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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보호자들

환경을 보호하는 힙한 비누 제작자

보호자들 바소랩 조윤주 님

by 정병진

Editor's intro


바소랩 조윤주 님은 부산에서 비건 비누를 만든다. 예민하고 건조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화장품을 알아보다가 우연히 비건 개념을 접한 조 대표는 이 발견을 사업으로까지 확장했다. 비누 클래스를 열어 비누 제작법을 가르치고 수강생들과 비건 정보도 서로 공유한다.




수강생들과 비누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환경이나 비건 관련 이야기도 자주 나누시나요?


네, 아무래도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거나 비건이신 분들이 클래스를 찾아오시거든요. 그래서 동물성 원료나 팜, 아보카도 오일 없이 클래스를 진행하는 취지를 잘 이해해주십니다. 포장재로 종이만 사용해달라거나 아예 용기를 각자 들고 와달라는 요청에도 적극 응해주시고요.


이미 자신만의 방법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계신 분들이다 보니 서로 배우고 공유하는 게 많아요. 주로 비건 식당이나 카페를 소개하고, 비건 요리법 내지 비건 식재료 구매처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죠.


수업에서 만든 제품은 수강생들이 직접 들고 온 용기를 활용한다. 사진 제공 : 조윤주 대표


비건 비누는 기존 비누와 어떻게 다른가요?


비건 비누는 식물성 원료만 사용한 비누예요. 특히 식물 원료 중에서도 팜유, 아보카도유를 사용하지 않은 비누를 비건 비누라고 할 수 있어요. 팜유와 아보카드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 문제가 발생합니다. 환경단체들이 팜유, 아보카도유 산업 자체를 반대하는 이유라고 하더라고요.


팜유는 기름야자나무의 열매를 이용해 만든다. 저렴한 가격과 좋은 품질 때문에 196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 문제는 더 많은 생산을 위해 엄청난 면적의 숲을 태워버린다는 점이다. 전 세계 팜유 생산의 85%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숲에서 나오는데, 이런 이유로 이 지역이 불타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발행한 'The Long Read'에 따르면 2억6100만 명이 거주하는 인도네시아에서 팜유 생산 때문에 가장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한다. 수많은 야생 동식물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다.


아보카도 역시 마찬가지에요. 아보카도 최대 생산지가 멕시코인데 매년 여의도 면적의 50배 넘는 숲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나무를 키울 때 물 소요량이 어마어마해서 정작 재배지 근처의 주민들은 물을 제대로 쓸 수 없다고 해요. 열매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320리터 정도의 물이 들어가는데, 농장 전체를 하루만 운영해도 1천 명이 쓸 물과 맞바꿔야 할 정도라고 알고 있어요.


물론 기존의 동물성 원료(라드유, 마유 등) 역시 환경을 심각하게 해치는 과정으로 만들어져요. 첨가물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바소랩의 대표 업싸이클링 비누. 부산의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빚고 남은 찌꺼기 '지게미' 를 활용해 만들었다. 팜 프리 비누.


비누 제작 과정에 보통 일회용품이 많이 들어간다고 들었는데 대표팀은 어떻게 하시나요?


https://www.bohoworks.com/product/untitled-26


맞아요. 비누 만들 때 보통 일회용품을 많이 써요. 특히 디자인이 가미될 때 종이컵이나 일회용 나무 막대기를 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공방 하시는 분들도 대체품을 속속 마련하시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클래스 진행할 때 종이컵 대신 유리 비커를 써요. 나무 막대는 설압자를 활용하죠. 이런 식으로 공정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비건을 접한 일과 별개로 비건을 실천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음.. 일단 비건 화장품을 사용하거나 일상용품을 대체하는 건 충분히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처음에 비건 식생활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죠. 그러다 결국 비건 식생활도 시작했는데, 환경 때문이었어요. 환경을 보호하는 데 식생활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공장식 대량 축산업에서 막대한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비건 식생활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지구 건강 또한 장기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텀블러, 에코백을 쓰더라도 육식을 끊는 것만 못하다는 점이 충격적이었어요.


일상에서 비건 식생활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완전 비건 식생활은 어렵더라고요. 혼자 식사할 때는 괜찮지만 집사람(남편)이 비건이 아니라서 같이 외식할 때에는 고깃집을 가곤 하거든요. 가서 앉아 있으면 아무래도 최소 한 조각 정도는 먹게 되는데요... (웃음) 그래도 예전보다 고기 소비량 자체가 많이 줄었어요. 비건을 다짐한 뒤로는 고기 반찬은 일절 만들지 않고요. 외식 횟수 자체도 줄었습니다.


결론은? 지금은 비건을 지향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하루는 비건, 하루는 *락토오보, 하루는 페스코, 어떤 날은 플렉시테리언,이렇게 자꾸 하루 걸러 변하는 것 같아요.


식생활 외에 다른 실천들도 궁금해요.


쓰레기를 안 만들려고 노력해요. 텀블러, 장바구니 쓰면서 일회용품을 안 씁니다. 휴지보단 손수건을 사용해요. 액체 세정제를 사지 않고 비누를 만들어 쓰지요.


특히 면생리대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여성용품으로 소비되고 버려지는 쓰레기가 너무 많거든요. 결혼 전부터 시작한 건데 활동할 때 불편감 없이 사용감이 좋아요. 생리컵도 마찬가지입니다. 활동에 지장이 없고 불편감이 전혀 들지 않아요. 다만, 관리가 불편한 건 감수하고 있어요. 빨래도 해야 하고 흔적이 남지 않도록 세탁에도 신경을 더 써야하거든요. 메이크업 지우기도 힘든데 이것까지 하려면 힘들 때가 적지 않습니다. 생리컵도 사용할 때 연습이 필요해요.


그럼에도 일회용 여성용품을 다른 용품으로 대체하는 건 환경과 내 몸을 위해 정말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비록 번거로울 수 있지만 시도 대비 만족감이 굉장히 높기 때문입니다.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면 생리대. 환경도 보호하고 여성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사진 제공 : 조윤주 대표


자신와 지구의 건강을 위해 약간의 불편을 조금 더 감수하는 삶을 말하는 조윤주 대표의 눈빛은 그 순간, 더 빛이 났다.


혼자 실천하는 것보다 누군가와 연대하면 조금 더 수월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환경 보호나 비거니즘을 위해 참여하고 계신 활동이나 모임이 있나요?


있으면서도 없어요. 비건, 환경 보호 관련 모임이 많은데, 제가 성실하게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정식 가입하지는 않았어요. 혼자서 실천하기보다는 다같이 서로 응원하고 다독이면서 실천하는 게 좋다는 건 알지만, 제 여건상 힘든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연대의 힘을 믿어요. 특수한 사정이 생기면 참여할 것 같아요. 깍두기 회원등급 같은 게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웃음) 마음만은 연대하고, 참여하는 곳들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참여하는 모임은 ‘있으면서도 없다’고 대답하고 싶어요.


코로나 2.5 단계 격상 전 비건 마켓에 참여했다. 비건을 주제로 다양한 브랜드가 함께 모였다. 사진 제공 : 조윤주 대표


부산에 살고 계신데, 환경 보호 측면에서 부산은 어떤가요?


글쎄요. 도시라서 그런지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이 떠오르네요. 편의 시설이 많은 만큼 일회용품 또한 흔하게 쓰이는 것 같거든요. 장점을 찾아보자면, 비건 식당, 카페, 베이커리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건 식당이나 카페, 관련 사업 등이 요즘 굉장히 ‘힙하다’ 이런 느낌이 드는데요. 부산의 경우 이런 곳들이 남천동이나 망미동, 해운대 등 번화한 동네에 주로 생기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우리 동네 어디에서든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상점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남과 잘 어울리면서도 생명과 환경을 위해 채식을 지향하는 의지, 작은 비누 공정에서도 환경을 배려하는 마음, 살갗에 닿는 용품을 바꿔 환경 뿐만 아니라 내 몸의 건강까지 챙기는 부지런함이 조윤주 대표를 말해준다. 앞으로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그녀의 바람은 뭘까.


그냥.. 비건이라는 게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인지됐으면 좋겠어요. 특별한 게 아니라는 인식이 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령, 옛날에는 우유 마시는 게 건강에 만능처럼 여겨지곤 했잖아요. 그래서 학교에서도 막 단체로 마시고. 그런데 우유를 체질적으로 잘 분해하지 못하는 분들이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우유를 마실 수가 없죠. 그래서 우유를 체내에서 잘 분해할 수 있도록 한 단계 더 거친 제품이 출시되듯 비건도 그냥 자연스러운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됐으면 합니다.


비건은 알게 되면 안 할 수가 없거든요. 몰라서 안 할 뿐이지, 선택지가 없어서 혹은 본 경험이 없어서 그렇지 자연스러운 선택지로 우리 앞에 놓이게 되면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또 하나의 옵션이 될 것 같습니다.



Boho works Magazine Team

Editor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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