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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짓다 Aug 20. 2021

상처이자 치유의 말, 엄마

밥을 짓는 시간

이제 막 걷기 시작한 돌쟁이가 질투 하나 없이 작은 아기 동생을 받아들여준 그날처럼 오늘은 그 동생이 누나의 여섯 번째 생일을 질투 하나 없이 온몸으로 축하해주었다.


엄마  된 지 여섯 해, 올 3월 두 엄마로 산 나이가 다섯 살이  나는 아직도 이기적이고 체력과 감정의 물살에 휘 휩쓸려 허우적 되는 서툰 엄마이다.


 엄마란 호칭과 내 이름 석자를 두고 좁혔다 벌어졌다 하는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쩔 줄 몰라 엉엉 울기도 했고 때론 무서웠지만 엄마라서 정신줄을 부여잡으며 더 크게 두 눈 부릅뜨고 내 새끼를 끌어안으며 온 시간들은  응당 부모이기를 선택한 내 몫으로 당연한 것이었다.

 아직도 제대로 마주하기 힘든 상처가 된 「엄마」라는 아픔을 치유의 말이 되는 기적 되어준 두 아이가 수없이 서투른 엄마를 용서하며 사랑해준 덕에 지극히 평범한 오늘을 가질 수 있었다.


두고두고 마음에 오래 남을 프레임, 단어를 찾고 문장을 모아 종이묶음을 내는 날이 온다면 꼬옥 넣고 싶은 사각프레임의 기록.


애들아,  엄마가 38년을 살아보니 부는 바람 불어오는 바람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 저 천들처럼 맞서 보기도 하고 그저 납작 엎드려보기도 했고 매섭게 맞기도 하고 밀쳐지기도 하며 정신없이 휘몰아치다가도 어느 날은 기분 좋은 보드란 만져짐도 있고 또 한 날은 바람 한 점 없는 날도 있더라. 결국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숱한 바람은 또 내가 어찌할 겨늘 없이 지나가더라. 물론 또 어떤 모습으로 불어올지는 모르나 진리는 영원히 머무는 것은 없다는 거지.


엄마도 이 땅에서는 영원히 너희와 함께할 수는 없겠지만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느을 그 자리에 있을 게. 언제든 어느 바람이 불어 너희를 뒤흔들고 내치고 혹은 포근히 감싸주는 기분 좋은 날 그리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에 이유 없이 언제라도 「 엄마~ 」 하고 오렴.


엄마인 나한테는 「엄마」란 두 글자가 아직 풀지 못한 숙제이고 판도라 상자 같은 열지 못하는 아픔이지만 그건 그저 엄마의 몫일뿐 너희는 영원히 부빌언덕 기댈 자리 드러누울 곳이 될 수 있기를 매일 수시로 묵시로 기도하고 바란다.


엄마에게도 엄마는 어느 시간까지 포근했고 내 편이었고 내가 그에게 가장 큰 자랑인 사람이었어. 바람처럼 어찌 못하는 그 생채기는 남겼지만 그 생채기는 너희 둘을 더 끌어안고 살아갈 맹목적 이유와 힘이기도 하니까. 엄마는 바람이 불면 천 한 장 크게 둘러 돛을 만들고 천막을 짓고 가리개를 치고 둘둘 말을 것을 지을 게. 그렇게 엄마는 엄마의 시간을 걷고 또 너희의 자리도 내어두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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