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있을까

by 지라르

땀에 젖은 셔츠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한낮의 태양이 머리 위에서 이글거리고,

바닥은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공사판의 공기는 먼지와

시멘트 냄새로 탁했고,

여기저기서 철근을 끌고 옮기는 소리 같은

쇳소리가 쉼 없이 울려 퍼졌다.


잠시 숨을 골랐다.

온몸에 힘이 빠져나간 듯했고,

거친 숨소리가 목구멍을 긁으며 나왔다.


“휴우, 오늘따라 더 덥네”


바로 옆에서

요한의 목소리가 명랑하게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요한을 바라보았다.

요한은 땀투성이 얼굴에도

여전히 웃음을 띤 채 헬멧을 들어

이마를 환기시키고 있었다.


그 얼굴에는 지친 기색도 있었지만,

밝은 미소가 그 피로를 이겨내고 있었다.


요한은 지난 1년간

이 공사판에서 일해 온 동료로,

곧 서른을 앞두고 있지만

유쾌한 말투와 태도의 소유자로

대화를 주고받아도 불편한 게 없었다.


“그러네요.”


나는 짧게 동의하며

헐떡이는 숨을 가다듬었다.


요한은 장갑을 벗어

먼지를 털며 다가왔다.


“잠깐 쉬어. 물이라도 한 모금하셔야죠.”


그는 이미 휴게실 방향으로 손짓하며

크로머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함께 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양철로 지어진 지붕 아래에는

약간의 그늘이 져 있고,

커다란 물통과 함께

오래된 나무 의자가 놓여 있었다.


요한은 물통에서 물을 따른 컵을

내게 건넸다.


나는 컵을 받아

단숨에 물을 들이켰다.


그리고 천천히 앉아

신발 속 작은 자갈을 털어냈다.

요한은 평소처럼 미소 짓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듯했다.


나 같은 어린애가 여기서 일하고 있으면

이용해 먹는 인간들도 많지만,

대견스러운 듯 미소 짓는 인간들도 많다.


물론 한 동안의 방황으로 이제 아무도

나를 보고 미소 짓지는 않지만

요한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원래 자주 웃는다.


요한은 허리춤에서

조그만 보자기를 꺼냈다.


그 안에서 감자 하나를

꺼내어 반으로 갈랐다.


“먹어볼래? 집에서 좀 가져왔어”


살짝 식었지만

은은한 단내가 배어 있었다.


"물은요?"

"바라는 것도 많다"


요한은 내가 감자를 한입 베어 먹자

짧은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감자를 입에 넣었다.


그의 기도는

자연스러운 기도였다.


나는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품어 왔다.


이제 것 보아온 몇몇 위선적인 신앙인들


입으로는 사랑과 자비를 노래하면서

자신과 다르면

손가락질하는 이들 때문이다.


종교의 가장 큰 문제는

빛으로 인간을 망치는 것이다


옳고 착한 것만 비추어

개인의 욕망과 감정을

직면하지 못하게 만든다


신, 성경, 교회, 십자가에 자아의탁을 하여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꼬락서니가

얼마나 한심한가!


결국 종교는 ‘나 다움’을 빼앗아간다.


하나의 올바른 얼굴만을 강요하는 위선.


대표적인 예로 싱클레어가 있다.


잘나 보이기 위해

사과를 훔쳤다고 말하면서도,

끝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한 놈.


‘나답게’ 서는 대신

착한 아이로 보이기 위해

거짓말을 늘어놓는 비겁한 놈이었다.


그게 그놈에게 '나다운' 거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럴 일도 없다.


그놈은 내 앞에서 불안해했으니까


종교의 부덕은

내 삶이 증명했다.


하지만 요한의 기도는… 뭐랄까,


조금 달라 보인다.

나답게 서있으면서

두 손은 누군가를 위해 모은다


내 손에는

크게 한입 베어 문 감자가 있다


요한은 넉넉한 지갑사정이라서

하나 남은 감자를

나눠준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눠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저 기도를 했던

마음과 관련 있을 것이다.


그는 진정으로

자신의 양식을 나눌 줄 안다.


“신아 정말 있다고 생각하세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종교에 냉소적이었지만

정면으로 이런 질문을 던진 건,

아마 처음이었다.


실례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요한은 부드럽게 웃었다.


“있다고 믿지.. 하지만 그걸 증명할 순 없어.

그래서 흔들릴 때도 있지."


"안 믿으면 되지 않나요?"


"그래도 괜찮을 것 같긴 해 킥킥

내가 그렇게 하늘에서

돈을 떨어졌으면 좋겠다 했는데,

안 떨어트리더라고.

무심한 양반 같으니라고"


“말 그렇게 해도 됩니까?

지옥 가는 거 아니에요?

판사님, 아… 하느님,

전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진짜 멋진 하느님은

유머를 즐길 줄 아는 통쾌한 분이라고”


그는 실실 웃었다.


“나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신 믿으셨거든.

나도 교회 나가면 부모님이 좋아하시니까,

기도하면 흐뭇하게 보시니까…

그게 좋아서 종교도 좋아했어.”


요한은 잠깐 웃더니 고개를 숙였다.


“근데 삶이 나아지진 않더라.

부모님은 뒷골목 마피아의

총에 맞아 돌아가셨지.

그때부터는 정말 힘들었어.

그래서 기도하면 좀 나아질까 했는데…

아무것도 안 바뀌었어.

그래서 ‘그만둬야겠다’ 싶었는데…”


그는 한숨을 쉬며 이어갔다.


“이상하게도 계속 걸리는 게 있더라.

기도할 때 날 바라보던 엄마 눈빛,

교회 데려다주면서

손 잡아주던 아버지 손길

그게 떠올라서 도저히

기도를 버릴 수가 없었어.

그 뒤로는

내 삶이 나아지길 바라는 기도가 아니라,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하면서 기도를 했지.

그러다 보니… 신앙심이 깊지 않았지만,

진심이 담기더라.”


요한은 빙긋 웃었다.


“기도가 날 조금씩 바꿨다.

내가 겸손해지고,

조금은 인간다워졌어.

남의 슬픔 외면하지 않고,

같이 아파할 수 있게도 됐고.

난 하늘 위에 계신 분을 본 적 없어.

사실 진짜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

그런데 내 마음에 계셔.

그리고 그와의 관계를 진심으로 대하니까…

작은 감자 하나에도 감사할 수 있고,

누가 내민 손길에도 고맙단 마음이 생기더라.

어두운 길을 갈 때,

괜히 딴 길로 빠지지 않게 해주는 등불 같아.

나한텐 그게 기도야.”


그는 신에게 농담을 던지고,

때로는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진심으로 대하고 있었다.


그런 그는 내가 본 사람들 중

가장 종교에 진심인 사람 같았다


너무나 이상한 일이다.

위선적인 종교인들보다 오히려 더,

하늘에 가까운 듯 보였고,


동시에 이 땅 위에

두 발로 당당히 서 있는

아름다운 인간이었다.


“이러나저러나

내가 이렇게 하늘에게 불평불만을 하니

돈 떨궈달라는 말을 죽도록 안 들어주지”


“요한은 아름다우면서

욕심이 그득한 인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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