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근래 가슴이 거품처럼 터져나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위에 눌린 듯 가슴팍이 뻑뻑했습니다. 숨 쉬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문득 다가오는 스톡홀름 여행이 떠올랐습니다. 폭력에 짓이겨진 영혼을 위로하는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 받으시는 한국인 작가님 아이들에게 보여주려 깜짝 계획한 여행이었습니다.
작가님을 보면 숨이 쉬어질 것 같았습니다. 왈칵 눈물이라도 쏟을 도량이었습니다. 출발 전날까지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스톡홀름에 가야해, 스톡홀름에 가야해‘
자기를 드높이는 사람들의 환호를 요령껏 피하셨던 걸까요. 시상식장 앞에 기다리던 교민들 앞에 작가님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행사장 안에 들어가셨더군요. 아이들에게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를 직접 보여주겠다는 여행의 원초적 목표는 물거품이 됐습니다. 허나 문학 속 글이 생명에 맞닿아 있음을, 글과 글이 서로를 연결하는 끈이 되어 이울어진 세상 데워주는 사랑 전할 수 일음을 오롯이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한강-
사람 무서움에 가슴 쓸어내릴 일이 점점 많아집니다. 그럼에도 용기 내어 살아내는 건, 서로를 금실로 단단히 묶은, 내 사랑하는 이들이 곁을 내어주는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