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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병진 May 09. 2019

없는 말 지어내는 사람

거짓말로 물을 흐리는 자

상식이나 논리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범부들은 보통 군생활 하다가 이런 류의 사람을 곧잘 만나곤 한다. 물론 사회에 나오면 기상천외한 사람 천지다. '말공장'으로 불리기도 하는 언론사도 예외는 아니다. 리포터 경력까지 헤아리면 햇수로 방송 10년차에 접어든 나도 상식과 논리를 쌈 싸먹은 분들을 왕왕 접했다.

이런 분들의 공통점은 대개 성격이 '다혈질'이라는 점이다. 불 같이 '욱' 화낸 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식는다. 동기나 선후배 공히 이런 사람은 상대하기 쉽지 않다. 애꿎은 사람들은 그저 화염에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괜한 오물이 내게 튀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폭주하는 상대에게 맞불을 놓고 럭비공처럼 관계를 던져버리는 사람도 심심찮게 봤다.


더 악질은 뒤에서 '없는 말'을 지어내는 사람이다. 불만이 있으면 앞에 불러 혼을 내든 가르치든 하소연을 하든 하면 될 일이다. 뒤에서 누군가에게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맥락없이 퍼트리는 건 바퀴벌레 같은 습성이다. 자기가 지어낸 세상을 믿어버리고 그 틀이 흔들리거나, 본인이 자랑스레 구축해놓았다고 믿는 관계가 출렁이면 마치 거미줄의 진동을 느낀 거미처럼 음흉하게 접근해 거미줄을 뿌려대는 사람. 괴질을 넘어 악질이다.

최근 특정인이 내 주위에서 나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다닌 모양이다. 평소 내 행실이나 가치관, 태도를 잠깐이라도 겪어본 분이라면 그 부정적인 말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자연스레 알 수 있으리라 조심스레(?) 장담한다. 적어도 내겐 평생 들어본 적이 없는 생경한 표현이다. 그 특정인의 이 같은 언행이 최근만의 일은 아니어서 새삼스럽진 않다. 그러나 가만히 있어서 가마니로 보이나 싶어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할 말 많다. "직접 찾아가서 불만 있으면 얘기하라고 해볼까?" 차츰 감정이 고동칠 찰나, 아내가 옆에서 다독인다.


"잠언 말씀에 '분노를 더디하라'는 구절이 나오더라고. 나도 최근 의료사고로 나를 고생하게 한 동네 병원에 극히 분노했는데 말씀 보고나서 마음을 내려놓았어. 한결 평안해지더라고" 진실이 아니라면 하나님이 자연히 아실 것이고 거짓을 듣는 다른 이들도 분별할 거라는 아내의 조언에 다시 가마니가 되어 가만히 말씀을 묵상한다. 그럼에도 켜켜이 쌓였던 억울한 마음 등이 동해 이렇게 기록이라도 남겨둔다. 이내 아내의 온후한 당부를 곱씹으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당신을 통해서는 누군가를 축복거나 은혜를 나누고 사랑이 전해지는 말과 글만 나왔으면 좋겠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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