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결정장애라는 말이
유행을 했었다.
갑자기 뭔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오래 망설이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심지어 매끼니 먹는 밥조차
결정하기 어려워해서
사람들의 결정을 돕기 위해
메뉴 고민될 때 유용할 만트라 표도 있었다.
그렇게 결정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속내를 보면
밍밍하기 그지 없을 때가 많다.
딱히 싫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 좋은 것도 아닌,
그런 애매한 상태랄까.
어중간한 태도가
오히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거다.
이도 저도 아닌,
그 가운데를 선택하다 보면
여러 선택 사이에 발을 걸치게 된다.
애매하게 발을 걸쳐두다 보면
고민만 길게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만
선택을 한다.
등 떠밀리듯이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고민이 길어지면
양쪽에 다 후회가 남는다는 점인데,
"이렇게 해볼걸, 저렇게 해볼걸."
이런 후회들로
끝나고 나서도 찝찝해지기 마련이다.
나야말로 정말 애매한 태도로 살아오는 사람 중 하나다.
어떤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일까?
혹시 장점이나 단점은 없을까?
결정을 하기 전에 고민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었다.
늘 제일 좋은 선택을 하려 애를 썼다.
고민이 길어지면
불안이 같이 피어났다.
심지어 회삿돈으로 어린이 간식 5만원을 살 때도
어떤 걸 사면 더 좋은 걸 살지,
어디서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을지
몇 시간을 고민하면서 구매를 했었다.
이런 애매하고 어중간한 태도들은
좋은 점도 있긴 했다.
고민이 길어지니
진짜로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때도 있었다.
그동안에는
내가 늘 신중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선택할 용기가 없었던 때도 많았다.
선택하고 나서 그 선택을 책임질 용기,
솔직한 마음으로 선택하고 잘 되지 않았을 때 상처받을 용기.
용기가 없으니
애매한 표현과 태도,
그리고 길어지는 고민 뒤로 숨어버리고 말 때가 많았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보니
어떤 것이 제일 좋은 선택일까, 고민하기보다는
내가 선택한 것을 정답으로 만드는 삶이
훨씬 더 건강했다.
2시간을 끙끙 고민했다가
수업 준비나 업무처리도 다 못하고 집에 오는 것보다
예산 5만 원을 20분 만에 결정하고
얼른 구매해서 알차게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은 길이다.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걸 생각하고, 저걸 생각하다
오히려 실망과 불안만 늘어갔다.
어떻게 할 건지, 어떤 걸 선택할지
사소한 것들을 고민하는 시간을 길게 늘이지 말고
빠르게 선택하고 결정하려고 한다.
삶에 정해진 정답은 없으니
결국엔 내가 선택한 것을 정답으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