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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기버 Jul 09. 2021

남편, 지금이 눌림목이야.

참 안 풀리는 것 같은 인생 앞에서...

남편은 최근 힘든 일들을 겪고 있다. 지인의 추천으로 이직한 회사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직을 결심할 때는 큰 꿈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이전 직장보다 규모가 작고 자차로 왕복 3시간을 매일 이동해야 하는 장거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직급도 오르고 연봉도 상승하는 것뿐 아니라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처음 몇 달은 차로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고 새로운 일을 배우느라 힘들었지만 더 큰 꿈이 있기에 어렵지 않았다. 회사 도 더 나은 체제를 구축하는데 힘쓰고 있었다.


그런데. 왜인지 모를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남편은 지주사의 추천으로 들어갔는데 가족 기업으로 운영되던 기존의 회사가 변화를 거부하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여러 마찰들이 생기고...


기대감에 부풀었던 남편의 긴 출퇴근 길은 지옥 같은 길이 되어버렸다.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 원망하기도 하면서...


옆에서 지켜보는 나 또한 마음이 편하겠는가. 아침마다 축 처진 어깨로 나가는 남편에게 힘! 하고 외쳐보지만 속 시원하게 그들을 욕하며 쿨하게 그만두라고 말할 수 없는 처지였다.


무급의 휴직에 영끌 비슷한 상황. 통장의 잔고는 점점 더 마이너스로 향하는데 속 시원하게 그만두라고 말 못 하는 나. 참.


그래도 감사한 것은 바닥과 같은 삶에 도움을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힘이 되는 문장이, 성경의 몇 구절이. 때로는 누군가의 기도가. 먼저 비슷한 일을 겪은 지인의 진정한 공감이.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지인이... 


그저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그저 나는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고 함께 욕하기도 하고, 조금이나 힘이 될 만한 문구를 보내기도 하고. 이렇게 밖에 못하는 나인데도 남편이 이야기를 하고 나면 좀 낫다고 말해준다. 고맙고 미안하게.


그러다 하루는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다.


"오빠, 지금 오빠는 눌림목을 지나고 있는 것 같아!"

 

남편은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눌림목이 뭔데?"


눌림목은 나도 최근에 알게 된 용어다. 요즘 어떻게든 재테크 지능을 높이고자 주식을 공부하다 보니 '눌림목'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주린이라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눌림목은 주가가 상승 후 다음 상승으로 가기 전에 주가를 잠시 눌렀다가 다시 가는 지점을 말한다. 마치 로 올라가기 위해 한 계단 한 계단을 밟아야만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남편의, 아니 우리의 인생을 보고 있자니  꾹꾹도 눌러준다 싶다. 얼마나 많이 올라가려고 그러는지...


"그러니 남편. 우리 힘내요!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눌리는 시간, 인생의 눌림목이라고 생각해요!" 하며 남편을, 그리고 나를 다독였다.


그리고 인생의 눌림목을 지나는 많은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조금만 더 힘내요!
우리는 눌림목을 지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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