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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돌스토리 Sep 17. 2022

나를 만들고 표현하는 방법 : 미니멀리즘

줄일수록 나타나는 나

미니멀리즘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미니멀리즘을 위한 미니멀리즘은 의미 없다.
목적 달성을 위해 미니멀리즘을 이용해야 한다.





 브런치의 첫 글로 미니멀리즘과 관련된 글을 적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이기도 하고 브런치 작가 심사를 위한 첫 글이었기에 제법 많은 공수를 들여 작성했다. 그러다 보니 글이 길어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글에서는 미니멀리즘을 찾을 수 없었다. 글에 있어 미니멀리즘은 무엇일까? 글의 길이? 내가 생각하는 글의 미니멀리즘은 단순하고 명료한 하나의 메시지이다. 길이를 떠나 독자의 머릿속에 글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남는다면 성공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긴 글을 다 읽게 만드는 건 필력의 영역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미니멀리즘 글은 반쯤 실패한 글이다.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아닌 다른 피드백들을 여러 번 받았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즘에 단순히 적게 소유한다는 개념 이상의 의미부여를 하게 되면서부터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 걸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미니멀리즘에 대해 한 번 더 적어보고자 한다. 지난 글은 소비 분야에 집중해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그 효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내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다시 들여다보기


 미니멀리즘은 한국말로 하면 최소주의이다. 단순함 추구를 중요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을 소유의 관점에서 보면 적게 가지는 것이지만, 소비의 관점에서 보면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기능에 맞는 것을 잘 선별하는 것이다. 그 의미를 잘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작정 적게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내가 제목을 "소비로 나를 만드는 법"이라고 정한 이유이다.


즉, 소비는 유행을 따르지 말고 정말 필요한지 잘 맞는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구매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소비가 결국 나를 나타낸다는 것이 지난 글의 메시지였다. 아이폰부터 애플 워치, 맥북 심지어는 아이패드까지 구매했다고 글을 쓴 나는 소유 관점에서는 맥시멀리스트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구매하고 비우는 과정을 설명하며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란 이런 것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이제 이것을 다른 예시로 한 번 더 설명해보려 한다.


* 소비로 나를 만드는 법 - 보러 가기





미니멀리즘의 효과 : 나를 표현하기


 패션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서 조심스럽지만 옷 디자인에 있어 맥시멀이라 하면 포인트가 많이 포함된 것을 의미할 것이다. 나의 미니멀리즘 관점에서는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런 아이템을 구매하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화려함은 미니멀리즘과는 결이 다르다. 화려함 자체가 이미 기능 이상의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옷의 기능이라 하면 몸을 가리는 용도 혹은 날씨로부터의 보호 그리고 TPO를* 맞춰주는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옷은 기능이 제각각이다. 색상부터 질감, 반짝이는 정도, 장식의 크기와 개수 등 화려함이라는 기능을 위한 방법은 너무 많다. 즉 화려한 사람이라는 단 하나의 스타일은 추구할 수 있지만 거기에는 너무 많은 서로 다른 의미가 포함되어 있고, 그 길은 미니멀리즘으로 표현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 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의 약자로 옷을 상황에 맞춰 입는 것을 말한다.


다행히도 나는 그런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미적 감각 부족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내가 추구하는 나의 이미지는 '단정함' 혹은 '깔끔함'이다. 이런 옷들은 대부분 표현이라는 기능보다는 옷의 기본 기능만 있어도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그런 옷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한때는 트렌드에 따르겠다며 이런저런 옷을 시도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결국은 나의 가치와 잘 맞지 않아 대부분 퇴출되며 자연스럽게 옷의 개수보다도 추구하는 스타일의 수가 미니멀해졌다. 스타일이 미니멀해지니 쇼핑을 할 때 눈길이 가는 옷이 줄고 자연스레 고민이 함께 줄어드는 효과까지 있었다.


가진 옷의 개수가 미니멀 해지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추구하는 스타일이 미니멀 해지는 것이 핵심이다. 내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가치를 정하고 나니 그때서야 미니멀리즘을 실천할 수 있었다.



스타일 맥시멀리스트는 갖춰야 할 게 많다. 하지만 미니멀리스트는 더 적은 것으로도 잘 나타내는데 집중할 수 있다. [출처 - Unsplash]



 이제 집 안으로 들어와 보자. 집은 그 사람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집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본인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운동기구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스피커를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양한 식기와 식재료를 채워 넣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전자기기와 책, 커피 용품 정도가 눈에 띈다. 모두 나를 표현하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것저것 들어차 있거나 쓰레기가 굴러다닌다면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기 쉽지 않다.

* 더 작은 자신만의 공간인 차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성향과 집의 상태 그리고 차의 상태는 내 경험상 거의 일치했다.



집은 그 사람을 비춰준다. [출처 - pixabay]



무색무취의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면 미니멀리즘을 활용해 나를 표현해보자.






미니멀리즘의 효과 : 나에게 집중하기


  스타일의 미니멀화를 통해 나를 표현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길게 했다. 이번에는 미니멀리즘이 내가 만들어지는 데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그 효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앞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미니멀리즘은 선택과 고민을 줄여준다는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적은 것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머리가 깔끔해지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미니멀리즘은 가치가 있다. 매번 점심메뉴에 고통받는 직장인들에게 앞으로 햄버거만 먹을 수 있다고 하면 선택 장애라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강제된 제약은 또 다른 고통을 가지고 온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면 매일 햄버거를 먹는 것이 수십 개의 메뉴 중에 선택하는 것보다 행복할 것이다.


고민이 줄어든다는 것은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과 유사하다. 위의 예를 계속 들어보자면 햄버거만 선택한 사람은 점점 햄버거 전문가가 될 것이다. 빵부터 패티와 소스까지. 어느 햄버거를 먹더라도 손쉽게 점수를 매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햄버거 사업을 통해 2016년 강남의 쉑쉑버거와 2022년 잠실의 고든램지버거보다 맛있는 버거로 더 많은 사람을 끌어 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에 집중한 사람들이다. 미니멀리즘은 그것을 도와준다.



건축가의 시선에서 본 미니멀리즘/미니멀라이프 [출처 - Youtube 셜록현준]

미니멀라이프, 왜 유행할까? 건축가가 말하는 '진짜' 미니멀리즘, 미니멀라이프! - 보러 가기



알쓸신잡에 나왔던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학 교수님은 본인의 Youtube 채널인 셜록현준에서 "비어있는 공간에서 더욱더 주체적으로 나를 찾거나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보의 과잉과 공간의 축소가 사람들을 점점 더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자유를 더 확보하기 위해 미니멀리즘이 부상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사람은 무언가를 보면 관련된 생각을 하게 된다. 순간 집중력을 잃게 되는데 나의 공간에 물건 즉 장애물이 많을수록 주의가 분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안 그래도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현대인의 사적인 공간을 내가 들여놓은 물건 혹은 가구와 나눠 쓰게 되면서 나를 찾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더불어 공간의 플랫폼화를 이야기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속의 화면과 앱의 구성이다. 작은 화면도 결국은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본인을 표현할 수 있음과 동시에 어지러운 화면과 알림은 주의를 빼앗아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볼 것도 없는 인스타그램을 한 번 더 켜게 된다든지 하는 식으로 화면 속의 가구인 애플리케이션이 주의를 빼앗는다. 이제는 스마트폰에까지 미니멀리즘을 실천해야 나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매번 불필요한 앱을 지우고 필요하면 다시 설치하는 친구의 행동이 갑자기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알람 하나도 순간 집중력을 잃게 한다. [출처 - pixabay]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즘은 나를 만드는 과정을 도와주고 그렇게 만들어진 나를 제대로 표현해주는 수단이다. 누군가에게는 다른 의미로 사용될 수도 있겠지만 그 바닥에는 같은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적게 소유하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잘 소유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SNS 시대에서 사람들은 더욱더 트렌드에 민감해졌고 남들이 하면 무조건 따라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미라클 모닝이나 갓생살기가* 있을 것이고 미니멀리즘도 그중 하나이다. 하지만 목적 없는 노력은 무의미하다. 미니멀리즘과 미라클 모닝, 갓생은 목적이 아니다. 목적으로 가는 방법이자 수단이다.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의미는 모르겠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사적 공간 중 가장 미니멀한 곳으로 가서 본인의 목적과 가치를 한번 더 생각해보기를 추천한다.

* ‘갓생’은 신(갓·God)과 인생(人生)이 합쳐진 신조어다. MZ세대는 ‘훌륭한’ ‘모범이 되는’ 등의 의미로 ‘갓’을 접두어처럼 쓴다. 말하자면 ‘갓생’은 훌륭한 인생, 모범이 되는 인생이다. 이쯤 되면 정말 대단한 인생을 생각하겠지만, 요즘 MZ세대에게 ‘갓생’은 현실생활에 집중해 성실하게 사는 삶을 뜻한다. 비슷하게는 ‘소확성(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 ‘루틴(routine·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을 즐기는 삶이다. [출처 - 중앙일보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서정민 기자)]






 글의 미니멀리즘을 벗어나는 곁다리 이야기이지만 다른 분야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흥미로움과 동시에 사고를 확장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나는 건축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다. 하지만 건축가 시선에서의 미니멀리즘을 듣고 나니 생각이 한 단계 더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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