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intro 이진영 동네커피 대표는 어릴 적부터 자꾸 강아지가 눈에 밟혔다. 강아지들은 유독 그녀를 잘 따랐다. 이 대표는 처음엔 그게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강아지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 몰라서 무력감이 컸기 때문이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했던 시절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게 맞다 싶으면 하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둔다.
작은 실천이 주는 '친환경 보람'_이진영
진영 : 2년 전에 차를 팔았어요. 경유 SUV차를 갖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그다지 쓸 일이 많지 않더라고요. 부모님 댁 갈 때나 아이들(반려동물) 데리고 병원 갈 때나 타지요. 사실, 서울에선 주차하기도 힘들고 환경부담금도 내야하는데 대중 교통만으로도 사는 데 큰 지장이 없겠다 싶었어요. 지난해부터 그녀는 소비를 대폭 줄였다. 식비가 많이 줄었다. 시즌마다 큰 고민 없이 구매하던 옷들도 "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환경 때문이었다. 진영 : 빨래를 너무 자주하는 것도 환경을 오염시키는 큰 원인이라는 방송을 봤어요. 물을 많이 쓰는 데다 세제도 사용해야 하니까요. 어? 나 빨래 되게 자주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자 그럼 빨래를 자주 하지 않도록 옷부터 줄여야겠다고 마음 먹은 거죠. 물론 제가 평소에 옷을 막 엄청나게 샀던 건 아니랍니다. (웃음) 커피숍을 운영하는 대표로서 일회용품 사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2009년 개업 초기부터 손님들에게 친환경 카드를 내밀었다. 커피를 담아갈 수 있는 컵이나 텀블러를 가져오면 할인해주는 식이다. 당시에는 손님들 반응이 지금 같지 않았다. 진영 : 초기에 어떤 사람들은 진짜 커다란 대접을 가져오기도 했었어요. 일부러요? 진영 : 네 맞아요, 놀리듯이. 약간 그런 게 있었어요. 이에 대처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런 분들이 다수는 아니어서 막 힘들진 않았는데 기본적으로 텀블러 등을 가져오시는 손님이 거의 없었죠. 이제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데다 환경 운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거창한 운동까진 아니더라도 일단 저희 카페에 오시는 손님들은 기본적으로 개인용 컵을 가져오시더라고요.
창덕궁 옆 원서동에 자리한 동네커피. 그 근처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가 있다. 점심 식사 후 제동 골목을 구석구석 누빈 뒤 복귀하는 회사원들을 위해 이 대표는 그나마 환경에 덜 유해한 용기에 커피를 담아 내어준다. 진영 : 저희 매장 내에서는 일절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아요. 잔은 다 머그나 유리잔으로 내어드립니다. 점심에 찾아오시는 회사원들에게만 테이크아웃잔이 사용되는데, 전부 생분해 재질 컵을 쓰고 있습니다. 예전에 쓰던 일회용컵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뭐랄까요. 쓰는 재미가 있어요. 생분해 재질 컵을 쓴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서 마음도 더 편해졌어요.
테이크아웃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쓰지만, 생분해 재질의 컵과 빨대를 사용한다. 사진 제공: 이진영 님
그녀에게서는 살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환경 감수성이 느껴졌다. 살아있는 것에 관심이 컸다. 스러져가는 생명을 거두지 못해 무력감을 느끼던 소녀는 어느덧 원서동 풍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네커피의 사장님이 되었고 길고양이나 유기견들을 넉넉히 돌봐줄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 있었다. 진영 : 나로 인해, 나아가 사람 때문에 다른 생명체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힘들어요. 다른 생명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가 없잖아요. 사람으로 인해 자신의 안위가 결정되는 구조가.. 사람으로서 너무 미안한 거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대형 산불, 호주 산불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리고 바다에서 플라스틱 때문에 변이되는 생명체를 알게 될 때마다 마음이 힘들어요. 지구에 사람이 해악을 저지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인간 때문에 죽는 동물들은 무슨 죄가 있는 걸까요.
진영 대표와 함께 사는 (좌)짱구 (우)웅이, 사진 제공: 이진영 님
글로벌 IT 기업들이 냉각 효과와 장소 확보를 위해 바다 속에 서버를 보관한다는 소식에도 그녀의 촉수가 뻗쳤다. 환경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장기적으로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돼버린 상황을 인간이 초래했다. 인간이 너무 큰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닐까. 이렇게 뻗어나간 생각의 가지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그 뿌리에 강력한 존재가 있다. 바로 엄마다. 대표님의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누군가요? 진영 : 엄마요. 지금 돌아보면 엄마가 친환경으로 사셨어요. 일단 일회용품을 거의 안 쓰셨어요. 화학 성분이 들어간 조미료, 화학 감미료도 일체 사용하지 않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생활이 그냥 삶 속에 자연스레 베 있었어요. 어딜 가시더라도 걷길 좋아하셨죠. 학교 다닐 때 물통에 숭늉 담아 주시던 엄마였어요. 도시락도 손수건으로 싸 주셨고 장 보러 가실 땐 꼭 장바구니를 들고 출발하셨습니다. 재밌는 건 외할머니도 그렇게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걸 내리 사랑, 아니 내리 환경 보호라고 해야할까요? 그게 좋았어요. 언제 한 번 엄마한테 물어봤어요. "엄마 어떻게 그렇게 계속 했어?" "뭐 그게 별 거야?"
진영 대표는 어머니로부터 배운 생활의 지혜를 하나하나 실천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진영 님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삶은 유별난 게 아니다. 환경 보호는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 그냥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다. 인간이 살면서 선택할 수 있는 조금 덜 유해한 삶. 내가 조금 수고로울지언정 다른 생명에 부담을 주지 않는 삶. 이진영 대표가 엄마를 보며 배운 삶의 지혜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작은 호흡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진영 대표와의 짧은 대화를 통해 줄곧 곱씹게 된 물음이다. Boho works Magazine Team Editor 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