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어떤 과제나 행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기 자신의 신념입니다. 작은 과제를 잘 성공시킨 경험이 누적될수록 자기효능감이 발달하게 됩니다.
독일 교육에는 아이들의 자기효능감을 길러주는 '자격증 문화'가 잘 발달돼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쯤에는 학교 전담 경찰관의 지도 아래 아이들이 자전거 면허증을 취득합니다. 해마(Seepferd) 반부터 시작하는 수영 자격증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가위질 면허증도 있었다는 건 막내 아들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보고 깔깔깔 웃다가 '어? 괜찮은 아이디어네?' 싶었습니다.
이름하여 ScherenFührerschein! 가위 면허증이라니, 신박하지 않나요? 입학 전 Vorschule 과정 중 가위질을 배우는데요. 과제들을 완수하고 워크북을 완성하면 됩니다.
아들 녀석이 그간 작업한 과제물을 쭉 보니 제법 실력이 늘었겠다 싶었습니다. 직선과 곡선을 따라 꽤 고난도의 모양을 가위로 오려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가위질이 점차 섬세해졌습니다.
1년 간의 노력들
글자는 안 가르쳐도 가위질은 먼저 가르치는 독일 교육이 참 생경하면서도, 수긍이 갑니다. 가위질을 많이 하면 손의 소근육이 발달합니다. 이는 뇌 발달에 직결되는데요. 유치원 티를 아직 벗지 못한 아이들이 정식 1학년 입학 전에 학업을 위한 가위질 스킬은 물론 소근육과 뇌발달까지 한 번에 꾀할 수 있으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공동체 생활의 기본기, 즉 정리정돈과 친구에게 양보하기, 밥 제 시간에 먹기 같은 '살면서 꼭 필요한 에티켓부터 가르치는 독일 교육이 합리적으로 느껴집니다. 사람답게 사는 것이 엇인지부터 가르치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자기효능감은 덤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