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 인가요?
내 인생의 황금기 2019년. 딱 봐도 행복해 보이지 않나요?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라는 뜻이다. 당신의 인생에 화양연화 언제였나요? 라고 질문한다면, 나는 2019년 원주에서 있었을 때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때 할아버지께서 자전거 사고로 갑자기 하늘나라에 가신 가슴 아픈 해이긴 하지만, 나에게 있어는 그 어떤 고민과 걱정 없이 '안식년' 같은 해였다. 대학원 졸업 후 고향으로 내려와 20대가 되어 첫 휴식을 취한 시기였고, 지역 문화재단 계약직으로 입사해 문화예술연습 공간 대관 운영이라는 아주 개 꿀보직을 맡아 편하게 돈 벌 수 있었다. 덕분에 시간과 물질적 여유도 생겨서, 크로스핏도 다시 하고 2020년 목표로 포기했던 영국 유학 준비도 다시 할 수 있었다. 특히 할아버지가 일구시던 밭을 대신 가꾸느라 1주일에 4번 밭일을 했다. 그렇게 난 참 행복한 2019년을 보내고 있었다.
가족같은 회사, 사내 정치의 끝판왕
2019년 내가 근무하던 곳. 이 곳에서 정말 나 혼자 있었다. 잠깐 나의 업무환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자면, 나는 본사가 아닌 별도의 위탁 운영시설에서 근무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소속팀이 아닌 이상 내가 만날 일 도, 다른 사람들과 말을 섞을 접점이 없었다. 8월에 한 번 소속 부서가 바뀌었는데, 바뀐 부서 팀장님과 사수분이 나를 잘 챙겨주셨다. 주 1회 팀 회의에도 불러 주셨고, 보통 계약직 직원은 그룹웨어 사용이 제한되고, 대표이사 보고에 들어갈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님 보고에 매번 나를 데리고 가셨다. 그 결과 나는 자연스레 대표이사님과 안면을 틀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겨울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회사에서 인근 리조트로 1박 2일 워크숍을 갔고, 나는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참여하게 되었다. 워낙 외향적인 성격이라 내부 직원 화합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새로 만난 직원분들에게도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곤 했다. 다행히도 그때 당시만 해도 정규직, 계약직에 대한 차별은 많이 없는 편이 없었다. 또 나는 어른을 어려워하지 않는 편이라, 산책코스가 있을 때 자연스럽게 대표이사님 옆에서 에스코트를 맡게 되었다. (정말 나는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어쩌다 보니 내가 선두에 서게 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밤. 장기 자랑 시간이 왔고 나는 뮤지컬 노래를 불렀다. 빨래의 <참 예뻐요> 그리고 대표이사님을 바라보며(쇼맨십이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1박 2일 워크숍이 끝나고 나는 다시 나만의 일터로 돌아왔다.
들어도 못들은척, 못 들어도 아는척
자유로웠던 2019년의 나 워크숍 이후, 회사 내에서 나에 대한 소문이 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문은 내용은 '내가 정규직이 되고 싶어서 대표이사에게 잘 보인다는 것' 그리고 '대학원 나왔다고 전문성을 자랑한다는 것'이 얘기를 들었을 때 처음엔 웃겼다. 나를 고작 하룻밤 본 사람들이 나에 대해 평가한다고?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2020년을 2주 앞둔 어느 날, 연말에 회사에 있는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실제로 공공기관의 경우 2년 이상 근무한 사람만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나는 그때 당시 입사한 지 9개월밖에 안 되어 있기 때문에 기대하지도 않았고, 바라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도 이번에 명단에 들어가 있고, 크리스마스 전후로 내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소문들은 기정 사실이 되어 퍼졌다. 해명 하고 싶지도 않았고, 해명할 가치도 없었다. 결국 정규직 전환은 없던 일이 되었다. (애초에 나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나중에 알고 봤더니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한 사람들은 일부의 사람들이었으며, 그 사람들은 회사 초창기 멤버로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했던 소수의 사람이었다. 이후 내가 정규직으로 재입사를 했을 때도 나와 관계가 마냥 좋진 않았다. 그 이후로 나는 나에 대한 소문이 들려도 못 들은 척, 누군가 얘기하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도 몰라도 아는 척을 했다. '아 네~ 그분이 그렇게 말한 거 알고 있었어요!' (이 또한 전략이다. 나 알아~ 근데 어쩌라구?)
어디든 남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있다.
그 사람과는 최대한 멀리해라.
언젠가 당신의 이야기가 전해질 수도 있다.
내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상사를 대해도,
어느 순간에는 사람들의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오해받을 것을 각오하고 행동 하든지, 아니면 말든지 하자.
내가 만약 회사를 다시 간다면?
3. 사내 정치에 연관된 어떤 것도 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지금의 나라면 회사를 아주 조용히 다닐 것 같다. (과연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 물론 회사에서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이라면, 동료들에게 특히 상사에게 예쁨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가장 베스트는 무색, 무당이다. 참고로 내가 직장생활에서 제일 극혐하는 사람은 카멜레온처럼 왔다 갔다 하는 사람 아니, 동물이다.
당신이 승진을 원한다면? 생계를 위해 더 높은 급여가 필요하다면? 사내 정치 마음껏 하시길 바란다. 대신 제발 멀쩡히 있는 사람들한테 없는 말, 없었던 행동 지어내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 그러고 싶다면 정말 여의도로 출근하시길 추천한다. 성공(?)을 꿈꾼다면 혼자 곱게 꾸시길….
다음은
[ep.4 거절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