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만남이란 무엇일까?
오늘의 이야기에 앞서 '만남'에 대해 가장 잘 표현한 시 한 편을 소개하고 시작하려고 한다.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 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 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 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니까
시인 정채봉 <만남>
어른이 되는 과정에 있어 우리는 수많은 인간관계를 맺는다. 초등학교 친구부터 시작해서 중·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동아리, 직장 등... 많은 만남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모두가 경험해서 알다시피 모든 관계가 계속 이어지진 않는다. 평생 친구 할 것 같던 사이도 사소한 이유 하나로 틀어지기 마련이고, 매일 만나고 연락하던 직장 동료도 퇴사 후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지기 마련이다. 모든 인간관계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 되긴 어렵다. 어쩌면 대부분이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지우개 같은 만남'이 아닐까?
나를 가장 당황시킨 질문 : 너랑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야?
천진난만했던 고 3 시절 나는 중학교 때부터 '관계'에 집착해 왔다. 중학교 1학년 초기 왕따(?) 비슷한 경험을 하고 난 후로는 매일 점심시간에 누구와 밥을 먹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나는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는 나를 친한 친구라고 생각할까?'라는 혼자만의 고민에 빠져 매일 매일 스스로 불안해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을까? 싶다) 그건 고등학교 가서도 마찬가지였고, 누군가 "너랑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야?"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가장 당혹스러웠다. 이는 자연스럽게 대학생이 돼서야 관계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었다. 아마도 그때의 나는 친구로서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갑자기 슬퍼….) 어쨌든 나의 '관계'에 대한 생각은 군대를 통해 더 확고해진 것 같다. 남들은 군대에서 만난 사람은 쳐다도 안 본다고 하지만, 나는 고작 5주를 함께했던 '논산훈련소 동기'와 여전히 연락하고 자대 동기 2명과는 1년에 한 번씩 여행을 간다. 또한 마음 맞는 선·후임이랑은 나이 불문하고 주기적으로 연락하며 지낸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나는 '1년에 딱 두 사람만 내 사람으로 만들자'라는 다짐을하고, 상대방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내가 먼저 다가갔다. 그리고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서로 간의 깊이 있는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2017년 첫 직장생활에서도 그렇고 2018년 두 번째 직장생활에서도 그랬다.
인생의 롤모델을 만난 두 번째 직장
2018년 뮤지컬 <마틸다> 관람, 조교의 특혜중 하나는 원하는 공연을 저렴하게 볼 수 있다는 점! 여기서 잠깐 두 번째 직장생활을 말하면, 공식적인 회사는 아니고 O 대학교 대학원 조교로 일했다. 특이하게 교수님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민간극장의 극장장님으로 나는 극장운영팀에서도 사무 보조를 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대학원 조교를 하게 되면 교수님의 수발을 들고, 온갖 잡무를 떠맡고, 주말 없이 연구만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적어도 내 경우는 정말 달랐다. 인생에 있어 큰 어른을 만났고, 지금도 여전히 나의 롤모델이시다. 특히 대학교수의 특성상 현장 경험 없이 이론으로 학위만 받은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내가 모신 교수님은 업계에서 충분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오로지 실력 하나로 교수의 자리에 앉은 분이셔서 오히려 현업 종사자들의 선망 대상이셨다. (교수님 사랑합니다♥) 아무쪼록 교수님의 배려 덕분에 단순히 논문만 쓴 것이 아닌, 극장운영팀 사무실에 있으면서, 어깨너머로 현장 이야기도 듣고 간접적으로 '민간 극장'의 운영에 대해서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극장에는 다양한 파트의 감독님들이 계시는데 이곳에서 만난 팀장님, 음향 감독님, 조명 감독님, 기계 감독님, 하우스매니저님 세상에 이런 분들이 있나 싶을 정도로 모두 천사 같은 분들이셨다. 물론 내가 정식으로 직원이 아니라 일로 만난 관계가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했던 사람들은 모두 좋았다. 특히 일부 감독님들과는 1달에 1번 꼭 모임을 하자는 의미의 '한한모임'을 만들어 맛집 탐방, 방 탈출 등 퇴근 후에도 주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다.
꼭 직장에서 친구를 만들어야 하나요?
극장안 뮤지컬 <록키호러쇼> 포토존에서 한 컷! 사실 나는 2016년 이후로 늘 1년에 두 사람씩 인연을 맺어오려고 노력했다. 물론 그중에는 연락이 끊긴 사람이 있지만 적어도 타율을 0.8은 된다. 하지만 직장생활 7년 차가 되다 보니 모든 회사에서의 인간관계가 내가 일했던 극장처럼 '관계 중심적'이지 않았으며, 모두가 일 외적으로 '사적인 관계'를 원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직장에서 꼭 친구를 만들 필요는 없었다. 아니 솔직히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 챙기기도 바쁘다. (넓은 인간관계가 득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때도 있다) 대신 만약 입사 동기가 있다면 그 사람과는 굳이 척질 필요는 없다. 그리고 사람마다 '관계'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이 '사적인 영역을 오픈하기를 꺼리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굳이 먼저 다가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일에 있어서 '공'과 '사'는 엄격히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 있다 보면 서로의 상황과 가족 배경까지 다 알고, 서로가 엮여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피곤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
아무쪼록 직장에서 꼭 친구를 만들 필요는 없다. 다만 사내 정치가 판을 치는 곳이나 의사소통이 폐쇄적인 집단에 당신이 있다면? 정보가 곧 생명이니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필요는 있다. 혹시 내가 그런 사교적인 성격이 못 된다고 생각하면 아예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정보가 많은 사람들일수록 피곤한 일에 엮이기 마련이니깐.. (뭐든지 적당한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라는 말처럼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상대방에 따라 '관계'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누군가에겐 당신은 '사적인 관계를 공유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돈 벌려고 회사에 왔지, 친구 사귀려고 회사에 오진 않았다.
그럴 시간에 지금 당신 옆에 있는 친구에게 커피 한잔 사주세요.
(헐... 나 ENFJ 인데. 너무 T스럽나?)
내가 만약 회사를 다시 간다면?
2. 직장에서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지금의 나라면 직장에서 굳이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입사 동기 제외) 내가 먼저 나에 대해 오픈하지 말고, 나에 대해 사적인 질문은 적당히 둘러댈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지만, 역설적으로 생각 이상으로 관심이 없다.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공유할 수 있는 동료 한 사람 정도만 만들어도, 회사 내의 스트레스는 풀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조차 받지 말자)
차라리 지금까지 나에게 도움을 준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고마움을 표현하자. 만약 직장 내 경조사가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라고, 묻는다면, 어차피 퇴사하면 친한 지인 말고는 연락도 안 할 꺼니깐 이 돈은 못 받는다고 생각하고5만 원만 하시길 추천합니다!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으면 5만 원 추가)
다음은
[ep.3 사내 정치에 연관된 어떤 것도 하지 않겠습니다.] 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