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기버 Jul 22. 2021

온 가족이 처음으로 선별진료소에 가던 날

코로나19와 폭염으로 고생하시는 분들께

MBC의 <놀면 뭐하니>에서 MSG워너비 마지막 편을 보고 있었다. 콘서트 마지막 게스트로 MSG워너비의 전신, 출발점인 SG워너비가 나왔다. 오랜만에 추억 돋는 노래를 듣는데 멤버 진호 씨의 <유퀴즈>에 출연했던 내용이 생각났다. 재능 나눔을 위해 자비로 전국을 돌며 음악문화를 잘 누리지 못하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는 이야기였다.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자세히 전해주려고 내용을  검색하는데 진호 씨 본인보다 어머님의 이야기가 검색결과에 나왔다. 어머님 역시 유퀴즈에 나오셨었나 보다 하며 내용이 궁금해서 내용을 읽어보았다.


어머님은 위기가정들을 위해 일하실 뿐 아니라 20년 넘게 양로원 반찬 봉사와 온기 우체부 봉사를 하고 계셨다. 온기 우체부는 모르는 이들의 사연 있는 편지에 답장을 해주는 봉사였다. 지금까지 9,000통이 넘는 편지에 답장을 하셨다니 정말 놀라웠다.


어머님의 이야기를 보다 보니 아들 김진호 씨가 나눔의 삶을 사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우리 가족의 드림보드, 올해 목표가 생각이 났다.


'매달 한 번씩 이웃과 나눔 하기.'

꼼지네 가족 드림보드

작더라도 이웃들과 조금씩 나누는 삶을 살고 싶어서 정한 목표였다. 아이들에게도 나누는 기쁨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가끔 위층 할머니, 앞집 이모, 아래층 아저씨에게 작은 것들을 나누곤 했었는데 좀 더 규칙적으로 나누고 싶었다. 많이 가지진 않았지만 나누는 것이 몸에 배였으면 했다.


그런데 코로나도 그렇고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다 보니 이런 목표를 잠시 잊고 지냈던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중에 얼마 전 뉴스에서 폭염으로 고생하시는 코로나 선별진료소분들이 생각이 나서 남편에게 말했다.


"오빠, 코로나도 심하고, 폭염의 날씨에 고생하시는 선별진료소 분들에게 힘내시라고 뭘 좀 드리는 건 어떨까요?"


"오 좋지."


얘기로만 끝날 것 같아서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어떤 걸 좋아하실까? 뭐가 필요하실까? 날씨가 많이 덥고 땀을 많이 흘리시니까 음료가 낫지 않을까? 그럼 이온음료는 어떨까?'


"오빠 게토레이나 포카리스웨트는 어때요? 목마를 때 좋잖아요."


"오 그거 괜찮겠다."


"마트 갈 때 사 와요 우리."


"그래 그러자."


이렇게 급 진전된 이야기를 끝내고서도 생각은 계속 이어졌다.


"오빠, 음료수 제가 살게요! 마침 SD바이오센서로 수익 났는데 그걸로 할래요!"


"오 정말?"


"네, 안 그래도 코로나 진단키트라 고민했던 청약인데 코로나가 재 확산되면서 수익이 난 것 같아서요. 뭔가 코로나가 심해져야 수익이 나는 아이러니한 종목인데 그 수익을 여기에 쓰면 좋을 것 같아요."


"오 좋은 생각이다."


그리고는 다급히 아이들을 불렀다.


"얘들아, 얘들아 이리 와 봐. 우리 코로나 검사소에 계신 분들께 선물을 드리는 거 어떨까?"


"좋아요! 그런데 왜요?"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그분들 어떠실 것 같아?"


"더워서 힘드실 것 같아요."


"맞아, 그래서 우리 친구들이 힘내시라고 편지도 써서 같이 보내드리는 건 어떨까?"


"좋아요!"


"음료는 엄마가 전에 말한 코로나 진단키트 회사에서 수익 난 걸로 살 거야."


"우와!"


그리고 시작된 그림 편지 쓰기. 초등학생인 아들은 '! 힘내세요!'라는 문구와 응원하는 의미의 여러 표현들로, 유치원생인 딸은 자신이 그릴 수 있는 모든 그림들로 도화지를 채워나갔다.

고사리 손으로 열심히 편지 쓰는 아이들♡

한참을 그리고 색칠하다 보니 완성된 편지.

완성된 응원 편지♡

어설프게 보일지 몰라도 아이들의 마음과 정성이 담긴 편지였다.


일요일 오후. 마트에서 구입한 음료를 가지고 근처 선별 진료소를 찾았다. 주말이라 사람이 그리 많지 않겠지 하는 생각으로 도착했다. 그런데 어머,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은 뱅뱅 돌고 또 돌아 연이어져 있었다.


사실 우리 가족은 감사하게도 아직 한 번도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선별진료소 방문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 무더위에 끝없는 줄을 보니 사태가 정말 심각한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온 가족이 처음으로 선별진료소로

우리 가족은 조심스레 검사가 진행되는 곳까지 갔고, 이 더운 날 온몸에 보호장구를 하고 계신 관계자분께 편지와 음료를 드렸다. 조금이나마 힘이 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몇 마디 나누지는 못했지만 감사하다시며 편지와 음료를 들고 들어가셨다.


TV 프로그램을 보던 중 갑자기 나눔까지 이어진 하루. 한 모자의 삶이 우리 가족을 움직이게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이웃을 돌아보게 되었고, 지금은 비록 적지만 나중에는 더 큰 수익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 역시 작은 나눔들이 습관이 되고 점점 더 많이 나눌 줄 아는 아이들로 자라기를 바라본다.


코로나로, 폭염으로 힘든 시간을 겪고 계신 모든 분들께...


!힘내세요!



작가의 이전글 남편, 지금이 눌림목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