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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기버 Nov 26. 2020

빌라 라이프 7년 차가 전하는 빌라의 장점 3가지

빌라 라이프의 시작과 지금

2016년 10월. 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불과 보름이 채 지나지 않은 날. 첫 보금자리였던 신혼집을 떠나 30년 된 빌라로 이사를 왔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우리. 신축 빌라에서 30살 빌라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한 기분이었지만 '빌라'라는 주거 형태는 변함이 없었다. 아파트와 달리 주차도 어렵고 커뮤니티 시설은커녕 옆집 부부싸움이 생중계되는 빌라 라이프! 젊은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는 빌라에서 우리 가족은 7년을 살고 있다.




언덕 위 신축빌라 3년

가파른 언덕 위에 있던 나의 신혼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빌라였다. 둘째를 가지기 전까지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던 이 집은 4,000만 원으로 전세집을 구해야 했던 신혼부부에게 최적의 장소였다. 둘 다 지방 출신인 우리 부부는 당시 남편은 성수동의 빌라에서, 나는 성북구의 작은 원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는 200만 원 정도 되는 공무원 월급에 보증금 대출과 월세로 50여만 원을 내며 살았다. 4년이 지나 결혼할 때가 되어 보니 은행과 집주인에게 2,500여만 원을 주고 나에게 남는 돈은 그 절반도 못 미쳤다. 남편도 알뜰하게 돈을 모았지만 원룸 보증금 정도가 전부였다.


가까스로 모은 4천만 원으로 직장과 가까운 곳에 1억대의 전셋집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당시 주택 구매 대출이 70%까지 가능했지만 집을 살 수 있다는 생각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어둡고 컴컴한 좁은 빌라만 보았던 나는 부동산 사장님이 차로 이동해서 보여주신, 햇빛이 잘 들어오는 신축 집과 바로 사랑에 빠졌다. 예비신랑이었던 남편은 높은데 괜찮겠냐고 물었지만 그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첫째가 태어난 후에도 살기는 괜찮았다. 가파른 언덕을 유모차를 끌고 가느라 매일 운동화를 신어야 했지만 깨끗한 집과 햇빛 잘 드는 집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둘째를 임신하고서 상황이 달라졌다. 첫째 아이 어린이집이 언덕 아래에 있어 매일 언덕을 오르내려야 했다. 점점 산같이 커지는 배를 부여잡고 45도 각도로 유모차를 밀고 올라가던 일상은 막달까지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금방이라도 애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던 상황이다. 유난히 더웠던 2016년의 여름과 겹쳐 내 인생에 모든 땀은 이 여름에 다 흘렸다. 평소 남편에게 불평을 잘하지 않았던 나는 그 무렵 계속 힘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나, 너무 힘들어."


두 번째 만난 30살 빌라에서 4년

부동산 비수기 8월, 급히 집을 알아보지만 자금 내에서 가능한 집은 시장통에 위치한 어둡고 지저분한 빌라뿐이었다.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면 아무리 평지라도 이건 아니었다. 상심하고 있던 우리에게 토요일 아침 부동산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막 나온 매물이 있는데 주말에만 볼 수 있다는 소식에 한 걸음에 달려갔다. 겉은 오래된 벽돌인 3층 다세대 주택이지만 평지인 것에 만족하며 내부를 보러 들어갔다.

30년 된 우리 빌라

남향이라 했는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복도는 어두웠지만 집 안은 모두 하얗게 리모델링되어 있었다. 방 2개에 거실, 부엌과 화장실도 깔끔했다. 물도 콸콸 나오고 바로 앞이 동네 놀이터인데 시끄럽지도 않았다. 그 자리에서 바로 전세 계약을 결정했다.


우리 가족은 30살 빌라에서 4년째 살고 있다. 이사 올 때 핏덩이였던 둘째는 5살이 되었고 이 녀석의 나의 만큼 빌라 라이프의 추억도 쌓여갔다. 언덕 위 신혼집에서의 생활은 뒤돌아보면 정말 아찔했던 삶이었다. 다시 돌아가라 하면 절. 대. 할 수 없을 생활이다. 아무것도 몰랐던 31살의 젊은 나였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내가 7년째 빌라 라이프를 지속해오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빌라 라이프의 좋은 점 3가지

1. 적은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다.

집값도 전세도 천정부지로 오르는 지금, 모아놓은 자금이 많지 않다면 빌라를 선택할 수 있다. 같은 가격의 교통이 불편한 아파트보다 편의 시설과 교통 모두를 만족하는 빌라에서 사는 이득도 있다. 더 나아가 아낀 주거비용으로 주식, 사업, 부동산 등 다른 투자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2. 이웃과의 교류를 통해 얻는 부분이 많다.

빌라에 살다 보면 같은 건물의 이웃들 뿐 아니라 놀이터, 시장 등 동네를 다니다 자주 마주치는 이웃들이 있다. 낯익은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면 금세 친해지고, 육아나 동네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맛있는 음식도 나누면서 말이다. 특히 가족 구성원이 적은 요즘 세대 아이들이 많은 동네 어른들을 만날 수 있고, 가진 것들을 이웃과 나누는 것을 자녀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3. 경험과 내공이 쌓인다.

빌라의 경우 아파트에 비해 많은 부분이 갖춰지지 않아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들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웬만한 문제들은 해결할 수 있는 내공이 쌓인다. 나의 경험치가 늘어나며,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조금 더 나아진 삶에 감사하게 된다.




사람들은 보통 빌라에 산다고 하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빌라 라이프는 생각보다 꽤 괜찮고 이웃들과 함께하는 잊지 못한 추억도 많다. 아이들이 커가는 것과 같이 빌라 라이프에서의 에피소드도 늘어간다. 빌라 생활 7년 차가 전하는 울고 웃는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빌라 라이프의 새로운 면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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