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첫 직장생활에서 얻은 교훈 (aka. 착한 아이 콤플렉스)
내가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걸린 이유
나는 목사님의 아들로 태어났다. 지금은 이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고 있지만, 어렸을 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에게 '양보'는 당연한 일이었다.
만약 나에게 새로운 장난감이 생기기라도 하면, 그 장난감은 다른 성도님의 자녀에게 줘야 했다. A가 내 장난감을 보며 그의 부모에게 '엄마, 나도 저 장난감 갖고 싶어.'라고 얘기한다. 우리의 부모님은 그 얘기를 듣고는 바로 '다음에 또 사줄게. 일단 이거 A주자!' 라고 하며 내 장난감을 자연스레 A에게 준다. 매번 이렇게 반복되었다. 때론 나도 '양보'가 싫을 때도 있었고, 나만의 장난감을 가지고 싶었다. 일종의 소유욕(?) 이랄까... 하지만 나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되었다.
또 나는 늘 많은 성도님의 칭찬을 받아왔다. 그 칭찬에 답하기 위해 최대한 실수하지 않고, 심술부리지 않고, 나의 표정을 숨긴 채 밝은 척 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었고, 2017년 첫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다.
물론 지난 2013년~2014년, 1년 9개월의 군 생활을 통해 느꼈다. '모든 사람이 내가 A라고 행동해도 B라고 생각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하지만 첫 사회생활 만큼은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모두와 잘 지내고 싶었다. 다른 사람은 못하더라도 나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큰 오산(?)이었다.
나의 첫 직장생활은 2017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창의인재 동반 사업'으로 맺어진 공연기획사에서 시작 되었다. 회사 대표님과는 '멘토-멘티'라는 조금은 독특한 관계로 8개월의 인턴 생활을 했다.
공연업계다 보니 10시 출근 7시 퇴근이 기본으로 비교적 자유로웠지만, 본격적으로 공연이 올라가면 지금의 주 52시간은 꿈도 못 꾼다. 셋업이나 촬영이 있는 날이면 아침 8시 출근을 하고, 매일 공연 후 마무리 하면 11시에 퇴근을 했다. 10시~23시까지 약 12시간을 주 4일 일했다. (월요일은 쉬지만 난 출근은 했다)
나는 인턴이라 주말 근무를 제외했지만, 다른 직원분들은 주 6일을 일했다. 그만큼 일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하기 힘든 직업이긴 하다.
PD님! 저 맘에 안 들죠? 왜그렇게 저를 싫어하세요?
그래도 좋았다. 힘들지 않았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대학로에서 일할 수 있었고, 처음 만나는 모든 스태프들과 으쌰으쌰 하며 준비할 수 있었고, 배우분들은 오랜만에 들어온 남자 막내 스태프라며 잘 챙겨 주었다. 첫 직장치고는 모든 게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O PD님의 이상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분은 나와는 다른 파트였지만, 엄연히 상사이기도 했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꼬투리를 잡으셨다. 그래도 나는 최대한 그분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을 했다.
한번은 기획팀에서 뮤지컬 대본집을 냈는데, 오탈자가 20개 이상 발견이 되었다. 전량 회수 후 재인쇄하기에는 손실 비용이 많이 발생해서 스티커로 대체 하기로 했다. 약 1,000권의 대본집에 스티커를 붙여야만 했다. 그래도 다행히 극장에 상주하는 분장, 의상, 음향 스태프분들께서 도와주신다고 했다. 그 결과 3일 만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은 '이건 기획팀이 실수한 일인데, 기획팀이 해야지? 이걸 왜 도와줘?'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속으로 '저런 *******, 같은 회사 사람이면 도와주지 못할망정**** '
속에는 천불이 났지만, 나는 앞으로 그 PD를 상종하지 않겠다고, 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할 필요조차 없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남은 3개월의 인턴 생활을 잘 마치고 2018년 1월 31일. 퇴사했다.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지금의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에게 집중하세요
모두가 당신을 좋게 생각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나 그것에 너무 좌절하지 말아요
나도 가끔 나 자신이 싫을 때가 있잖아요?
내가 만약 회사를 다시 간다면?
1.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지금의 나라면 적을 굳이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 한 사람 때문에 여럿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면, 언젠간 그 진실을 모두가 알게 된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굳이 얘기 하지 않는 것이니, 굳이 내가 나서서 그 사람에 대해 험담을 할 필요는 없다. 결국 그 험담의 화살은 언젠가 나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지금 나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알아봐주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집중하자. 굳이 잘 보이려고 애쓰지 말고, '아~ 내가 맘에 안 드는가 보구나' 하며 지나가자. 안 맞는 상사, 동기, 후배가 있다면? 그냥 '아~ 나랑 이점이 다르구나' 하고 넘기자. 이 부분은 다음 편에서 다뤄야겠다.
다음은
[ep.2 직장에서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겠습니다.] 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