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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들을 둔엄마의 자존감찾기
07화
가족 간의 대화 "복면가왕"이 있다면?
by
생성형 AI 강사 숏폼 강사 허지영
Apr 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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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실 병원에 입원해 있다 보면 옆 침실에 누가 들어왔고
어떤 사람인지 한 시간 아니 한십 분만 앉아있어도 알아버린다.
문에 기대에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커튼 사이로
아이와 부모와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소아병동이라 보호자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옆 침대에 있던 6개월 아기 유이가 침상을
떠나고 초등학교 3학년쯤 되어 보이는 지훈이가 입원했다.
폐에 고름이 차서 열이 안 떨어져서 입원했다고 이름도 병명도 커튼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아들이 말을 안 들어서 말 잘 듣는 주사약을 찾는다며 큰 주사를 놓아달라고 간호사 선생님들께 부탁한 엄마는 얼핏 보면 워킹맘에 아들에게 무관심 엄마일 거라 생각했지만, 이들은 계속 웃고 농담을 했고 게임 좀 그만하라는 중간중간의 타박만 있었다.
나와 딸내미의 우스운 농담을 커튼 너머로 듣고
깔깔깔 웃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고 (마치 똥 얘기하면 까무러치는 아이들처럼) 자기 전까지 엄마와 아들은 배스킨라빈스 31게임을 하고 소근소근 거리며 잠들었다.
나는 점쟁이도 미래 예언가도 아니지만 이 모자는 아이가 사춘기가 돼서도 별 탈 없이 장난치며 농담하며 게임 좀 그만하라는 잔소리와 함께 지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앞 침대에는 중2~3 정도 보이는 남자아이가 입원해있는데
아빠가 보호자로 와계셨다.
처음에는 아빠랑 아들이 둘이 누워서 게임만 하고 있었기에
이부자에게 특별한 호기심이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차분하고 차근차근하게 아들의 학교 선생님과 전화 상담하는 설명에 놀라 귀를 쫑긋 세우며 커튼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성적이나 학교생활에 관심도 많으셨고 학생부에 성적 기록하는 부분에 대해
"선생님 이 파이를 이렇게 나눠서 저성적과 합산해서 성적을 처러하신다고 하셨는데(어려운 용어라서 잘 기억이 안 난다) 제가 이해한 부분이 맞나요?"라고 말씀하셨는데 공손하면서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시려는 성품이 언어에도 묻어 나오셨다.
그 뒤로 부자를 지켜보니 아버지는 아들과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셨고 이번에 평균성적이 안 나왔으니 다음에는 이런 계획으로 나가보자며 아들에게 제안하셨고 아들도 아버지에게 차근차근 성적에 관해 혹은 향후 계획에 대해
둘은 끊임없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성적대화가 끝난 후에도 다른 주제로 방향을 틀어 이야기를 했는데 앞 침대라 잘 들리지 않았다.
화장실 지나가다 얼핏 아들의 모습을 보니 평범한 여드름 많은 사춘기 남자 아였지만 훌륭한 부모가 있으니 얼마나 든든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큰 유산을 받은 사람처럼
빛이 났다.
얼굴이 보이지 않고 커튼 너머로 들을 수 있는 아이와 부모와의 대화가 참 신기했다.
퇴원하면 반전이 있으라나?ㅎㅎ
어젯밤에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숨이 갑자기 턱 막혀 왔다.
어디선가 담배냄새가 났고 우리 옆 침대의 보호자가
남자분이었는데 그분이 담배를 피고오 신모양이다.
고등학생 여자아이가 입원해있는데
아이 아빠는 전화통화로 계속 누군가와 싸우기만 하셨다.
싸우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대화하시면서 계속 답답함을 토로하셨고 그 외에는 별말씀이 없었다.
딸아이와 대화 나누는 소리도 들을 수가 없었다.
신기하게 이 여학생에게는 정형외과, 내과, 신경외과, 정신과 선생님이 계속 돌면서 회진을 하셨는데
정신과 선생님 빼고는 모든 선생님이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이 여학생은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타고 있었고 다리도 지속적으로 저려서 통증을 수도 없이 호소했다.
3시간 전에는 머리가 아파서 견딜 수 없다고 해서 진통제를 먹었고 그 후에는 팔이 저리다고 했다.
또 오늘은 갑자기 변을 보다가 피를 봤다고 했고
배가 아픈데 왜 말을 듣지 않아 주냐고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께 하루에도 몇 번씩 불만을
이야기했다.
너무 답답했던 건 의사 선생님이 설명을
하셔도 아빠와의 면담은 벽과 이야기하는 것 같았고 결국, 의사 선생님은 정신과 선생님의 소견을
말씀해주셨다.
아이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이라 나가서 이야기를 하고 돌아오셔서 들을 수는 없었지만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빠는 딸과 아무런 말씀도 나누시지 않으셨고
아이가 통증을 호소해도 "어디가 아프니"라는 질문도
하지 않으셨다.
"내일 출근해야 하니깐 일찍 가야 해 빨리 지금 말해" 아이가 배고프다고 말했다가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괜찮다고 바로 말을 돌린다. 그리고 휙나가버린 저 무심한 아이의 아빠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침묵만 흐르던 아이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아빠가
자신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의사들이 나한테 항우울증 약을 줬다며 내가 우울증 환자라며 펑펑 울기 시작했다.
커튼 사이로 어쩌면 두 번 다시 안 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각기 다른 가족들의 다른 모습에 나는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봤다.
입원해 있는 딸에게 집에서 잔뜩 책을 가지고 와서
책도 읽고 또 꼬드겨서 영어 원서 책도 읽어 보자 했던 나는
커튼 사이 너머로 엄청 극성인 엄마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감사히 아이와 지내는 5일 동안 깔깔거리며 배 터지게 웃기도 했고 병실에서 체육시간이라며 춤도 추고 끊임없이 이야기가 흘렀던 시간이었다._
커튼 너머로 들리는 아이와의 대화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나는 어떤 모습의 부모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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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육아일기
엄마
Brunch Book
사춘기 아들을 둔엄마의 자존감찾기
05
사랑을 무게로 안느끼게
06
입원은 처음인 모자란 엄마입니다.
07
가족 간의 대화 "복면가왕"이 있다면?
08
전업주부 13년 내가 잘하는것은 무엇일까?
09
나에게도 직업이 생겼다.
사춘기 아들을 둔엄마의 자존감찾기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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