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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을 했다

나에게는 조금 용기가 필요했던

식당에서 혼밥 할 일이 드물었다.

사실 집 아닌 곳에서 혼자 밥 먹은 건 처음이다.


오늘 일부러 식당으로 가서 혼자 만두칼국수를 주문했다.


아무런 이야기 없이 혼자 앉아 칼국수 면발을 야금거린 시간.

점심시간이 지난 후라 아무도 없던 식당에서 나는
국물 한입, 칼국수 한줄기, 사각거리는 단무지를 먹었다.

원래 같으면 빌린 책을 들고 집에 가
혼자 반찬을 꺼내 요기를 하거나 라테 한 잔으로 점심을 때우거나 정 입맛이 없는 날은 라면 하나로 식사를 대신하지만 오늘은 일부러 혼밥을 하러 갔다.

나에겐 드문 경험인 혼밥은 사실 조금 용기가 필요하다.
시간과 상황에 혼자 먹어야 하거나, 혼밥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많을 텐데 나는 혼자 밥을 먹으면 뭘 하면서 먹지..라는 생각 먼저 들었던 것이다.

휴대폰을 보면서는 밥을 먹지 않겠다는 나름의 이유 없는 고집으로 그릇에서 눈을 떼지 않고
밥을 먹다 읽던 책을 마저 읽으며 남은 식사를 마쳤다.

분명 혼자 먹는 밥인데 간간이 가족들 얼굴이 스쳐가던 이상한 혼밥.

책도 다 읽고 늘 남기던 만두칼국수도 한 그릇 다 먹고
계산을 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헛헛하던 마음을 칼국수가 눌러주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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