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1인 가구는 어떤가요?
본가에 안 간지 어느덧 50일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한 달에 한 번은 꼭 가는 편이었는데, 지내다 보니 독립 후 가장 최장 시간 동안 집에 가지 않았네요. 때문에 주에 한 번은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두 분 다 연세가 있으셔서 백신은 예약하셨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등 노부모 맞춤형(?) 안부를 전하곤 합니다. 영상통화를 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두 분의 얼굴을 통해 세월의 흐름을 직감한다는 것입니다. 함께 살았을 때는 그들의 흐르는 시간을 잘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떨어져 살다 보니 내 부모가 어느새 70대 노인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습니다.
감성적인, 신파적인 글을 쓰려는 건 아닙니다. 두 분의 나이 든 모습을 보면서 든 생각은 어쩌면 '시간'이란 개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을 통해 매일매일 물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1인 독거가구로 등록되어 있지만, 저는 4인 가족의 구성원이기도 합니다. 부모님 두 분과 위로 8살 차이 나는 남자형제가 있습니다. 저는 소위 늦둥이로 태어났는데요. 엊그제는 남자형제랑 어린 시절 사진을 주고받으면서,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그와 손잡고 마실 다녔던 이야기나 제 이름 앞에 '애기'란 호칭을 붙이던 시절을 웃으며 회상했습니다. 그랬던 시절을 지나, 저와 형제 역시 이제는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어요.
시간은 무섭게 흐른다는 말이 있죠. 저는 부모님의 얼굴을 통해 시간을 체감할 때면 그런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제 시간 역시 흐르고 있기 때문에, 나름 삶의 짬바가 쌓이면서 느끼는 점은 무섭다고 해서 회피하거나 도망치면 나중에 더 큰 골칫덩어리가 되어 돌아오더라고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대비를 하고 정면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는 편 입니다.
독립한지 9개월 정도가 되었는데요.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계약기간이 2년이니까 이제 1년 3개월 정도가 남았습니다. 제가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1년 3개월이란 뜻이기도 한데요. 이 집에 들어와 결심했던 것은 반드시 이전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어 나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지식이 됐든, 경험이 됐든, 주머니 사정이 됐든 간에요.
이를 위해 하고 있는 게 운동과 경제공부입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주 2회 정도 러닝을 하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하는 것도 있지만 지구력을 올리기 위해 달리고 있어요. 그리고 달리다 보면 온갖 잡생각이 없어져서 약간 중독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저는 생각과 걱정이 많은 인프피라 러닝이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더라고요. (만국의 인프피들이여, 러닝하라!) 두 번째로는 경제공부가 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금융문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공부가 필요했습니다. 제 자신이 잘 살기 위한 것도 있지만, 부모님의 노후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보다는 필수의 성격이 더 강한 편이에요. (쫄보라 공부만 하고 있다는 게 함정)
50일째 집에 안 가면서 느끼는 점은, 독립 초반엔 매 주말마다 본가에 갔는데 이렇게 달라진 제 자신을 보면서 뭐라도 바뀌긴 바뀌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도 시간이 물성으로 나타났네요. 다른 1인 가구 분들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독립 전과 후로 삶이 얼마큼 달라졌는지, 시간의 물성이 당신에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지를요.
당신의 1인 가구는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