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SCIENCE 4월 편집장 메모
'女 기근'인 STEM 분야
바비 인형의 올해 나이, 환갑이다. 전 세계 140여개 나라에서 2초마다 하나씩 판매됐던 기록은 이제 전설로 남았다. 각국의 소녀들은 더 이상 긴 팔다리와 상징적인 금발을 뽐내는 바비에 예전처럼 반응하지 않는다. 금발이 너무해서일까. 바비는 여성의 이미지를 타자화하고 아름다움의 기준마저 획일적으로 만들어 소녀들에게 젠더 고정관념을 심어준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바비는 비판을 꾸준히 인정하고 개선해왔다. 피부톤과 헤어스타일, 눈동자 색깔을 다변화했다. 바비는 11가지의 피부톤과 24가지의 머리스타일, 23종류의 눈 색깔과 22종의 머리색으로 우리를 찾고 있다. 바비의 외모 다양화는 젠더 감수성의 발달과 맞물려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변화는 바비의 직업이다. 그저 화려한 외양의 숙녀였던 바비는 1965년 우주비행사로 1980년대 이후엔 카레이서와 의사, 로봇공학자로 직군을 넓혀왔다. 이런 가운데 바비를 만드는 제작사 마텔은 소녀들이 'STEM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 중이라고 밝혔다.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이 'STEM 분야'다. 경제와 산업의 근간이자 자연 세계를 관통하는 필수 학문들이다.
영국에서만 매년 STEM 일자리 4만 곳이 구인난을 겪는다. 성차별과 편견, 유리천장은 구조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애초에 학교에서부터 소녀들이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질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보완이 필요하다. 여학생들이 전공과 진로를 결정할 때는 '선생님의 태도'라는 예상밖의 변수가 작용했다. 자세한 내용을 <BBC SCIENCE> 4월호에 실었다.
"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나요?" 독일 메르켈 총리가 2021년까지만 총리직을 맡겠다고 하자 독일 청소년들이 보인 반응이다. 20년 가까이 당대표였고 14년째 총리를 지내는 메르켈의 모습을 자주 봐온 결과다. 이에 비춰 보면 비록 인기가 떨어졌지언정 모르는 사람은 없는 바비가 다양한 STEM 분야의 직업을 보여주는 일이 의미 있어 보인다.
올해 마텔은 우주비행사를 포함해 '성공한 여성 과학자'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발표했다. 천체물리학자부터 극지해양생물학자, 곤충학자 바비가 소녀들을 찾는다. "소녀들이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장려한다"는 마텔의 철학이 STEM 분야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