 하는 아빠이기도 했다.
결국 남는 것은 하나,
나뿐이었다.
나 자신의 엄마가 되어서
잘 먹이고, 입히며
씻기고 재우며 잘 돌봐줘야 했다.
"일찍 자야지."
"밥은 잘 챙겨 먹어야지."
"운전은 항상 조심하고."
"쉴 때는 좀 쉬어야지."
이제 아무도 나에게 하지 않는 잔소리를
스스로에게 해주며 내 걱정을 해준다.
어른이 되고 나면
나의 엄마가 되어 줘야 한다.
설사 지금 내가 누군가의 엄마라면
더더욱 필요하다.
스스로를 먼저 돌봐주고 보살펴 줘야
자신 너머의 타인까지 보살펴 줄 수 있다.
나를 내팽개친 돌봄은
결국 어딘가 탈이 나기 마련이다.
나의 엄마가 되어 두세 달을 살아 보니
몇몇 것들은 사실 그전만큼 잘 돌아가지는 않는다.
근데 참 신기하게도
누구도 아프지도 않고, 별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내 안색을 살펴보면서 잠도 잘 재우고
간식보다는 밥을 먹이며 잘 지낼 수 있게 하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내가 꼬마를 돌보고 키우는 것처럼
스스로를 돌보며 하는 선택들은
온전히 나를 위해 하게 되었다.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은 응원도 해주고,
도전하고 싶어 하는 일들이라면
해보라고 격려도 해준다.
안 되면 뭐 어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면 한 번 해보자.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말은
내면의 소리라고 한다.
엄마처럼
가장 마지막까지 나를 믿고
잔소리하며 챙겨줘야지.
나를 가장 잘 알고 잘 챙겨줄 사람은
결국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