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왕마담 Nov 04. 2019

좌충우돌 첫차 구입기

[마음을 담은 편지] #13

고민을 넘어 번민 끝에 제 삶의 첫 차를 구입했습니다. 사고나니 무엇보다 시원했어요. 빨리 결론짓는 것을 좋아하는 데 몇 번의 지름신 강림을 버티며 미뤘기에 번거로운 프로젝트를 처리했다는 기분입니다. 자동차 사는 게 왜 이리도 어려웠는지 잠시 생각해봤어요.


들은 대로 였습니다. 주변 사람들 대부분 차를 구입하면 첫생각보다 CC는 물론이고, 기능과 옵션까지 최고급 사양으로 샀다고 해요. 저 역시 중고차에서 수입차까지 눈높이가 오를 데까지 올랐습니다. 그걸 가능케 해주는 금융상품은 몇 천만원짜리 물건을 가전제품 사는 것처럼 손쉽게 만들더군요.


그런 상품을 이용해 샀으면 됐을걸 뭘 그리 고민했냐고 물어보겠지요? 그냥 샀으면 됐으나 한편 “지금 그렇게 비싸고 좋은 차가 필요해?”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를 살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의문은 주변의 권유와 ‘한 대 있으면 좋겠다’는 욕망으로 타협 봤지만, 형편에 맞는지 확인하는 질문은 물리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 형편에 맞춘다면 ‘경차’로도 충분했을 테나, ‘다른 사람의 시선’, ‘안정성과 좋은 성능과 기능’에 대한 욕구는 더 큰 차를 선택하도록 만들더군요. 수입차에 눈이 돌아간 건 유니크해서 ‘나만의 것’이라는 걸 인정받고 싶었어요. 결국 ‘나’보다 ‘타인’의 눈에 멋있고 좋아 보이는 차를 고르고 있었습니다.


이런 고민이 계약했던 수입차의 최종 인수를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게 만들었죠. 점차 ‘처음 타는 차에 있어 좋지 않은 차가 있을까?’라는 반문이 들었습니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자동차 오너로 생활하지도 않았으니까요.


무엇보다 내가 좋아야 했습니다. 또한, 앞으로 싫증이 나지 않을 만하며, 타인이 볼 때 그럭저럭 잘 샀다고 인정받을 만하고 안정성도 믿을 만한 차를 다시 골랐어요. 부담받지 않을 정도의 가격까지 고려했습니다. 꽤나 머리 아프더군요. ‘잘 샀다’는 만족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행복이라고 믿을 ‘소유’에 대해 말하는 책들을 읽어봤어요. 공통적으로 소유 후 오는 기쁨의 찰나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가진 후 오는 공허함에 대한 반작용 역시 만만치 않다며,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하도록 이끌었어요. 이를테면 본인만의 비전을 찾고 성취한다든지, 혹은 진정한 관계의 친밀함 등 말이죠.


하지만, 마음에 드는 건 갖고 싶어요. 그 욕망은 대부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경계하는 것보다 혹은 추종하여 업고 다니는 것보다 건강한 ‘소유’를 하고 싶었어요. 결국 무슨 차를 샀냐고요? 그건… 나중에 당신을 만날 때 알 수 있겠지요?



첫 긁힘사고, 심장이 떨어지는 줄



.

.

.


from, 왕마담 드림

https://brunch.co.kr/@jisangwang


.

P.S : 2012년 인생 첫차를 샀습니다. 몇 개월 아니 일 년은 고민한 거 같아요. 친구들도 추천하고 조언하다가 '알아서 사'라며 점차 떨어져 나갔습니다. 아반떼, 소나타, 제타, K5, 프리우스, 스포티지, 캠리, 산타페, 폭스바겐 CC 등 눈이 벌게지도록 검색하고, 영업소를 찾아 시승해보며 고르고 골랐어요.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렇게 돌아다녔는지, 생각만 해도 피곤합니다. 어휴~

매거진의 이전글 한 밤 중에 걸려온 클레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