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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병진 Jun 25. 2023

"콘서트 후 성폭행 당했어요" 독일판 미투

독일 밴드 람슈타인의 보컬 틸 린데만, 성범죄 혐의로 이슈

요즘 독일 방송 뉴스나 인터넷 언론을 열면 첫 꼭지를 장식하는 주요 독일 이슈 중 하나가 있습니다. 독일판 미투가 불거진 겁니다. 한 북아일랜드 여성이 지난 5월 독일의 유명 록밴드 람슈타인의 보컬 틸 린데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람슈타인의 보걸 틸 린데만. 출처: Rolling Stone



증언에 따르면 당시 리투아니아에서 콘서트를 마치친 틸 린데만이 이 여성을 에프터파티에 데려와 약물을 투여하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합니다. 이 여성의 공개발언 이후 다른 여성들도 자신도 비슷한 수법으로 당했다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이 람슈타인이라는 밴드가 유럽 투어 공연 중인데요. 베를린에서는 시민들의 공연 금지 청원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수사 당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독일 베를린 검찰은 틸 린데만에대한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베를린 검찰청 대변인은 지난 금요일(16) "틸  린데만에 대한 예비 수사가 시작됐다"며 "성범죄 및 마약 유통 관련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틸 린데만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공연 실황 모습                                




현재 유럽 투어 일정으로 7월에 베를린 공연이 잡혀 있는데, 이 공연을 취소하라는 시민들의 반대 시위가 잇따르지만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고, 올림픽 슈타디움 전석이 이미 오래 전에 매진된 상황이서 야외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그대로 가고, 실내에서 진행되는 에프터파티만 취소됐습니다.


독일에서의 미투 논란이라, 생소하기도 한데요. 람슈타인이라는 밴드는 어느 정도로 유명한 걸까요? 저도 딱 떨어지게 말씀은 못 드리겠습니다, 워낙 사운드가 강렬한 헤비메탈 음악을 하는데다 이 공연의 특징 중 하나가 거대한 화염방사쇼인데, 이게 굉장히 위험하기도 하고 한국에서 그간 경험해온 '인기 가수'의 이미지와는 결이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한국의 윤도현 밴드에 부활 더하기 국카스텐 정도의 인기와 인지도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슬픈 이름의 밴드 람슈타인


람슈타인, 독일과 유럽인들에겐 굉장히 충격적이고 가슴아픈 사고와 관련이 깊습니다. 바로 1988년, 분단 당시 서독의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열린 에어쇼 도중 대참사가 발생했던 건데요.



실제 충돌 장면.                                




이탈리아 공군의 곡예 비행팀인 프레체 트리 콜로리가 하트모양을 그린 뒤 이를 관통하는 비행을 하다가 하트를 관통하는 역할을 하는 비행기 중 한 대가 다른 비행기와 충돌해 3대가 그대로 폭발하면서 추락했습니다. 당시 그 자리에 30만 명의 관중이 운집해 있었습니다.


항공기 잔해가 땅으로 떨어지면서 구경하던 관객 30여명이 즉사했고, 중태에 빠졌던 시민들까지 총 70명이 사망, 157명이 다쳤습니다. 너무나 생생하게 방송으로 중계되고 있던 현장이 불과 몇 초만에 핏 빛 아수라장이 되면서 독일인 뿐만 아니라 유럽인들을 경악하게 만든 사고였는데요.


이 람슈타인 참사를 기리며 만든 록 밴드가 바로 람슈타인입니다. 노래 제목도 람슈타인으로 지은 곡이 데뷔곡이었습니다. 비유하기 조심스럽지만, 삼풍백화점 참사를 기리며 삼풍이라는 이름을 붙인 가수가 물의를 일으켰다, 이런 식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세월호에 빗대도 마찬가지고요.



실제 사고기 추락 장면




하지만 밴드 전체가 문제라는 게 아니라 보컬 혼자 받는 성범죄 혐의여서 틸 린데만 개인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람슈타인이라는 이름을 쓰는 밴드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는 여론부터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를 일이다라는 목소리까지 다양한데요.


람슈타인의 드러머인 크리스토프 슈나이더는 "린데만이 불법적 일을 했다고 믿지 않는다"면서도 "최근 몇 년 동안 그는 우리와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거품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언론에 흘렸습니다. 람슈타인 소속 레이블인 유니버설 뮤직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밴드의 녹음과 마케팅, 판촉 활동을 모두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이슈 속에도 투어는 계속됐는데요, 지난주 토요일(17) 스위스에서 열린 공연에서도 격렬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독일의 연예인 소식은 우리에게 낯선데요. 이 건은 '미투'라는 사회적 이슈와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인구에 회자됩니다. 특히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대참사의 명칭을 팀명으로까지 사용하는 가수라면 여론의 질타가 매서울 수밖에 없겠죠. 이번 이슈가 그렇습니다.


모습과 문화가 다 달라도, 그 근저를 꿰뚫는 인간의 본성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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