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6개월, 내가 다시 회사에 들어가려고 하는 이유
꿈만 같았던 여행 그리고 그 후, 여독(旅毒)
우리는 모두 여행을 좋아한다.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특별한 공간에서 평소에는 먹지 않은 특별한 음식을 먹고, 가족이나 친구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 편한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다.
나 역시 여행을 좋아한다. 그러나 여행에 있어 싫어하는 것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여독(旅毒).
여행으로 말미암아 생긴 피로나 병을 뜻하는데, 다음날 일상으로 복귀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일정을 통해 최대한 여독이 생기지 않게끔 한다.
(물론 100% 없을 순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꿈만 같은 여행의 기억을 되돌아 봄으로써 일종의 현타(현실 자각 타임)를 느낀다. 여행이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이 현타의 시간도 비례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올리는 글에서 왜 여행 이야기로 시작했냐고 묻는다면, 지금 나의 상황이 인생의 '현타'를 맞은 심정이기 때문이다.
부푼 꿈과 포부를 가지고 멋지게(?) 퇴사하고 나온 지금, 벌써 5개월이 지나고 6개월 차에 접어든다. 생각했던 것만큼의 내 모습이 아닌, 오히려 자존감이 한없이 낮아진 지금 내 모습에 제대로 '현타'를 맞았다.
생각보다 진전이 없는 외부 프로젝트, 번번이 실패하는 계약직 일자리, 젊은이들과의 경쟁에서 계속 패배하는 국비 교육프로그램 등... 눈에 띄는 건 줄어드는 통장 잔고와 숨만 쉬는데도 줄지 않는 생활비다.
가족들에게는 '다 계획이 있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SNS를 통해서 주변 사람들에게는 '저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말하긴 하지만, 그에 대한 기대감은 나에게 부담감으로 전해지며 한없이 우울해지는 상황이 되었다. 다시 나의 삶에 대해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오늘, 책상에 앉아 핸드폰을 하며 단기 알바를 구하려는 나를 매일 무의식적으로 보는 책의 한 글귀가 정신 차리게 했다.
힘들다고 고개 숙여 땅을 바라보지 말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숨을 크게 쉬어봐
하늘을 올려다보며 숨을 크게 쉬어 봤다. 바뀌는 건 없었다. 그러나 창문 밖에서 오는 서늘한 공기가 코 끝을 스치는 순간 온 몸이 반응 했다. '분명 따듯한 공기 였는데, 언제 이렇게 바람이 차졌지?' 그렇다. 지난 5월 퇴사후 처음으로 '조용한 퇴사'라는 책을 읽으며 책상에 앉아 다짐 했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그리고 브런치를 접속해 봤다. 최근 게시물 8월 10일(목). '역시 나는 꾸준히 무언가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라며 또다시 자책한다.
그러고는 생각 했다. '내가 만약 회사를 다시 간다면? 어떤 마음가짐 일까? 그런데 그냥 취업하는 것이 아닌 지금까지 나의 회사생활을 하면서 힘들 었던 순간, 퇴사 하고 싶었던 순간을 떠올려 보고 이에 대한 새로운 처방전(?)을 제시해 보자.' 라는 혼자만의 상상을 했다. 그리고 딱 10개의 글을 써보기로 마음 먹었다.
(예... 맞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것. 제 11회 브런치 북 작가 공모전을 목표로 해보려구요..)
내가 만약 회사를 다시 간다면?
1.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하지 않겠습니다.
2. 직장에서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겠습니다.
3. 사내 정치에 연관된 어떤 것도 하지 않겠습니다.
4. 거절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5. 일과 삶을 분리할줄 아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6. 회사 안에서 나의 성장을 기대하지 않겠습니다.
7. 회사가 나를 지켜줄 것을 기대하지 않겠습니다.
8. 회사 밖에서 나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9. 어떤 조직도 완벽하지 않으며, 무능력한 상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겠습니다.
10. 만약 또 다시 퇴사를 하게된다면 이번에는 꼭 준비된 퇴사를 하겠습니다.
혹시 몰라 카테고리도 미리 만들어 보았다. 지난 2017년부터 2023년 동안의 회사 생활을 통해 느낀 점들을 글로 기록해 보려고 한다. '다시 취업이 되었을 때 읽으면 도움이 좀 되지 않을까?' '혹시라도 퇴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적어 본다.
그럼, 앞으로 10개의 글 잘 써보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