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되지 않는 내가 되는 퍼스널브랜딩
좋아하는 일로 행복하게 일하자.
수평적 문화를 구축하고자 회사들에서는 직급을 없애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을 따라 영어 이름을 지어 부르기도 하고 '프로', '매니저'와 같은 호칭으로 통일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본인의 수식어 중 직급을 잃어버린 것이다. 내세울게 직급이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참 난감하다. 그게 나의 힘이었는데 말이다. '괜찮아, 그래도 아직 나는 대기업 삼성전자의 홍길동이니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퇴직 후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때의 나는 그냥 홍길동일 것이다. 수십 년간 회사를 위해 일하고 브랜드를 만드는데 일조했지만 나를 만들지는 못했다. 나는 그냥 홍길동이고, 수백 명의 신입사원들에 의해 낡은 부품처럼 쉽게 교체되었다.
세상은 점점 본인의 Power를 갖추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Youtube만 보더라도 그렇다. "숏박스", "싱글벙글", "킥서비스"는 스케치 코미디 분야에서 유명한 Youtube 채널이다. 각각 219만, 70만, 20만에 달하는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과거 개그콘서트와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활약한 바 있다. 그때는 무대에 한번 오르고자 PD와 작가 같은 사람들의 심사를 통과해야만 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강력한 채널을 갖추었다. 개그콘서트 공채 몇 기 개그맨이 아니라 개그맨 000이 된 것이다.*
*"과거 수입 50만원, 현재는 40~50배 벌어"...유튜브 '숏박스' 김원훈 - Insight 기사 보러 가기
퍼스널 브랜딩 (Personal Branding)은 단어 그대로 개인의 브랜드화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개념을 개개인이 갖는 것 즉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될만한 본인만의 특징을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드로우앤드류는 Youtube와 Instagram에서 퍼스널브랜딩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사람이자 이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살고 있다고 말하는 채널이다.
나는 요즘 나를 만들어나가고 표현해내는 것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 브런치의 첫 글을 "소비로 나를 만드는 법"*으로 가져간 것도 최근 관심사가 그렇다는 것을 보여준다. 꼭 일이라는 분야에 한정 짓지 않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나 내가 되고 싶은 나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퍼스널브랜딩이라는 키워드를 덕지덕지 달고 있는 럭키드로우라는 책을 사볼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작가들이 책을 내면 Youtube에 나와 홍보를 하면서 책 이야기를 하게 된다. 아니 어쩌면 Youtube에서 자주 하는 말을 책으로 엮어내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책에는 본인이 평소에 하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최근에 읽었던 자청님의 역행자와 마찬가지로 럭키드로우도 책에서만 볼 수 있는 신선한 내용은 없었다. 한 사람이 전할 수 있는 메시지에는 한계가 있으니 같은 말을 다른 채널로 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일관성 있게 퍼스널브랜딩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만약 내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0부터 시작한다면, 나는 가장 먼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찾기 위한 자기 성찰을 할 것이다. 나는 누구이고, 과거의 어떤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며, 미래의 나는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생각해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탐색할 것이다.
- 럭키드로우 : 드로우앤드류 -
나는 누구이며 (페르소나),
나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으며 (목적),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가 (콘텐츠).
이 고민이 퍼스널브랜딩의 핵심이다. 마지막은 이것을 꾸준히 일관성 있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회사 일을 함에 있어서도 '왜'를 고민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 일을 하는 이유는 '그냥 하라고 해서'이다. 나를 보여주는 것보다 튀지 않고 남들에게 잘 보이는 것이 중요한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평균적인 삶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평균적인 삶은 너무나도 쉽게 대체된다. 누군가 회사에서 퇴직할 때 심지어 내가 이직할 때도 나 아니면 안 될 것 같던 회사는 특별히 '나'라는 사람이 필요했던 적은 없었던 것처럼 잘 굴러간다.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들어야 한다. 나만의 고유함을 갖추는 것이 퍼스널브랜딩이다. 물론 회사라는 곳에서는 대체되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렇기에 나는 일상에서의 나를 먼저 만들어보고자 한다. 일상에서의 퍼스널브랜딩이 잘 자리 잡은 후에는 굳이 회사를 다닐 필요도 없을 테니까.
불행히도 아직 이 브런치를 포함해 나 스스로의 퍼스널브랜딩을 완성하지 못했다. 분석가의 시선으로 집요하게 비교하고 분석해서 쉽게 말하는 것과 발전하기 위한 실행력과 꾸준한 실천이 내가 잘하는 것이다. 내가 만들어내는 것들은 모두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 아직은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글을 만들어냄으로써 나를 알아가고 있고 있는 단계이며 그 과정에서 나의 퍼스널브랜딩도 완성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10 Golden Rules Of Personal Branding - Forbes 보러 가기
다시 책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해보자면 책 자체는 특별할 것은 없는 자기 계발서라고 느껴졌다. 전반부는 저자의 개인 경험을 통해 어떻게 지금의 드로우앤드류가 되었는지를 들려주며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이유', '퍼스널브랜딩을 하는 노하우' 등을 말하고 있다. 후반부에서는 좋은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이 아쉬운 이유는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저자의 평소 영상을 보면 성공한 사람들을 따라 해서 성공하는 법 등을 다루고 있다. 책에도 그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담다 보니 후반부는 그냥 좋은 말 모아놓기처럼 보였다. 평소에 영상을 통해 봐 온 저자의 강점은 본인의 경험 기반 스토리텔링을 통한 메시지 전달이었다. 그런 모습을 담고 있는 전반부는 매우 흥미로웠지만 후반부는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이야기에 이내 지루해졌다. 사람마다 전할 수 있는 메시지의 깊이와 넓이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럭키드로우의 후반부 메시지는 다른 책과 영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졌다.
저는 이걸 따라 해서 젊은 부자가 될 겁니다. - Youtube 드로우앤드류 보러 가기
드로우앤드류가 아침에 '내 일'을 하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사무실로 향한다는 점은 정말 부러웠다. 창업을 하고 새벽같이 출근해 12시간이 넘게 일했을 때 같은 기분을 느껴봤기에 더욱더 부럽게 느껴진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다시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은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이것이 그와 같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 그와는 다른 퍼스널브랜딩을 하고자 하루하루를 소홀히 보낼 수 없는 이유이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일과 삶의 균형에 집착하기보다는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데 더 집중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그 일 자체를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세상은 넓고 재밌는 일은 너무나 많으니까.
드로우앤드류 - 럭키드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