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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속 공기에 대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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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공기에 대해 생각한다.

예전에 나는 침실 120 흰 책상에서 글을 쓰고 일을 했었다. 거실에는 소파가 없이 6인용 큰 테이블이 있었는데 테이블과 책장 2개가 거실가구의 전부였다.

이사 후 공간이 달라지며 거실을 가득 채우던 책들은

침실 옷장 구석으로 배치됐고 소량의 책은 소파 뒤 낮은 책장에 넣었다.

내가 가진 책들은 2단 낮은 책장으로는 턱도 없는 양이다.

거실 식탁에서 글을 쓰고 일도 하고 있다. 그런데 뭔가 미세하게 기분이 다르고 집중이 되지 않는다.

이사로 적응 중인가 공간의 변화 때문인가 하다 문득 그 공간이 주는 공기에 대해 생각했다.

긴 시간 글을 쓰고 책을 바라보고 뽑아 읽으며 나름 일체화되어있던 공간이 한순간에 달라지면서

나름 내적인 지진을 겪고 있는 중인데 이 마음을

남몰래 내면의 자연재해를 겪는 중이다.라고 일기에 끄적거리기도 했다.

집중이 힘들고 글을 쓰다 마무리를 못하며 책장은 소파에 가려져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으니 덜 손이 가고

옷장에 처박혀 있는 것 같은 책들에게는 괜한 미안함과 죄책감 같은 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이런 마음을 누군가에게 말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 같아 말하지 못했다.

공간이 주는 느낌과 공기가 있다. 익숙하던 공기가 달라지니 내 온몸 세포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고개를 돌리며 보이던 것이 안 보이고 혼자 뭔가를 할 수 있는 1인의 공간이 사라지면서 네이버에 1인용 작은 책상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식탁이 아닌 다른 공간이 절실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둘러보니 마땅한 장소가 없다.

그냥 밖에를 보면서 글을 쓰면 더 집중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옷장에 들어가 있는 빛 못 보는 책들을 조금 꺼내

그 책상 옆에 배치해두면 좋겠다 정도이다.

장바구니에 책상을 담아놓고,

나는 이 이상 야릇한 마음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조급한 마음으로 첫 문장을 썼다.

아직 맥락이 잡히지 않았지만 첫 문장을 시작한 이상 언제나 마무리는 있다.

아마 공간과 공기에 대한 소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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