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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 Aug 10. 2023

[백수일지 EP.4] 백수 100일 차 회고록

(feat. 퇴사 후 100일 동안 잃은 것 과 얻은 것)

[백수 D+100일을 자축합니다!!!]

 지난 5월 1일, 새로운 꿈을 가지고 당차게 퇴사를 선언하고 어느덧 100일 이 지났다.

 마치 군생활 동안의 휴가처럼, 왜 이리 시간이 빨리 간 것 같은지... 지난 100일 동안 난 무엇을 했나?

생각해 보면 왠지 모를 자괴감이 든다.

 회사를 다닐 때면 '독서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자기 계발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등... 바쁜 시간을 핑계로 '나만의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 시간이 생겼을 때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 아닌 느낌이 들었다.

  늦은 기상시간은 물론이고, 하루 종일 잉여의 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부지런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SNS에 내 일상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이것 때문에 2달 동안 SNS를 끊기도 했지만...)


쉐어하우스에 나 혼자 홈트 하기! 매일 할 것 같던 나의 포부는 작심 사일 ^^

 그래서 더 이상 내 백수라이프를 부정하지 않기 위해 지난 100일 동안 무엇을 했는지, 내 삶을 되돌아보려고 한다. 막상 글을 쓰기 위해 핸드폰 사진첩을 뒤적거려 보니 약 3,000장의 사진이 있었으며, 생각보다(?) 참 많은 경험과 사람을 만났다.

 퇴사 후 100일, 나는 과연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을까? 궁금한 분들은 잠시 시간을 내어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5월 : 설레었던 백수의 시작
1. KLTD 11기 [5월 8일(월)~5월 11일(목), 3박 4일]
연천에서 진행된 TD

 우선 백수 후 첫 이벤트(?)는 나의 롤모델 유재홍 목사님의 권유로 참여한 TD 훈련이다. TD는 Tres Dias란 스페인말로 3일이란 뜻인데, 기독교에서 운영하는 영성프로그램이다. 난 송팀(찬양팀) 피아노 담당이었는데, 정말 24시간 중에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에 17시간씩 친 것 같다^^

 그래도 영적으로 충천받고 백수의 새로운 출발을 하는데 의미 있던 귀한 시간이었다.


2. CCW 2기 워크숍 [5월 23일(화)~5월 24일(수), 1박 2일]
경기도 양평에서 진행된 CCW 2기 입학식

 5월의 가장 빅 이벤트! 한국 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하는 2023년 콘텐츠 수출. 마케팅 전문인력 양성과정에 선정되어 그 시작인 1박 2일 입학싱에 다녀왔다. 양평 블룸비스타에서 진행되었는데, 너무 좋은 숙소에서 너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굉장히 의미 있는 1박 2일을 보냈다. 콘텐츠 진흥원 사업은 이번이 2번째인데, 정말 규모도 크고 스케일이 최고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생산성본부'라는 곳도 알게 되었는데,

여러모로 국비프로그램 운영에 대해 알 수 있던 좋은 시간이었다.


3. 제주도 축가 [5월 26일(금)~5월 27일(토), 1박 2일]
제주도에서 친구 없는 친구 결혼식

 5월에 인상 깊던 마지막 이벤트는 바로 친구 없는 친구 결혼식에 축가와 사회를 본 것이다^^ 원래 절친의 친구 결혼식에 같이 축가를 할 예정이었으나, 친구가 코로나에 걸려 결혼식에 불참하게 되었다. 결국 내가 혼자서 사회과 축가 둘 다 하게 되었다. 정식 결혼식 사회는 처음이라 엄청 긴장되고 떨렸는데, 친구의 친구분들이 잘 챙겨줘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ㅎㅎ 아무쪼록 재밌었던 제주도에서의 1박 2일이었다.


6월 : 본격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기
1. 제주도 여행 [5월 31일(수)~6월 2일(금), 2박 3일]
제주도에서의 2박 3일. 역시 남는건 사진 뿐

 친한 공연계 지인들과 함께 퇴사 후 본격적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본래는 새로운 이머시브 공연 연구를 위한 사전답사였지만, 결국엔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했던 여행이 되었다. 특히 제주 '해녀의 부엌'과 '빛의 벙커' 관람은 예술적인 새로운 자극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지인들과 함께 '사랑에 빠지는 36가지' 질문을 하며 울다 웃다 한 시간들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

제주 해녀의 부엌 과 빛의 벙커


2. 투어케어 전문인력 양성교육 3기 수료 [6월 12일(월)~6월 16일(금), 5일간]
강남 한국 표준협회에서 진행된 이론과정

  백수의 장점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듣고 이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찾아보면 좋은 퀄리티의 강의나 무료 교육과정이 참 많다. 나는 한국 표준협회에서 진행하는 2023 투어케어 양성교육에 참여했다. 원래는 선착순 마감되어 못 들을 뻔했는데, 다행히 불참인원이 생겨 추가로 듣게 되었다. 3일 이론, 2일 실습 총 4시간씩 5일 동안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무장애 여행'에 대한 지식과 '투어 케어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아이템(?)을 발견하게 되어 좋았다. 특히 처음으로 고양 행주산성을 가봤다. 이렇게 가까이 이렇게 멋진 곳이 있을 줄이야!

행주산성에서 진행된 현장 실습, 시각장애인 역할이 되어 보기도 했다.


3.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총동문회 설립 총회 [6월 26일(월), 1일]
충무로 필동 라비두스에서 진행된 총 동문회 설립총회

 나는 지난 4월,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설립 10주년을 맞아 진행되는 총동문회 TF팀에 들어갔다. 나는 행사팀장을 맡았는데 6월 26일(월) 총동문회 설립총회를 앞두고 5월부터는 주 1회씩 회의에, 현장 답사에... 여러모로 바빴다. 나는 MC와 현장운영 총괄을 담당했는데, 결과는 성공적! 1대 윤호진 원장님, 2대 안호상 원장님, 3대 고희경 교수님 모두 만족해하시는 행사였고, 약 130명의 동문이 함께 했다. 글쎄... 계속해서 내가 사무국일을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래도 덕분에 심심하지 않던 6월 한 달이었다. (비록 돈은 안되지만^^)


7월 : 슬슬 돈이 떨어져서 불안에 떨던 시간
1. 2023 캐릭터라이선싱페어 참관 [7월 14일(금), 1일간]
코엑스에서 진행된 2023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CCW 2기 견본시 참관 프로그램으로 삼성 코엑스에서 진행된 2023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에 참여했다. 여행 박람회 같은 곳은 가봤지만, 이렇게 캐릭터라는 특정 콘텐츠 분야의 견본시는 처음이었다. 역시나 자본주의 끝판왕을 볼 수 있었고, 박람회 트렌드를 알 수 있었다. 캐릭터 업계도 경쟁이 엄청 치열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 뭐든 먹고살기 힘들구나^^)


2. 중장년 FM 1기 양성 교육과정 [7월 17일(월)~7월 20일(목), 4일간]
신촌 BIZ센터에서 진행된 MICE 중장년 FM 양성교육 1기 교육

 백수 2달이 지나가다 보니 점점 돈이 떨어졌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기 위해 알바몬을 보는 도중 발견한 'MICE 중장년 FM 양성교육' 프로그램. MICE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의 네 분야를 통틀어 말하는 서비스 산업으로 앞으로 MICE산업이 유망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종종 들었다.

 역시나 이 교육과정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으며, 전화 면접 후 합격하여 1일 4시간, 총 16시간의 교육을 이수 후 수료하였다. 교육생 20명 중 유일한 남자이자, 30대였던 나는 여러모로 많은 위로를 받았던 시간이었다.

 사실 20대 친구들과 국비 교육을 받으면서 '내가 지금 일해야 할 나이인데...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다.'라는 생각에 빠져 있던 타이밍에 이 수업을 들음으로 내 나이 역시 누군가는 부러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한번 (주)디앤아이씨와 마이스펙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3. CCW 2기 영어 PT 발표 [7월 27일(목), 1일간]
7월 29일 기준으로 국비 교육 43일차.

 5월 25일(목) 1일 차 수업을 시작으로 7월 29일(토) 기준 43일 차의 교육을 수강했다.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 5일을 한국생산성본부(3호선 경복궁역)로 강의를 들었다. 물론 2~3번 결석한 날도 있지만, 나름 성실하게 수업에 임했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주 2회 영어회화 클래스를 통해 영어회화에 있어 나름(?) 자신감이 생겼고, 총 50명의 강사를 통해 영화, 드라마, 웹툰,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에 대한 현장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교육과정을 통해 알게 된 많은 교육생 동생들, 관계자 분들을 만나게 되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최근 본 논술시험에도 큰 도움이 된 건 덤이다.)

 특히 영어 PT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드라마 '닥터 차정숙'을 해외바이어 대상으로 PT를 준비했는데, 여러모로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이 모든 영광을 'Chat GPT'와 'DeepL'에게 돌린다^^ 이제 이 교육도 끝이 보인다. 9월 9일까지 파이팅!! (과연 나는 미국에 갈 수 있을 것인가?)


8월 : 선택과 집중의 시간, 이제는 결정해야 할 시기
1. 미래 직업 크리에이트 프로젝트 워크숍 참여 [8월 3일(목)~8월 4일(금), 1박 2일]
경기도 양평, 코바코 연수원에서 진행된 미래 직업 크리에이트 프로젝트 1박 2일 워크숍

 사실 나는 CCW 2기 말고도 국비 프로그램을 1개 더 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고용노동부 주최,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주관하는 '미래직업 크리에이트 프로젝트'이다. 6월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월 180만 원의 활동비와 15만 원의 개인 운영비를 지급하며, 새로운 직업을 '창직'하여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단점은 고용보험 가입자는 참여 불가능 하다는 점, 즉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것^^ (단, 주 30시간 이하이고 고용보험 미가입이면 가능, 그냥 일하지 말라는 것 ㅎㅎ) 

 아무쪼록 나는 혼자서 진행을 하고 있었다. 본래 '레거시 도큐먼터리' (겁나 멋지죠?)라는 직업으로 은퇴 이후의 50~60대를 대상으로 자서전 만들어 주는 프로젝트를 하려고 했는데, 2번의 멘토링과 1박 2일의 워크숍을 통해 '실버 서비스 리뷰어'(실버를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로 전향하게 되었다. 아직 400만 원의 국비가 남아있어서... 이 돈을 8월 말까지 쓰는 게 목표다. (하니 말대로 다음부턴 제대로 알아보고 신청해야겠다.. ㅠㅠ)

 그래도 이 프로그램 덕분에 내가 평소 생각했던 '실버산업'에 대해 공부하고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특히 30만 원 상당의 읽고 싶은 도서도 구입하고, 40만 원의 앱 개발 강의도 듣고, CHAT GPT와 노션 그리고 다양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무엇 보다 젊은이들의 열정에 나 역시 도전받을 수 있었다! 부디 1차 PT 마무리만 잘하기를... ㅎㅎ


2. 뉴콘텐츠 아카데미 입학설명회 참여 [8월 8일(화), 1일] 

홍릉에 위치한 콘텐츠인재캠퍼스

 그리고 가장 최근 지난 8월 8일(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하는 뉴콘텐츠 아카데미 입학설명회에 다녀왔다. 입학설명회 장소는 바로 홍릉에 있는 콘텐츠인재캠퍼스! 이곳은 2017 창의인재동반사업으로 자주 왔던 곳인데 5년 만에 오니 추억 돋고 기분이 묘했다.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뉴콘텐츠아카데미(New Content Academy)는 신기술 콘텐츠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 학교와 유관 기관들이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에 직접 참여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콘텐츠와 기술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직무 간 연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콘텐츠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장기과정은 각각 1년씩, 총 2년의 교과로 진행되는 긴 호흡의 교육과정이다.

 현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에 따른 신규 프로젝트라서 그런지 대대적으로 홍보도 많이 하고, 사전 입학설명회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 왔다. 현재 6개월 과정의 국비 교육 듣는 것도 힘든데... 2년이라니... 끔찍하다 끔찍해! (라고 하지만 나는 장기과정을 지원하려고 한다^^)



 퇴사 후 100일 동안 잃은 것과 얻은 것

 지금까지 지난 100일간의 나의 삶을 글과 사진으로 정리해 보았다. 여기에 적지는 않았지만,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행도 다녔다. (비록 내 재정은 고갈된 가고 있었지만...) 그렇다면 내가 퇴사 후 100일 동안 잃은 것 그리고 얻은것 은 무엇일까?


잃은 것 ① 돈
내 통장의 잔고^^

 두말할 것 없이 돈이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  나 역시도 6월까지는 정말 아무 걱정 없이 지냈는데, 슬슬 모아둔 돈이 바닥나던 7월 중순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왜 퇴사 전에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라고 했는지 체감했다. 급할 땐 정말 필요하다.

 그런데 이 부분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퇴사를 하더라도, 백수가 되더라도 재정적인 뒷받침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보다 더 심적으로 편하게 누릴 수 있는 것 같다.  백수 100일 차 나는 돈을 잃었다.



잃은 것 ② 사람
지난 4월 이후 나와 한 번도 카톡을 하지 않은 사람들... ㅎㅎ4

 퇴사 후 백수가 되면 많은 인간관계가 끊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사실 퇴사를 한 이상 이전 직장사람들 또는 업체 사람들과 연락을 지속하는 것이 이상하기도 하다. 역시 많은 퇴사자 유투버를 통해 들었다.

 하지만 막상 밖에서 자주 만날 것 같은 사람들과의 연락이 끊기면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없다.

'나와의 관계가 거기까지였던 건가?'라는 생각과 평소에도 내가 먼저 연락하는 스타일이라, 이번 기회에 '일방적으로 내가 먼저 연락을 하는 관계'를 정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4월 이후 나와 단 한 번도 카톡이나 유선 연락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정리했다. 그랬더니 카카오톡 친구들 중 무려 450명이나 되는 엄청난 결과를 낳았다. 이 안에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만난 단체 그리고 개인들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인간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백수 100일 차 나는 사람을 잃었다.


잃은 것 ③ 자신감
수 백명의 20대가 모였던 미래직업크리에이티브 워크숍

 퇴사 후 프리랜서가 되면 모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다 잘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현실에 대한 생생한 찬바람을 직접 겪으며, 어느새 게을러지고 무기력해진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때(회사 다닐 때) 내가 좀만 더 참았더라면, 버텼더라면, 참아 냈더라면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과 향후 커리어 대한 고민은 없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20대의 젊은 친구들, 심지어 나랑 10살 넘게 차이나는 애기(?)들과 함께 있다 보면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라는 현타를 맞고는 한다. 열심히 교육을 듣고, 다양한 경험을 하던 와중에도 문뜩문뜩 이러한 생각이 들고, 내 자신감은 한없이 떨어졌고 자존감 마저 무너져 내렸다.  백수 100일 차 나는 자신감을 잃었다.


얻은 것 ① 다양한 경험
프로그램 수료증

 그러나 나는 백수 생활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내가 회사를 계속 다녔다면 위에서 언급했던 8가지의 경험들을 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콘텐츠인력양성과정과 투어케어 인력 양성프로그램, MICE 중장년 양성교육은 재직 중에는 꿈도 못 꿨을 것이고, 자유롭게 여행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콘텐츠인력양성과정을 통해 접했던 50명의 강사분과 다양한 콘텐츠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공연 그것도 뮤지컬이라는 우물 안 개구리로 지냈을 것이다. 100일 동안 내가 경험한 모든 일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고 의미 없는 일은 없었다.  백수 100일 차 나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였다.  


얻은 것 ② 사람
퇴사를 해도 월 2회 꾸준히 연습을 하는 직장인 밴드 '화요일은 어때요' 멤버들과 MT

 위에서 백수 100일 차 사람을 잃었다고 했다면, 반면에 이 시기를 통해 역설적으로 사람을 얻었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서 만난 사람들과 알게 된 강사님들과의 관계는 나의 인간관계를 더 크게 확장시켜 주었다. 솔직히 이미 인간관계에 상처를 받은 터라 교육과정 중에 친구 사귀기는 것은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좋은 동생들이 먼저 다가와주고 마음을 나누게 돼서 정말 감사하다. 남자 4인방(같이 일본가는) 애정하는 재호, 은수, 태현이 그리고 채원, OT조 G조, 영어 회화 5반 멤버, 팀미션 B2 조까지...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백수가 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먼저 연락을 해주는 지인들에게 고맙다. 생각지도 못한 분들에게 연락이 온다. '상원 씨 잘 지내요?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 연락해 봤어요!', '잘 지내니?, '뭐 해?' 등 별거 아닌 안부가 나에겐 참 소중하고 따듯하게 느껴졌다. 특별히 나의 일적으로 롤모델이신 유인수 대표님과 이재원 감독님께 이 글을 비롯해서 감사 인사를 드린다. 연락을 드려야지 하던 찰나에, 늘 먼저 연락을 주셔서 잘 지내는지, 특히 '일자리'를 알아봐 주신다. 나를 생각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마음을 써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이외에도 백수라고 연락해서 밥 사주는 형, 누나, 친구들, 동생들 모두에게 감사하다. 이 은혜는 꼭 갑절로 갚겠습니다 :)끝으로 나의 백수 메이트 '하니' 사랑해요 ♡  백수 100일 차 나는 진짜 소중한 사람을 얻었다.  


얻은 것 ③ 나에 대한 이해
내 블로그의 5가지 테마

 지난 100일은 무엇보다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 다른 환경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했던 시간들... 다양한 프로그램 참여와 독서를 통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잘하고, 못하는지 객관적으로 또 직접적으로 알 수 있던 시간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의 이 시간은 카이로스,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특별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이 백수의 시간이 언제 끝날지는 아직 모르지만... 훗날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내 모습을 봤을 때 '후회 없는 삶'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즐겨야겠다.

 백수 100일 차 나는 '나'를 받아들였다.  



(c) 김재식

 지금까지 백수 100일 내가 '잃은 것'과 '얻은 것'에 대해 적어 보았다. 글을 쓰다 보니 하루가 지나 101일 차가 되었다. 이렇게 글을 정리하다 보니 내가 100일이라는 시간을 허투루 보낸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내심 뿌듯하다. 마지막으로 나의 이 시간은 사랑하는 '가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라 생각한다.

 나이 서른이 넘어서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을 때려치우고 이직하더니 49일 만에 또다시 백수 선언을 한 아들을 이해해 주신 '엄마', '아빠'의 믿음과 도움에 큰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오늘의 글은 내 인생의 모티프가 되는 명언으로 마치려고 한다. 명언처럼 후회 없는 젊음의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
- 조지 버나드 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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