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은 편지] #6
가끔 ‘부재중 수신 전화’를 확인합니다. 그럴 때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대부분 즉시 전화를 하거나 답문을 보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더군요. 그 이유가 궁금해 물어보면 ‘그냥’ 이라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지난 주 광주를 다녀왔습니다. 일이 계획대로 되지않아 마무리를 못했어요. 주말은 서울에서 보내고, 월요일에 다시 와야했습니다. 일정이 변경되어 신경쓸게 또 생겼어요. 회사 차를 사용했기에 그 일정에 다른 사람이 예약했는지, 없으면 연장이 가능한지 동료에게 확인을 부탁했습니다.
금요일 서울로 오면서 그 분에게 전화했습니다. 차량을 계속 사용해도 될지, 반납 해야될지 궁금했어요. 비가 많이 내려 도로가 꽉 막혔습니다. 밤 늦어서야 서울에 도착할 거 같아 집으로 바로 가고 싶었죠. 하지만, 예약이 되어 있다면 반납을 위해 회사로 가야했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다시 할까 하다가 퇴근해서 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 문자를 남겼습니다. 한참이 지나도 전화는 커녕 답문도 없더군요. 답답했습니다. 회사를 가야할지 몰랐어요. 고민고민하다가, 피곤해 집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할 때까지 연락이 없더군요. 확인을 하지 않아서인지, 폰이 고장났는지 혹은 하기 싫은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개인적인 질문도 아니고 업무와 관련된 것인데 아쉽고 갑갑했습니다. 게다가 이런 질문에 대해 잊거나 놓칠 성향이 아닐 분이라 더 신경이 쓰였어요.
월요일 아침에 일찍 출근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주말에도 ‘왜 답이 없을까?’ 계속 궁금했어요. 그 질문은 점차 의혹으로 바꼈습니다. 망상같은 생각이 미혹을 눈덩이처럼 부풀렸어요. 급기야 ‘함께 일하지 못할 사람이다’ 로 치닫는걸 억눌러야했습니다.
단지 전화 한 통화와 문자 한 통 때문에 말이죠. 이런 성향을 알고 있어 별일아니면 대부분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려고 노력합니다. 건강하지 못할 때면 한 순간 이런 본성에 먹힐 때가 있어요. 어림짐작을 상대에게 투영하고 넘겨짚어 스스로 괴로워합니다.
자신에게 천천히 따져 물었어요. 이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먼저, 원인이 무엇이든 일을 마무리하지 못해 자격지심을 느꼈습니다. 또한, 능력없어 보일까봐 눈치보였어요. 낮아진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다른 사람의 사소한 아쉬움을 크게 포장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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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왕마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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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2012년 이직하고, 첫 출장을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새로운 회사에서 능력을 빨리 인정받고 싶었어요. 하지만, 일을 마무리하지 못한 찝찝함에 더하여, 이전 직장에서 한 마디하면 후배들이 알아서 챙겨줬던 기득권이 없다는 것에 생각하지 못했죠. '부재 중 전화' 한 통화가 주말 내내 괴롭혔던 주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