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너도 격하게 공감할 껄? 네 10년 인생 통틀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름.
봄.
우리 종로 팔판동 한옥에 살 때 기억나지?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던 밤이었어. 밤새 고양이가 어찌나 울어댔는지 몰라. 아침이 다 되도록 울음을 그치지 않았지. 악을 쓰며 우는데 목이 다 쉰 느낌이었어. 엄마 아빠는 무슨 일인가 싶어 아침에 고양이 소리가 나는 골목으로 가봤어.
네 주먹 만한 고양이가 있더라.
누가 봐도 버려진 노란 빛깔 고양이였어. 죽어가고 있었지. 눈은 크게 부어 있었어. 앙상하게 뼈만 남은 작은 생명이 메마른 목소리로 '빽빽' 거리며 절박하게 울부짖었어.
죽음이 자신을 삼키려는 걸 알았던 걸까.
쉬지 않고 울더라고. 몸은 어찌나 떠는지, 우리말에 '사시나무 떨듯'이란 표현이 있거든? 그 차원이 아니라 태풍에 흔들리는 소나무 가지처럼 떨었던 기억이 나.
봄을 처음 만난 날, 봄이는 많이 아팠어.
급히 마련해준 담요에 몸을 집어넣고 몸을 녹이는 가련한 아기 고양이에게 너는 '봄'이란 이름을 붙여줬지.
얘가 따뜻한 걸 좋아해. 그래서 봄이야
그렇게 우리 가족에게 스며든 봄. 봄은 개냥이었어. 우리 가족을 너무 좋아했지. 우린 모두 봄이의 엄마였고, 너는 그 중에서도 봄이의 가장 친한 친구였단다.
1차 병원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상처 속으로 작은 구더기가 봄의 앞다리를 망가뜨렸던 날, 너는 근처 종합동물병원으로 쏜 살 같이 내달렸어. 봄이를 꼬옥 끌어안은 채. 네가 한 발 늦었더라면 아마 봄인 그때 그 수술을 못 받았을거야.
경황 없이 수백만 원이 깨졌지만, 아빠가 봄이 수술을 해달라고 의사 선생님께 말했던 이유가 뭔지 아니? 네가 슬퍼할까봐? 아니.
봄이가 살려고 발버둥쳤기 때문이야.
생을 포기한 동물은 곡기를 끊고 굶어죽어. 하지만 봄이는 달랐어.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뭐라도 더 먹으려고 애썼대. 봄이 입장에선 그게 최선이었을거야. 먹이를 먹는 것. 뭔가를 목구멍으로 넘기는 것. 이런 걸 삶의 의지라고 할 수 있지. 결국 봄인 죽을 고비를 수십 차례 넘기고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어. 그 작은 녀석이, 죽음의 문턱을 스스로 넘어선거야.
결이도 살다보면 정말 지치고 힘든 시간을 만나게 될거야. 사람은 누구나 그런 순간을 맞이하거든. 죽고 싶을 만큼 힘들 수도 있어. 아빤 그럴 때마다 네가 봄이를 떠올렸으면 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던 봄의 짧은 생을 말야. 그 작은 생명이 내뿜었던 강한 삶의 의지는 결이 뿐만 아니라 아빠에게도 큰 힘을 준단다.
우리도 살자. 힘을 내서 살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