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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숫자가 아니라 내가 되는 것

by 뇽쌤


어떻게 살고 싶지?



스스로에게 고민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건

틈만나면 대충 생각을 뭉뚱그리던 버릇이었다.



"뭘 이런 것까지 생각해."

"뭐가 달라진다고."



틈만 나면 비집고 올라오는 말들로

생각들이 금세 흩어졌다.



남들에게는 절대 하지 않을 말인데

이상하게도 스스로에게는 쉽게 나왔다.



다시금 마음을 먹고 책상에 앉아

뭐라도 쓰며 정리해보기로 했다.



지난 번에 적었던

'10년 뒤에 원하던 나' 메모를 꺼내들어

다시금 짚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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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에 되고 싶은 나

1. 닮고 싶은 엄마와 사랑을 주고 사랑받는 아내

2. 글 쓰는 직장인

3. 노후가 걱정되지 않는 자산가

4. 건강한 몸





잃을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들만 남긴 것이었다.



로고 디자이너나 디자인, 이모티콘 제작가,

자기계발계나 내 업계의 인플루언서,

재야의 투자 고수 등은 아쉬움과 함께 다 털어냈다.



아까운 것이 없었다 하면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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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연기에서도 출중한 실력을 드러내고 있는 아이유는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포기한 건 뭐냐는 물음에

망설임 없이 '아까워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아까워하는 마음은 후회를 부르고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시간을 보내게 만든다.



아쉬움 마음도 들고 투자한 시간이 아까웠지만

포기하는 것이 있어야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덜어내고 나서

이제 저 목적들을 하나씩 구체화하기로 했다.



'닮고 싶은 엄마'가

도대체 어떤 점을 닮고 싶어하는 건지

뚜렷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가고자 하는 방향에

두리뭉실함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실행력이 떨어진다.



'건강한 몸'에서 그친다면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를

뜬구름 잡는 얘기가 된다는 것이다.




10년 뒤에 되고 싶은 나


1. 닮고 싶은 엄마와 사랑을 주고 사랑받는 아내

→ 옆에서 책을 읽고,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이뤄가는 엄마

→ "고마워"라고 자주 말하고, 저녁에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는 아내


2. 글 쓰는 직장인

→ 직장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오는 직장인

→ 저녁 시간에 글을 쓰는 사람


3. 노후가 걱정되지 않는 자산가

→ 한 사람의 월급은 마음껏 쓰고, 한 사람의 월급은 안정적 방식에 투자하는 자산가


4. 건강한 몸

→ 주 4일 최소 15분씩 운동하고 매일 영양제 먹기

→ 최소 6시간 잠자기




이렇게까지 정리하고 나니

미래의 내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지는 것 같았다.



눈치를 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둔 내 목표들은

도달점이라기 보다는

상태나 정체성에 가깝다.



팔로우 몇 만,

몸무게 몇kg,

몇 억 모으기,

내 아이의 대학 입시 같은 것이 아니었다.



쳐낼 것들을 쳐내고 나니

남은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는 정체성뿐이었다.



진짜만 남겨두니

그저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만 남았다.



또 더 나아지고 싶은 분야를

엄격하게 제한해 두니,

가족과 자산 모으기, 글쓰기, 건강챙기기가 남았다.



올해 교실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방울토마토를 키웠었다.



의외로 씨앗이 상태가 좋았었는지

금세 쭉쭉 길어져 방울토마토 줄기가 웃자라기 시작했다.



키가 거의 20cm 정도 자랐을 때쯤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시들해지고

도무지 꽃을 피울 생각을 안 하는 것이었다.



잎이 무거워서 줄기가 기울기도 하고 말이다.



그제서야 방울토마토를 잘 키우는 방법을 찾아봤는데,

거기서 알려주는 제일 중요한 점은

영양제나 햇볕 쬐어주기가 아니었다.



'가지치기'와 '지지대 세워주기'다.



방울토마토의 큰 줄기들 사이에

'곁순'이라 부르는 새끼 줄기들이 나는데,

이 곁순을 인정사정 없이 잘라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했다.



또 쓰러지지 않도록

길고 단단한 지지대를 옆에 세워

길쭉한 줄기가 넘어지지 않게 해줘야 했다.



앞으로도 살다보면

계속해서 인생의 '곁순'이 자랄 거였다.



이 곁순을 제때 가지치기해줘야

삶이 휘거나 쓰러지지 않을 거였다.



구체적으로 세운 목표들은

삶이 쓰러지지 않게 붙잡아주는

나를 위한 지지대가 될 것이었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진짜'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그렇게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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